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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사회 2018. 5. 3. 14:38
최근 자녀교육 전문가들은 양육에서의 아빠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여러 연구에서 아빠가 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엄마와 같거나 그 이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빠 역할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고, 경제력이 좋은 아빠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취학 전 아이를 둔 아빠이거나 혹은 예비 아빠들의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이들은 경제적인 능력 외에도 가사와 육아를 살뜰히 살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아빠의 양육 참여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속속들이 발표되며 아빠 양육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연구 결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빠가 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부모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아빠들이 어린 자녀를 돌보고 놀아주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좀 더 자라면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점이 아이를 키우며 아빠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다.
퇴근 시간이 보장되거나 자유 직종에 종사하는 아빠가 아니면 정말 육아에 참여하기 힘들까. 아니다. 아빠도 육아를 형식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이라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독서가 있다.
독서를 통해 많은 사람이 변화되고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아이가 큰 성공을 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올바르고 명확한 가치관을 가지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
'그런데 나는 어쩌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걸까. 다른 무엇보다 나는 아이들에게 함께하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일평생 선원으로 바다 위를 떠돌았던 우리 아버지, 나는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 추억이 없다 아버지는 내게 오랫동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워낙 과묵한 분이기도 했지만 대화를 해 보려 해도 나눌 건덕지가 없었다 함께한 시간과 추억의 부재는 부자 관계의 결핍으로 이어졌다. 십수년 넘게 대화가 없었던 관계에서 대화의 물꼬를 터 보려는 시도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이 이야기는 다음 장에서 다시 나눌 생각이다.) 이런 성장기 경험으로 인해 아버지가 된 이후 나는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적잖이 고민했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야말로 그들의 마음과 뇌리에, 그리고 몸에 까지 새겨져 내가 그들 곁을 떠난 뒤라도 오래도록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따스한 추억이 있다면 험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여유 있고 넉넉하게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38쪽)
한 가정의 아빠이자 편집자이기도 한 저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행복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많지만 아빠가 아이와 함께하는 독서가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아이의 미래를 만드는 밑바탕은 아빠와 함께하는 책 읽기에서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책 읽어주기는 엄마의 전유물이 아니다. 책 읽어주기는 아이들과의 대화에 능숙한 아빠든, 무뚝뚝하고 대화에 서툰 아빠든 관계없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실천이다. 과묵한 아빠라면 책읽기가 아이들과 대화를 트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육아를 하면서 책 읽어주기의 가치를 발견하고 아이들이 십대가 될 때까지 잠자리에서 책을 꾸준히 읽어줬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 성장했으며 책을 매개로 아빠와 아이들은 밤마다 이야기꽃을 피웠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여자 목소리는 남자에 비해 고음역대에 속하며 목소리 파장이 짧다. 이에 비해 남자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중저음에 속하며 목소리 파장이 긴 편이다. 여자의 목소리 파장은 0.5미터인데 남자는 3.5미터이다. 아이들이 잠을 청하는 시간에는 아빠의 중저음이 아이들의 청신경을 좀더 편안하게 해준다.
'생계를 위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버지는 자기 목표에 사로잡혀 경주마의 시야에 갇힌 아버지는 자녀와 관계가 멀어지기를 바라는 이가 있을까.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하는 자리를 불편해하거나 슬 금슬 금 피하기 전에, 오늘부터 당장 옳은 일 하나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바쁘다는 이유로 하지 못한 목표를 향해 달리느라 못다 한 작은 사랑을 표현하는 일 말이다. 그런 점에서 책 읽어주기는 아빠는 늘 네 곁에 있어, 아빠는 널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지만 강력한 사랑의 고백이자 행동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좋은 아빠 테스트 항목에 "아이와 둘이 외출할 수 있다"엄마가 없어도 아이가 어색해하지 않는다. 등이 괜히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니다. 책 읽어주기는 자녀와 정서적 교감을 만들어 가는 가장 검증된 통로 중 하나다. 특히 말수가 적고 아이들과 남겨지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아빠라면, 잠자리 책 읽어주기보다 터 좋은 건 없다 무슨 말을 할지,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좋은 책을 한 권 들고 아이들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살짝 당황한 낯빛에 울 아빠가 웬일?'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면, 슬쩍 겸연쩍 은 표정으로 “아빠가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읽어줄까?" 묻기만 하면 된다. 그 다음엔 그냥 책만 읽어주고 나오면 된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그렇게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스킨십이 쌓이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하는 그 시간을 기대하며 기다리게 될 것이다.'(55쪽)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옥명호 지음·옐로브릭 펴냄
이 책은 독서의 중요성을 원론적 차원에서 강조하기 보다는 ‘책으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하나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나온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짧지만 꾸준하게 책을 읽어준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레 독서 습관을 들이게 됐고 가족은 소통과 연결이라는 선물을 얻었다.
육아를 하면서 책 읽어주기의 가치를 발견하고 아이들이 십대가 될 때까지 잠자리에서 책을 꾸준히 읽어준 경험을 담은 이 책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활동으로 잠자리 책읽기를 습관으로 들이는 방법, 좋은 어린이책 고르는 법, 아이들이 집중하는 낭독 노하우 등을 담고 있다. 편집자 아빠의 안목으로 고른, 아이들과 재미있게 읽어 온 책 목록을 통해 책읽기가 안겨준 행복과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지데일리 손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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