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나 벌 떼, 새의 무리 등 대규모 집단은 어떤 지휘나 감독 체계 없이도 각각의 개체가 단순한 규칙에 따라 주고받는 상호작용만으로도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사진_스마트 스웜ㅣ피터 밀러 지음ㅣ이한음 옮김ㅣ김영사 펴냄.jpg 먹이를 운반하는 개미 무리의 행동은 유통과 물류의 혁신을 가져왔고, 벌 떼의 의사결정 과정은 전문가보다 탁월한 비전문가 집단의 놀라운 통찰력을 입증했다. 흰개미는 웹 2.0으로 대표되는 정보 공동체의 핵심 원리를 제공했다.


영리한 무리는 어떻게 일을 할까? 개미, 벌, 흰개미 같은 사회성 곤충은 문제 해결 과제를 많은 개체에 분산시킨다. 각 개체는 단순한 명령에 따라 행동할 뿐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책임자 같은 것은 없다. 남이 무엇을 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자도 없다. 대신 그런 집단의 개체들은 예측할 수 없는 무수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을 한다. 그러다 보면 개미 군체가 가장 가까이 있는 씨앗 더미를 찾게 해주고 청어 떼가 굶주린 꼬치고기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어떤 패턴이 출현한다. 움직임이나 의미의 전환점(요즘 유행하는 용어로 치면 티핑 포인트)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화하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다양한 지식을 활용하며,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영리한 무리들. 치밀하고 섬세한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 영리한 무리의 행동 원리 속에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는 창조와 혁신의 패러다임을 발견할 수 있다.


≪스마트 스웜≫은 이처럼 어떤 지도자나 리더 없이도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무리를 ‘스마트 스웜(the smart swarm)’이라 이름 붙이고, 치밀하고 섬세한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 영리한 무리의 행동 원리 속에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는 창조와 혁신의 있음을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겉으로는 잘 관리되는 듯하지만 개미집은 우리가 접했을 법한 그 어떤 조직과도 다르게 운영된다. 거기에는 어떤 유형의 사장도, 경영자도 관리자도 없다. 여왕은 명칭은 고상하지만 아무런 권위도 행사하지 않는다. 그녀가 하는 일은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알을 낳는 것뿐이다. 정찰자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풀밭으로 나갈 때, 분대장의 명령을 받는 것이 아니다. 개미집 유지 관리자들은 통로를 수리할 때 어떤 설계도를 보고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 노동력을 제공할 젊은 개미들은 교육장에 앉아서 조직의 목표를 암기할 필요가 없다. 그 어떤 개미도 자기가 하는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왜 일을 끝내야 하는지, 그것이 전체 중 어디에 속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군체는 잘 돌아간다. 도전 과제나 기회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군체 전체는 그 일에 얼마나 많은 일꾼이 필요한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하여, 그에 맞추어 자원을 조정한다.

개미가 처음 출한한 이래로 1억 4천만 년에 걸쳐 진화한 이유연한 체계는 지금까지 알려진 약 1만 4천 종의 개미들이 열대 우림에서 도시의 인도에 이르기까지 온갖 생태계에서 번성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 산만해 보일지 몰라도, 그런 방법으로 그들은 도로망을 구축하고 정교한 집을 짓고, 대규모 공격을 수행하는 등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다. 어떤 지도자도, 작전 계획도, 최소한의 임무 의식도 없이 말이다.



지은이 피터 밀러는 자기 조직화와 지식의 다양성, 간접 협동, 적응 모방이라는 네 가지 원리로 영리한 무리의 행동패턴을 분류한다. 이는 웹 2.0을 기반으로 한 위키피디아와 유튜브 그리고 최근 부각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 현상에 대한 과학적 원리와도 상통한다.

그동안 위키피디아와 유튜브 등 대중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집단지능을 강조하는 비즈니즈 모델은 그 성공에 대한 사례 분석만이 있었을 뿐 그 과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었다.


어떤 집단이 어려운 문제를  붙들고 씨름할 때, 각 구성원이 서로 다른 도구를 들고 그 일에 달려들면 도움이 된다. 과학자들이 학제 간 연구진을 이루어 공동 연구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도, 기업들이 한 학교 출신자만 뽑지 않으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페이지는 “모든 사람이 같은 식으로 문제를 본다면, 모두 같은 해답에만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쓰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제 해결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 머리를 하나로 모으면, 가장 영리한 개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종종 능가하곤 한다. 즉 다양성은 능력을 낳는다.


 

책은 자연 자체에 존재하는 역동적이고 복잡한 협력 체계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소개한다. 또 자연이 복잡계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는 일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