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관련해 초등학교 시절엔 용수철에 추를 매달고 양팔저울로 물체의 무게를 재며 재미를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이후 중학교에서 여러 가지 힘을 배울 때도 다소 까다롭긴 하지만 무난히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사진_위험한 물리ㅣ베른하르트 바인가르트너 지음ㅣ이수연 옮김ㅣGbrain 펴냄.jpg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가 물리 수업 첫 시간에 들려오는 선생님의 말씀은 사뭇 진지하다. “어려운 과목이 아닌데 어느 순간이 지나면 대부분 포기하더라.”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그 포기 대열에 합류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분명 자연현상을 논하는 학문이라지만, 알 수 없는 기호와 함께 칠판에 벌어지는 공식의 향연은 이것이 어느 세상 이야기인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난무하는 수식 가운데 이게 수학인지, 과학인지 헷갈릴 즈음, 물리 성적의 한계에 도달하기도 한다.


꼭 딱딱하게만 공부해야 할까? 수식 없는 물리는 없을까? 진자의 운동을 관찰하고 피사의 사탑에서 낙하 실험을 한 갈릴레이도 이렇게 재미없는 물리를 그토록 열심히 연구한 걸까?


모래에 빠지면 정말 죽는 걸까?

유사(流砂, Quicksand)라고도 불리는 모래 늪만큼 책이나 영화에서 잘못 그려지고 있는 과학적 현상도 없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David Lean)은 1962년에 발표한 고전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스펙터클한 장면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바로 하인이 모래 늪에 빠지고, 주인공의 극적인 구조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장면이다. 서부영화에서는 말이 그 말을 타고 있던 주인과 함께, 그리고 마차까지도 영원히 모래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또한 B급 영화의 삼류 시나리오작가들은 아예 유사를 살아 움직이는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다. 저항할 수 없는 희생자들을 빨아들이고 삼켜 버리는 지옥의 구멍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위험한 물리≫는 ‘물리’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선 복잡한 공식과 전문용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공식으로 보이는 것은 단 한 번 등장한다.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한 수식이 보이지 않고, 흥미롭고도 간단한 실험이 가득한 재미있는 물리책이다.


책의 지은이 베른하르트 바인가르트너는 물리학자이자 아이들과 여행과 실험을 즐기는 자상한 아버지다. 학교와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강연을 위해 노력하는 지은이는 책에서 바닷가 모래사장, 사막, 고원지대, 스키장 슬로프 위에서 휴가를 즐기는 느낌을 준다. 그는 영화 <국가대표>로 주목을 받게 된 스키점프, 남아공 월드컵에서 보여준 박주영 선수의 프리킥 등을 물리학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쉽게 해석한다.


여담이지만 이 간단한 구조의 부메랑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에도 아주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유럽미술사 공부를 위해 단체 여행으로 성당과 교회 관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하자. 상황을 잘 살펴서 같은 여행객 중에 관심 가는 사람의 바로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앞쪽으로 3미터가량 부메랑을 날릴 공간을 확보한다. 그리고 적절한 순간에 가방에서 종이 부메랑을 꺼내 앞쪽으로 똑바로 날린다.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동안 (특히 놀랄 사람은 가이드이겠지만) 종이 부메랑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 돌아와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의 가슴 부분을 정확하게 맞힐 것이다.



지은이는 이해하기 쉬운 일상어로 왜 새들이 V자 형태로 나는지, 어떻게 인공눈이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왜 히말라야에서 끓인 수프를 먹을 때 조심해야 하는지 등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또 빈 플라스틱 병이 고성능 로켓이 되고, 얼음에서 뾰족한 가시가 돋아나고, 마술 같은 작은 불 회오리를 만드는 등 일상생활에서 간단하게 실시할 수 있는 실험들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