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영학 일선에 서온 윤석철 교수가 지은 <삶의 정도>는 인문사회, 자연과학, 경영학 등 평생 동안 연구한 이론과 업적을 바탕으로 삶의 목적을 가치 있게 실현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담아내고 있다.

사진_삶의 정도ㅣ윤석철 지음ㅣ위즈덤하우스 펴냄.jpg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학문적 이론과 사례는 세상의 이치에 내재한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통해 인생의 가치(목적)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과 선택의 기준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연구 결과를 10년마다 책으로 펴냈다. 오랫동안 갈고 닦은 연구 과정이 10년이란 성찰과 성숙의 단계를 거쳐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그 결과물들이 바로 지난 <경영학적 사고의 틀(1981)> <프린시피아 매네지멘타(Principia Managementa, 1991)> <경영학의 진리체계(2001)> <삶의 정도(2011)>다. 이번에 나온 책은 10년 만에 출간하는 그의 신작이자 10년 주기 작 4번째 작품으로 윤 교수의 학문 세계와 철학을 집대성한 것이다.

 

지은이 학문의 화두에는 늘 ‘인생’과 ‘경영’이 함께했다. 1950년대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을 독일 라인 강의 기적으로 세운 그는 독문학을 시작으로 물리학, 경영학 등 여러 학문의 세계를 넘나들며 ‘인생’과 ‘경영’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 필자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주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첫 마디는 ‘복잡함(complexity)’을 떠나 ‘간결함(simplicity)’을 추구하라는 부탁이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이나, 욕망과 가치관도 혼란스러워진다. 기업도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경영이념과 목표가 혼란에 빠지고, 의사결정의 기준도 모호해진다. 복잡한 것은 약하고 단순한 것이 강하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단순화된 방법론은 무엇일까? 가장 단순화된 수의 체계가 이진법이라면, 삶의 이진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인간의 삶을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2개의 개념으로 분석하며, 이것으로 삶에 필요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목적함수란 삶의 질quality을 높이기 위한 방향의 설정이며, 수단매체란 목적함수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means적 매개체medium이다.


 

지은이는 책을 통해 인간이 가치 있는 삶을 완성하려면 ‘목적함수’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목적함수는 가야할 길을 위한 방향 설정이며 그 의지의 완성체다. 작게는 개인에서부터 큰 조직까지 명확한 목적함수를 세우고 그를 지지해줄 ‘수단매체’가 뒷받침이 된다면 ‘생존경쟁’의 장인 삶의 터전에서 자신의 의지를 세우며 살아나갈 수 있다고 한다.

 

책에서는 가치 있는 삶을 위한 ‘목적함수’의 완성을 위해 ‘수단매체’가 어떻게 조화롭게 발전, 활용되는지를 보여준다. 목적함수의 진정한 완결을 위해 필요한 자세인 끊임없는 연구, 인내와 희생을 통한 지혜와 에너지 축적의 과정을 인문, 경영,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와 이론을 들어 보여준다.

 

이 책은 인간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시작한다. 지은이는 인간의 능력은 유한하고 불완전하며, 인간 능력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선 ‘수단적 도구’인 ‘수단매체’가 필요하다고 정의한다.

 

수단매체란 ‘그것 없이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거나 낮은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는 도구’를 의미한다. 인류의 발전을 이끈 작은 도구에서부터 인간의 눈에 보이는 물질적 수단매체뿐 아니라, 지식과 지혜 같은 정신적 지적 수단매체, 그리고 신뢰와 인간적 매력 같은 사회적 수단매체 등도 대등하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열어준다. 수단매체의 발전은 개인에서 나아가 국가 차원까지 확장이 되며 작게는 개인의 발전에서부터 크게는 국가 경제 발전의 이끌어낸다.

 

인류의 삶은 ‘삶의 질’을 높이려는 수단매체의 발전을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태초의 인류는 삶에 필요한 모든 도구(수단매체)를 자연에서 얻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과정이 자연 탐구와 과학 발전으로 이어졌다. 인간은 자연법칙의 탐구와 기술 개발을 통해 삶에 필요한 지혜를 깨닫게 됐고 지식과 기술, 지혜의 지속적인 발전이 계속 되고 있다.

 

지은이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려는 소망이 있다. 그래서 명확한 목적함수의 설정이 중요하다. 유한한 자원을 살아가는 생명체인 인간은 자원과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스트 최소화(minimization of cost)’를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적함수로 삼아야 한다. 이 코스트 최소화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자연도 가지고 있다. 자연이 추구하는 목적함수는 시간과 물자와 에너지의 최소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코스트 최소화 목적함수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서 생존경쟁 속에 던져진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자연의 생태계 속 생존경쟁의 본질은 ‘너 죽고 나 살기’ 식 약육강식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될 수 없다. 인간성(humanity)과 도덕성(morality)을 가진 종으로서 인간은 ‘너 살고 나 살기’ 식 생존 양식을 개발해야 한다.

 

이 책은 ‘너 살고 나 살기’ 실천적 방법론을 일부 곤충과 포유류가 개발한 ‘주고받음’에서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곤충과 포유류는 자기에게 먹이를 주는 ‘고객’을 상대로 주고받음의 관계를 창조했고, 그 결과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하는 종이 됐다. 곤충과 포유류의 주고받음은 먹이와 번식을 도와주는 서비스 수준이지만, 인간 사회의 주고받음은 그보다 차원이 높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인생과 경영의 올바른 길에 대한 평생의 탐구를 집약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