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직급이라도 능력에 따라 월급의 액수가 달라지는 ‘연봉제’ ‘성과제’의 시대다. 과연 직장인들은 능력만큼 월급을 받고 있는 걸까.

 

사진_월급의 비밀ㅣ박유연 손일선 문지웅 지음ㅣ카르페디엠 펴냄.jpg 직장인의 소득은 한 푼 에누리 없이 그대로 드러나고, 세금 역시 꼬박꼬박 내고 있다. 그런데 월급명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월급의 비밀>에 따르면, 일단 월급이 정해지는 과정부터 단순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흔히 월급은 회사가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월급은 자신이 속한 업계 동향, 노조의 존재 여부, 그리고 경제 상황 등 자신이 주변을 둘러싼 여러 가지 환경이 뒤섞여 정해진다.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월급쟁이에겐 회사가 함부로 못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선 굳이 선의를 베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 월급에 대한 세금은 어떨까? 같은 돈을 기본급으로 받느냐, 수당으로 받느냐에 따라, 소득 신고를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적게는 몇 십 만원에서 많게는 몇 천 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급여 수준이 낮은 공무원들의 월급명세서에 수당 항목이 많고, 대한민국 고소득자들이 세금 내는 것만 보면 빈곤층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책은 월급은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개인의 생산성과는 무관하게 이뤄지며, 오히려 능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능력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외모는 연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용 시장에서 외모로 인한 차별이 심각하고 더 나아가 외모는 고액 연봉을 약속하는 무형 자산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당시 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인데, 평균 이하의 외모를 가진 직장인은 평균적인 외모를 가진 동료들보다 약 9% 임금을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통의 외모를 가진 직장인은 준수한 외모를 가진 동료들보다 5% 정도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몸무게가 1% 늘어날수록 가계 소득은 0.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자가 월급을 정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개개인의 능력이 아니다. 경영자는 전체 직원의 평균 생산성을 기준으로 월급 수준을 정한다. 특히 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소수의 유능한 직원에게 성과급을 많이 준다고 해도 회사의 전체 급여 수준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은 같은 일을 시키면서도 임금을 훨씬 적게 주어도 되는 비정규직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연봉제나 성과급제를 비정규직 제도와 혼합해 회사 전체적으로는 급여 수준을 크게 올리지 않으면서도 능력 있는 사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기업과 사회 전체적으로 만연해 있는 성 차별, 학력 차별, 경력 차별, 지역 차별은 개개인의 능력이 월급으로 반영되지 못하도록 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외모를 중시하는 인간의 본능은 능력보다는 외모에 따라 월급 수준을 정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책에 따르면 평균 이하의 외모를 가진 직장인은 평균적인 외모를 가진 동료들보다 약 9% 정도 임금을 적게 받았으며, 여성의 몸무게가 1% 늘어날수록 가계 소득이 0.6%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박봉에도 공무원 지원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권한이다. 사회 권력의 헤게모니가 민간으로 이양되고 있다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관의 힘이 크다. 민간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아이러니하게도 급여다. 공무원의 월급은 낮은 거 같지만 경제학의 ‘생애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실질적으로 일반 직장인보다 높다. 요즘 들어 일반 직장인들이 정년을 채우는 것은 무척 어렵다. 하지만 공무원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정년이 보장된다. 여러분이라면 평균 5,000만 원을 20년 받는 것과 평균 4,000만 원을 30년 받는 것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책은 직장인들이 가질 수 있는 월급과 관련된 일반적인 궁금증에 답해 주고 있다.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맞기고 맞벌이를 하는 것이 과연 경제적으로 더 좋은 것인지를 비롯해 ▲회사를 선택할 때 복지 제도를 월급의 한 부분으로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연봉제를 하는 회사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호봉제를 하는 회사가 좋은 것인지 ▲월급을 높여가려는 이직은 언제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앞으로 기업 전반적으로 시행하게 될 퇴직연금 제도의 내용은 무엇인지 ▲우리사주와 스톡옵션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연봉 협상을 할 때는 어떤 전략과 태도로 임하는 것이 좋은지 ▲월급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등 월급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을 다루고 있다.

 

책은 나아가 자신이 어떤 회사를 선택해야 하고,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그리고 회사를 떠나게 될 때를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