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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제자리걸음? 첫걸음은 이렇게!경제 2013. 3. 13. 20:04
[킬 더 컴퍼니]
<지데일리 한주연기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경직되고 리스크를 회피하는 경향의 기업 문화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회사들은 활동을 수량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위험을 줄이고, 결과를 측정하기 위해 수많은 복잡다단한 프로세스들을 만들어 냈고, 그 결과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이 프로세스만 따라가기에도 버겁다고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
요즘 회사원들은 회의, 이메일과 보고서 작성과 확인, 회사 정책이나 사내 정치 등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나머지, 장기적 가치 창출에 관해 생각할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다. 신중하게 리스크를 감당하는 회사 문화를 정착시킬 힘을 강탈당해 온 것이다.
<킬 더 컴퍼니> 리사 보델 지음, 이지연 옮김, 레디셋고 펴냄
대부분 혁신적 사고란 1년에 한 번 전략 계획을 세울 때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삽입하는 글귀 정도가 됐다. 혁신을 요구해 놓고는 정작 제시된 획기적 아이디어를 그 자리에서 무시해 버린다면 부서나 회사의 사기는 어떻게 될까. 직원들은 이제 검증이 안 된 아이디어는 내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아이디어의 통로는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소프트 스킬이 새로운 하드스킬이다. 이런 징후는 사방에서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지식’같은 것이 리더의 필수 덕목이었다. 글로벌 지식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많은 CEO와 리더들은 이제 비즈니스 역량 중에 창의성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한동안 모든 경제적 딜레마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비용 삭감으로 간주했고 그런 시절에는 대담한 의사 결정자가 필요했다. 과감하게 공장 문을 닫고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러나 33개 산업 분야의 60개국 CEO들을 직접 대면 인터뷰한 IBM의 ‘글로벌 CEO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CEO들은 향후 5년간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리더십 자질이 창의성이라고 말했다.
혁신적 회사란 그 정의상 리스크를 포용하고 스마트 리스크에 대해서는 보상하는 곳이다. 생각하라고 권장 받고 생각하라고 ‘돈을 받는’ 곳이다. 의심하고 도전하고 실험하라고 말하는 곳이다. 그런 곳을 <킬 더 컴퍼니>에서는 생각하는 회사, 즉 ‘싱크잉크(Think Inc.)’라고 부른다.
싱크잉크는 싱크탱크처럼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상적 회사를 지칭하기 위해 이 책의 지은이 리사 보델이 만든 조어이다. 혁신 정신을 고취하고 실행에 옮기려면 먼저 좀비 회사를 싱크잉크로 변화시켜야 한다.
좀비 회사는 아무 생각 없이 현 상태를 따르지만 싱크잉크는 탐구심, 호기심, 주인 의식, 창의적 문제 해결, 독립성을 고취하고 장려한다. 싱크잉크는 최고위층 경영진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이 스마트 리스크를 감행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최상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요구한다. 바로 어떤 회사든 모두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그 모습이다.
그렇다면 회사는 혁신을 원하면서도 왜 혁신을 실천하지 못할까? 이해하기 쉽게 심장마비를 겪고 나서 건강한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을 예로 들어 비교해 볼 수 있다. 심장마비를 겪고 난 후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담배를 끊는 등 건강한 생활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단 20%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5명 중 4명은 자기 목숨이 달려 있어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윈은 변화에 대해서 ‘결국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변화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가로막는 현 상태를 깨부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개인이든, 회사든, 곧 한물간 구식이 돼 버릴 것임이 분명하다.
❐ 회사를 살리려면 때로 회사를 파괴해야 한다
당신이 참석하거나 주재하는 대부분의 회의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회의에 오고 싶어 하는가?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말하는가? 참석자들은 회의 주제에 집중하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 몰래 휴대 전화를 보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이메일에 답장하는가? 이런 행동이 무례하다는 것쯤은 모두가 알지만, 매일 요구되는 업무를 따라가려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 끝없이 밀려드는 정보와 데이터 요청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가 아는 어떤 임원들은 자신의 이메일을 차분히 볼 수 있는 시간은 안전하게 회의에 붙잡혀 있을 때뿐이라고까지 말한다. 책상에 있거나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면 팀원들이 온갖 사항에 승인을 요구하러 오기 때문이다.
그동안 리더들이 수많은 프로그램을 새로이 내놓고, 줄기차게 직원들에게 혁신을 요구해 본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일’의 회사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오늘’ 존재하는 나쁜 습관을 깨부숴야 한다. 이것이 회사 죽이기를 먼저 해야만 하는 이유다. 리더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이보다 더 혁신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혁신적이 되고 싶다고 해서 언제나 그 출발점이 혁신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동안 수많은 회사들이 혁신을 시도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흔히 혁신적 정신을 좌절시키는 견고한 습관이나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회사들이 궤도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를 죽여야 한다는 말이다.
책은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혁명을 시작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천편일률적인 변화 운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만들어 그 파장이 회사 전체로 퍼져 나가게 하라고 말한다.
창의적인 생각은 더 이상 크리에이티브 팀이나 전략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호기심이 넘치는 문화를 조성해 비생산적인 회의에서부터 결론이 없는 전략 보고에 이르기까지 이제껏 표준이라고 여겼던 관행들을 전부 뒤흔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혁명은 우리 속에 잠들어 있는 창조력을 깨워 줄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와 회사가 모두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책은 말한다.
처음부터 큰 변화를 주도하기가 힘이 든다면 작은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 주면 된다. 작은 변화의 물결을 만나다 보면 사람들은 큰 변화의 물결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혁신적 마음가짐과 에너지로 회사의 장기 목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유지하도록 노력한다면 회사는 이미 혁신적인 회사이며 미래를 소유한 회사가 될 것이란 책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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