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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이너처럼 세상을 바라본다면
    경제 2013. 5. 21. 10:14

    [욕망을 디자인하라]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갈수록 이해하기 힘든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한 가지만 잘해서 성공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스웨덴의 대학원생들은 스카프처럼 목에 두르는 에어백 헬멧을 개발해 자전거 이용자들의 치명적인 부상을 막았다. 스위스의 한 사회적기업은 목에 걸고 다니는 휴대용 정수기를 개발해 오지에 살거나 재난당한 사람들의 물 마시는 불편함을 덜어줬다. 뉴욕 시는 공공시설물과 도시 교통망을 리모델링해 시민들의 비만율을 크게 줄였다.

     

    <욕망을 디자인하라> 정경원 지음, 청림출판 펴냄

     

    <욕망을 디자인하라>는 회브딩의 라이더용 에어백 헬멧, 옥소의 굿그립스 주방용품,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 캘리포니아과학관의 친환경 옥상공원, 허먼밀러의 에어론 의자 등 세상에 깊은 인상을 남긴 디자인 제품과 건축물을 통해 디자인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고 혁신을 창조하는지 살펴본다.

     

    디자인 경영 전문가인 정경원 카이스트 교수는 이 책에서 디자인과 경영을 접목, 우리의 일상과 비즈니스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는 오늘날 디자인은 단순히 겉모양을 꾸미는 화장술이 아니라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혁신의 도구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국내 유수 기업의 디자인 경영 자문위원을 지내며 현장과 소통해온 지은이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려면 디자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방송, 광고, 출판 등 다양한 창조 산업의 성공 여부는 결국 디자인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창조 산업의 한 분야인 동시에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공통분모로서 창조 산업의 갖가지 활동들에 정체성을 부여해준다. 아울러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매력을 불어넣어주고 고객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때문에 창조경제에서는 디자인이라는 언어를 읽고 쓸 줄 알아야 제품이든 서비스이든 경험이든 더 강력하게 호소할 수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근거로 영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창조경제의 해법을 모색하고 미래 성장의 키워드를 제시한다.

     

    1997년 영국 총선에서 승리한 토니 블레어는 실업과 침체에 빠져 있던 영국 경제를 디자인이라는 창조 산업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이 살아남을 길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경제에서 탈피해 지식재산을 활용하는 창조경제로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판단한 블레어는, ‘문화미디어스포츠부를 신설해 창조 산업 전반을 지원하게 하고 영국지식재산청에 지식재산권 관련 업무를 전담하게 하는 등 창조경제의 발전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오늘날 영국은 전통적인 창조 산업을 확장해 문화적 창조성을 건설·제조업·미디어 등 각 분야에 접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가고 있다. 지은이는 이처럼 영국의 창조경제가 성공한 비결로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블레어 집권 이후 정부가 앞장서서 여러 분야의 활동들을 통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지속한 덕분이다. 아울러 지적재산권 강화,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 불필요한 규제 철폐, 국내외에서의 다양한 진흥 활동 등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이 한몫했다.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역량이 영국 창조 산업의 활성화에 적극 기여했다.

     

    지은이는 빅토리아 여왕 시절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해온 디자인 역량이 영국의 창조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연계해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은 한국이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디자인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 디자인 컨트롤타워를 갖춰야 하며, 이를 토대로 디자인 관련 업무들이 큰 틀에서 융합해 시너지를 일으키게 하는 우산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모두 '특별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코카콜라하면 가장 먼저 연상하는 것이 바로 펜으로 흘려 쓴 것 같은 로고일 것이다. 이 새로운 음료의 이름을 짓고 로고를 디자인한 사람은 회사의 경리 사원이던 프랭크 로빈슨이다. 평소 글씨를 잘 쓰는 등 그래픽 디자인 센스가 있던 로빈슨은 코카콜라라는 재료의 이름을 따서 코카콜라라 명명하고 두 개의 ‘C’가 크게 강조된 스펜서체 로고를 디자인했다. 이 로고는 1893년 상표 등록되었으며 100여 년 동안 유행과 디자인 트렌드의 변화에 부응하여 계속 발전되어왔다. 로고의 하단에는 코카콜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요소인 다이내믹 리본이 있다. 이 리본은 코카콜라의 역동성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원래 빨간 바탕에 우아한 하얀 곡선으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2003년부터는 여러 개의 곡선이 다양한 색상과 질감으로 연출되고 있다. 은색과 노란색을 추가하여 현대적인 느낌과 긍정적인 느낌이 강화되었으며, 띠의 가장자리를 두르고 있는 탄산음료 특유의 기포를 통해 한껏 밝고 상쾌한 느낌을 준다.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고객의 욕망을 제대로 충족시키려면 보통의 제품으로는 어렵다. 특별함이 담긴 베스트 디자인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디자인은 고객의 욕망을 읽어내고 그것을 채워주는 혁신의 수단으로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도 기여한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세상을 혁신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로운 관점에서 발견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시장 조사자나 판매 담당자의 사고를 넘어서는 통찰력을 요하는 일로서 디자이너의 영감이 필요하다.

     

    지은이는 혁신적인 것을 개발하려면 독창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디자인적 상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작게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서부터 크게는 국가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특별하게 만드는 것모두가 디자인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이런 생각에 근거해 사회적 통섭, 빅데이터, 창조경제 등 사회를 지배하는 주요 이슈와 연계해 디자인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짚어보고 세계적인 기업과 도시,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며 혁신을 창조하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논한다. 이를 통해 경영에는 사람의 보이지 않는 욕망까지 읽어내는 디자인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에는 디자인 경영으로 창조와 혁신을 이룬 다양한 기업과 도시, 국가들의 사례가 수록돼 있다. 여기서 제시하는 사례 중에는 세계적 디자인 기업인 애플과 코카콜라의 혁신 스토리 이외에 무인양품의 노브랜드철학, 허먼밀러의 디자인 마당이야기 등의 새로운 사례도 등장한다.

     

    일본의 생활용품업체 무인양품은 표준적인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노브랜드정신을 디자인으로 구현하고 있다. ‘브랜드가 없는 좋은 제품을 표방하는 이 회사는 생산 과정을 간소화하고 가격 거품을 걷어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01년부터 아트디렉터를 맡아온 하라 켄야는 광고부터 제품 라벨까지 무인양품의 디자인 전략을 새롭게 개선하고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디자인 철학을 정립했다. 창업 당시부터 그가 부임하기 전까지 무인양품이 표방한 이유가 있어 싸다는 철학은 저가자체를 의미했다.

     

    반면 그의 철학은 합리적인 가격대를 의미하며, 이성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저가임에도 불구하고 고가보다 더 멋지게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제품 하나하나를 고가품이라는 느낌보다는 이 정도면 디자인도 적절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무인양품 디자인 철학의 핵심이다.

     

    미국의 가구회사 허먼밀러는 인체공학적 의자로 널리 알려졌다. 이 회사의 베스트셀러인 에어론 의자, 미라 의자, 세일 의자는 정형외과 전문의와 혈관학 전문가에게 의뢰해, 몸의 구조와 앉는 습관은 물론 주거 문화까지 면밀한 조사를 거쳐 사람의 몸에 꼭 맞게 디자인됐다. 주목할 점은 세 의자 모두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디자인됐다는 사실이다.

     

    허먼밀러는 디자인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내외를 가리지 않고 디자인 재능이 뛰어난 인재들을 초빙해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을 도모하고 있다. 이 회사의 본사에는 디자이너, 엔지니어, 기획자, 마케터 등 다양한 사람이 만나 아이디어를 나누는 디자인 마당(Design Yard)’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사무실 환경을 개선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할 경우, 브레인스토밍부터 갖가지 실험과 모형 제작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업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오래 사용해도 물리지 않는 허먼밀러의 가구들은 그런 환경에서 디자인되고 있다.

     

    끝없는 혁신을 통한 성장만이 기업을 영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지금, 디자인 경영은 이성적이고 계량적인 의사결정이 지배하는 경영에 창조성을 불어넣어주는 매개체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 경영의 핵심 메시지다.

     

    디자인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에 긍정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때로 기업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책은 위기의 시대에 개인과 기업이 갖춰야 할 새로운 비즈니스 소양으로 디자인적 상상력을 제시하며 디자인을 통한 새로운 혁신의 방법론을 알려준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사진제공: 건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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