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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사다리의 정상에 선 사람은 누구?경제 2013. 6. 10. 22:25
[Give and Take]
인간만 남을 돕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동물들도 다른 동물을 돕거나 협력할 때가 있다. 물론 ‘생존’에 필요한 경우에서다. 새끼를 번식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 먹이를 구해야 할 때, 천적에게 공격을 받을 위험이 높을 때 등이 그러한 경우다.
인간 역시 과거에는 종 번식을 위해, 불가항력적인 자연의 변화나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연대했다. 그렇지만 인간의 이타적 행동에는 동물의 협력과 차별화되는 이유가 더 있다.
세 살짜리 어린아이와 다 자란 침팬지, 오랑우탄에게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대부분의 항목에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숫자와 크기, 원인 결과, 공간 내 사물의 배열 같은 이해력 문제는 양쪽 다 잘 해결했다. 일부 기억력 테스트에서는 침팬지가 인간을 능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회지능만큼은 어린아이가 침팬지와 오랑우탄을 능가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침팬지보다 높은 사회지능을 갖게 됐을까. 미국의 인류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의 가설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지능은 공동 육아를 통해 형성된 것이다. 몇 년 동안 야생 원숭이와 함께 생활하던 허디는 거의 모든 원숭이가 어미 혼자 육아를 책임지는 데 반해 인간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평균적으로 엄마가 아이와 관련된 일의 절반만 떠맡는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다른 가족이나 친척, 친구, 이웃, 전문 교육가 같은 외부인이 나눠 맡는다.
애덤 그랜트 지음, 윤태준 옮김, 생각연구소 펴냄 허디는 이런 식의 공동 노력을 인간의 협동심의 원천으로 본다. 공동 육아는 엄마가 자신과 아기의 먹을 것을 구하고 휴식을 취해 재임신이 가능한 몸으로 만들어주므로 번식력이 높아진다. 이에 반해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지내는 인간 어른과 아기의 관계는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어미와 새끼 원숭이의 결속에 비해 훨씬 허약하다는 딜레마를 가져다준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기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타인의 기분과 욕망을 파악하고 그에 적응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지능이 뛰어난 아기가 더 잘 살아남게 됐다는 설명이다.
1954년, 미국의 심리학자 무자퍼 세리프는 22명의 소년들을 모집해 두 팀으로 나누고 각각 ‘방울뱀’과 ‘독수리’라는 이름을 지어줫다. 그리고 며칠간 강변에서 야영을 하게 했다. 처음 만난 아이들은 스스로 리더를 뽑았으며 나름의 관습과 의례까지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팀은 다른 집단의 소리만 들려도 서로 욕을 해댔다. 그리고 상대 팀이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서로 챙겨주고 나눴다. 수영을 못 하는 같은 팀 친구를 비웃던 아이들이 갑자기 수영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갈수록 양 팀 간의 혐오감과 적의는 심해졌고, 그럴수록 집단 내 이타심은 커져갔다.
인간의 이타심은 공정함이라는 바탕 위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이기적인 사람, ‘무임승차’로 정의와 공공성을 해치는 사람을 처벌한다. 처벌을 위해 자신이 비용이 드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때로는 공정함을 향한 갈망이 복수심과 질투심을 낳기도 한다. 나의 선의가 이기적인 사람에게 가지 않도록 올바른 수혜자를 찾고자 하는 욕구는 집단 내 인맥을 형성하고, 집단 내 구성원은 무조건 돕는다.
집단 내 경쟁을 막기 위해 모든 구성원을 평등하게 만들고, 누군가가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심한 경우 집단에 대한 과도한 충성을 요구하거나, 다른 집단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극단적 테러리스트들은 집단 내에 대한 지나친 이타심의 어두운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세리프는 방울뱀 팀과 독수리 팀을 화해시킬 해법을 찾아냈다. 공격적 충동을 새로운 공동의 목표로 돌린 것이다. 그는 야영지에 마실 물을 공급하는 수도관을 막고, 아이들이 협력해야만 물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경쟁 관계의 집단에게 상위의 목표를 부여하면 라이벌 의식을 극복할 수 있다.
❐ 도와주면 '남 좋은 일'만 하는 것일까
통념적으로 탁월한 성공을 거둔 사람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바로 타고난 재능과 피나는 노력, 결정적인 타이밍이 그것이다.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로 ‘호혜의 원칙과 성공의 상관관계’를 10년 이상 연구해온 애덤 그랜트는 <Give and Take(기브앤테이크)>에서 대단히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하는 성공의 네 번째 요소를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 규정한다.
그는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테이커, taker)이나 받는 만큼 주는 사람(매처, matcher)보다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기버, giver)’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목할 만한 가설을 내놓는다.
삶에서 특히 일터에서 권력을 차지하고, 경쟁에서 승리해 마침내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이익보다 내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남보다 강해져야 하며,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성공의 철칙’은 오랫동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해왔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책은 이에 대해 상식을 깬 대답을 내놓는다. ‘독한 놈이 성공한다’는 비즈니스의 오랜 명제는 틀렸으며, ‘양보하고, 배려하고, 베풀고, 희생하고, 조건 없이 주는 사람’이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세계 각국에서 펼쳐진 수많은 최신 심리 실험과 경영학 이론, 그동안 접한 적 없는 독창적인 사례를 들며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가설을 ‘진실’로 탈바꿈시킨다.
이 책은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성공에 대한 고정관념, 즉 강한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는 ‘승자 독식’의 근본 명제를 뒤집는다. 또 착한 사람은 이용만 당할 뿐 성공하기 어렵다는 불문율을 깨뜨리며 ‘바쁜 와중에도 누군가를 돕고, 지식과 정보를 기꺼이 공유하며, 남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사람, 즉 기버가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입증한다.
지은이는 실제로 책의 핵심 메시지를 실천하는 책의 주인공이다. 책에는 그가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 남을 위해 베풀어 좋은 성과를 낸 경험담이 실려 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통해 그가 수많은 학생들의 이메일에 일일이 답해주고, 그들의 상담에 싫은 내색 없이 응해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를 찾아 매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좌우명은 남을 돕는 것이며, 그가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제가 뭐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다.
그랜트의 생활신조는 도움이 되는 것 (helpfulness)이다. 그는 자신에게 수상 기회가 오면 항상 다른 사람을 추천하고 사려 깊은 비판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학생들을 위해 장문의 추천서를 써주는 선생이자 동료다. 그는 1년에 거의 100 통에 달하는 추천서를 써준다. 심지어 생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최근에 영국의 워릭 비즈니스 스쿨 (Warwick Business School)에 다니는 학생이 이메일로 그에게 존경을 표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논문을, 그것도 최고 권위의 저널들에 쓸 수 있는지 물어왔다. 그렌트는 이 이메일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에 일일이 답장을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지 않았다. (…) 더 나아가 그랜트는 집에 돌아와서도 200여 통이 넘는 이메일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의논하고 싶으면 전화해도 좋습니다”라는 답장을 쓰면서 몇 년 전에 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연례콘퍼런스에서 생산성에 대해 발표한 자료를 첨부했다. / <뉴욕타임스> 기사
지은이에게 ‘남을 돕는 일’은 생산성의 적, 즉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시간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생산성과 창의성 증대를 자극하는 동기부여 요소다. 그는 항상 누군가를 도와줬다. 그러면서도 항상 생산적이었다.
그는 이 두 가지 요소, 도움을 주는 행위와 생산성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늘 궁금해 했다고 한다. 그가 젊은 나이임에도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자신의 생활신조, 즉 돕는 행위와 생산성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집요하게 파헤쳤기 때문이다. 책에는 그동안 진행해온 그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담겨 있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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