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프레임]


미국에서 시작된 게임화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IT 분야 리서치와 컨설팅업체인 가트너는 오는 2014년까지 글로벌 기업의 70% 이상이 게임화를 적용한 혁신 전략을 도입할 것이고, 2015년이 되면 기업의 50% 이상이 그들의 업무 혁신 과정을 게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IT클럽은 올해 키워드로 ‘실생활의 게임화’를 지정한 바 있다.


‘게임화(Gamification)’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 디자인적인 요소와 재미 요소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자발적 재미가 강력한 몰입으로 이끄는 게임의 요소를 현실 세계에 적용한 ‘행동 게임’을 통해 실생활에서 긍정적인 변화와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프레임> 애런 디그넌 지음, 고빛샘 옮김, 돋을새김 펴냄


사실 게임화는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게임의 요소를 활용한 마일리지 제도나 포인트 적립 등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또 기업의 경영 전략에만 국한되는 개념도 아니다. 인간은 게임화를 통해 사소한 일이라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화를 실생활에 적용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게임과 게임 메커니즘을 잘 활용하면 누구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게임 프레임>이 주장하는 요지다. 책은 우리의 의욕이나 능력 부족 문제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치료제로서 ‘행동 게임’을 제시한다.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놀이 방법을 고안해낸다. 예를 들면 집으로 가는 길에 보도블록 위의 금을 밟지 않기 위해 땅만 쳐다보며 걸었던 적이 혹시 없는가? 영화관 매표소에서 친구와 따로 줄을 선 후 누가 먼저 표를 사는지 내기해본 적은? 러닝머신 위를 달리다가 마지막 남은 400미터를 완주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지구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상상해본 적은? 우리는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이런 정신적인 놀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놀이는 지루하거나 따분한 활동을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 인간은 본능적으로 놀이를 즐긴다. 또한 놀이는 인간의 잠재력을 펼치는 원동력이다. 놀이가 재미있는 것은 당연하다. 재미는 강력하다. 우리는 모두 재미를 추구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의식적으로 흰 선만 밟는다거나,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할 때 동전 던지기로 결정한다거나, 친구와 커피 내기 가위바위보를 한다거나 하는 것이 그 예다.


게임의 재미 요소를 부여하면 평범하거나 지루한 일도 흥미롭게 바뀌곤 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이뤄내야 하는 일에도 게임의 틀을 적용할 수 있다.


❐ 스타벅스가 골드카드를 발급하는 이유는?


인간은 결정을 내릴 때 그 선택이 강요된 것일지라도 자신에게 권력이 있다고 느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 가지 긍정적인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할 때 상대의 반응 빈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아이에게 그냥 과일을 먹겠느냐고 물을 때보다 사과와 오렌지 중 어떤 것을 먹겠느냐고 물을 때 아이가 과일을 먹을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있어 게임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본능적으로 놀이를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와 재미와 몰입이라는 게임의 강력한 힘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나이키와 애플이 합작한 나이키 플러스를 들 수 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이키 플러스를 이용하면서 게임을 한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피드백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의 발전 수준을 확인하고 더 의욕적으로 목표를 추구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또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온라인 순위 게시판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이키 플러스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소인 게임 메커니즘은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넘나들며 달리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확대시켰다. 이에 나이키 운동화는 오늘도 세계 각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몇 년 전 나는 인터넷을 하다 우연히 ‘뽁뽁이 달력’이라는 것을 보고 바로 주문했다. 이 큰 벽걸이 달력에는 365일이 한 장에 모두 담겨있었으며, 숫자 위에는 흔히 ‘뽁뽁이’라고 부르는 에어 캡이 붙어있었다. 이 달력을 본 사람은 누구나 에어 캡을 꾹 눌러 터트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본능적인 반응이다. 이 달력을 잘 활용하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약간의 재미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가장 늦게 퇴근하는 직원에게 그날의 뽁뽁이를 터트릴 수 있는 권리를 주기로 했다.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게임이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그 효과는 놀라웠다. 그 달력을 걸어놓은 1년 동안 직원들은 오로지 그날의 뽁뽁이를 터트리겠다는 일념으로 야근 경쟁을 했다.


게임을 통해 운동의 즐거움을 극대화한 나이키 플러스 외에도 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먹으면 포인트를 주는 다이어트 업체의 사이트, 뽁뽁이 달력으로 야근 경쟁을 촉발한 언더커런트, 143만 명 이상이 참여한 골드러시 마케팅을 펼친 삼성전자 등 ‘게임화’ 전략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비즈니스 트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앞 다퉈 ‘게임화’ 전략을 주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재미 이론을 통한 폭스바겐의 사회 변화 운동 프로젝트의 사례는 게임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넘어 사회의 긍정적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게임 메커니즘으로 개인뿐 아니라 사회의 긍정적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사람들의 행동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인 재미 요소와 게임 메커니즘을 활용해 틀을 짜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을 촉구해 긍정적 변화와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 동기를 부여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게임의 요소를 활용하는 것이다.


게임 프레임이 궁극적으로 상징하는 것은 ‘변화’다. 지루한 일을 재미있게, 평범한 일을 특별하게, 고리타분한 일을 신선하게 바꾸는 것이다. 재미는 현실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우리는 그 무기를 사용하여 비효율적인 시스템과 조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손정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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