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운동화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회사의 대명사가 됐다. 또 스타벅스는 커피 체인점이 아니라 커뮤니티라는 아이디어를 파는 회사가 됐다.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NO LOGOㅣ나오미 클라인 지음ㅣ이은진 옮김ㅣ살림biz 펴냄 이처럼 지난 10여 년간 다국적기업의 브랜드 전략은 최신 기술과 소프트웨어로 무장하며 다채로운 마케팅 기법을 선보여 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메시지는 여전히 지난 10여 년 전과 동일하고 유효하다. 즉 기업은 이제 물건이 아니라 이미지를 판다. ‘브랜드’를 파는 것이다.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No Logo)≫에 따르면, ‘제품이 아닌 브랜드!’라는 전략은 아주 기발해 보이지만 기업이 생산을 완전히 초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반드시 세계적 브랜드가 의미를 부여할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유무역 지대’가 등장한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진 로사리오 경제특구가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공장에서 아무리 오래 일을 해도 집에 보낼 돈은 고사하고 푼돈밖에 벌지 못한다는 데 있다. 봉제 공장에서 일하는 라쿠엘이라는 10대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에 땅이 좀 있었다면 고향에서 땅을 일구며 살았겠죠. 하지만 우리는 땅이 없으니까 일이 고되고 상황이 힘들어도 공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어요. 채용 관리자는 보수가 좋을 거라고 했지만 부모님께 돈을 보내기는커녕 혼자 생활하기에도 빠듯해요.” 결국 카비테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들에겐 돈도 없고, 집도 없다. 수면 부족과 영양실조에 향수병이 더해져, 기숙사 방에는 깊은 상실감이 흐른다.:::

 

지은이 나오미 클라인은 직접 이곳에 잠입해 노동자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참혹한 노동현장을 고발한다. 이곳의 나이 어린 노동자들은 두꺼운 벽 하나로 공장과 분리된 콘크리트 창고가 전부인 ‘기숙사’에서 산다. 대부분 농장을 개조한 건물로, 정말 돼지우리에 지붕만 얹어 놓은 방도 있다. 임금은 너무 낮아서 거의 대부분의 지출이 기숙사비와 교통비로 나간다. 언감생심 자기가 만든 소비재를 살 꿈도 꾸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무역 지대는 지역 경제를 촉진하는 것은 고사하고, 노동자들이 먹고살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비단 제3세계의 경제특구가 아닌 곳에서도 노동환경은 나아지지 않는다. 공장 일은 외주 계약으로, 봉제 일은 가내수공업으로 전환되고, 모든 산업 부문에서 임시 계약직이 안정적인 정규직을 대체한다.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등 서비스업계 유명 브랜드 기업들은 “점원은 정규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 보장과 생활임금,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관념을 널리 퍼트리면서 적법한 의무를 교묘히 회피한다. 고용주들은 직원들을 어린아이 대하듯 다루고, 용돈을 벌기 위해 방학에만 잠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취급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취미로 할 수 있는 일을 청소년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거라고 주장하면서 사람들을 속인다. 등록금은 오르고, 정부 지원은 줄어들고, 학업 기간은 늘어나지만, 고용주들은 그저 시치미를 떼고 사람들을 세뇌시킨다. 이러한 덕분일까? 이제 다들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는 그저 취미 생활일 뿐이고, 소매점은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경험’을 쌓기 위해 일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케이더와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공장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가장 어린 노동자가 열네 살이었고 대부분 열아홉 살 정도였다.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사고 후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사망자들은 대개 이탈리아와 러시아에서 온 이민자들이었다. 그중 반은 가족보다 먼저 미국에 건너와 부모형제의 이민 경비를 벌고 있었다. 케이더 공장에서 화재로 사망한 이주농 출신 여성들과 처지가 비슷했다. 케이더 공장처럼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공장 건물에도 제대로 된 비상구가 없었고, 가연성 물품이 잔뜩 쌓여 있었다. 게다가 노조 간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항상 밖에서 문을 잠그고 일했다. 화재가 발생하자 여성 노동자들은 케이더 여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옷가지로 몸을 감싸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죽더라도 가족들이 자기 시체를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은이가 브랜드의 무소부재를 외친 이후에도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오늘날 브랜드는 어디에나 있다. 어린이 콘서트에도, 소파에 앉아 있는 아이들 옆에도, 영웅이 나오는 영화 속에도, 인터넷 채팅방에도, 운동장과 농구장에도 브랜드는 있다. 심지어 이제 브랜드는 학교에까지 침투했다. 많은 학교가 기술 장비를 구입하려고 민간 기업에 손을 벌렸고, 적자에 시달리는 구내식당과 스포츠 프로그램에 기업 광고를 유치했다. 순수한 학문 연구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갖춘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 교정에 브랜드라는 꼬리표가 붙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우리는 이미 슈퍼 브랜드로 무장한 기업들에게 모든 사적·공적 공간을 장악당한 것이다.

 

이러 상황에선 ‘선택’의 문제가 절실할 정도로 중요해진다. 그런데 이 상황이란 것이 우리에게 너무나 불리하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지은이는 “이미 진열대에서부터 소비자 선택권을 해치는 기업활동이 발생하고 있다. 월마트 매장 매니저가 진열대에서 특정 잡지를 치우고, K마트는 자신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CD 재킷을 바꾸고, 블록버스터 같은 대형 비디오 매장은 새로 나온 영화가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매를 거절한다. 이런 일들은 해당 지역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문화 산업 전반에 파장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제작해야 하느냐는 제작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란 예측이다. 이렇듯 기업들은 이미 전체 문화 판도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라면 이러한 자의적인 검열 조치가 시민의 자유와 공적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No Jobs! No Logo!

“언제나 맑게 깨어 있으라”

 

지은이는 자신의 저서인 <쇼크 독트린(The Shock Doctrine)>에서 강조하듯 이러한 현실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정보의 공유를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경을 넘어 연대하며 모두 함께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슈퍼 브랜드를 밀어내고 시민 중심의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은이는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하고, 언제나 극단이 아닌 균형 잡힌 지성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 돼 버린 나오미 클라인의 ‘노 로고(No Logo)’는 기업이 주도하는 규칙에 맞서 진정한 대안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지성적 행동주의를 일컫는 말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5년여에 걸쳐 전 세계의 노동 환경을 직접 뛰어다니며 조사한 관찰 기록이자 그 결과물이다. 책과 관련한 사항은 웹사이트(www.nologo.org)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처=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