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인성 교육 문제, 나아가 사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열쇠를 ‘아기’가 가지고 있다면?

 

공감의 뿌리ㅣ메리 고든 지음ㅣ문희경 옮김ㅣ심상달 감수ㅣ샨티 펴냄 캐나다의 유치원 교사였던 메리 고든은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가 가진 힘’을 발견하고 지역에 사는 갓난아기를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에 초대해 아이들로 하여금 1년 동안 갓난아기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도록 하는 ‘공감 능력을 높이는 심리 교육’ 프로그램인 ‘공감의 뿌리’를 시작한다.

 

공감의 뿌리 강사가 교실에 초록색 담요를 바닥에 깔면 아이들이 마법에라도 걸린 듯 조용히 담요 가장자리에 둘러앉는다. 교실에 들어온 엄마가 담요 위에 앉아 안고 있던 아기를 내려놓으면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기가 하는 행동을 지켜본다. 아이들은 아기의 첫 이가 났는지, 만나지 못한 동안 얼마나 자랐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엄마에게 질문한다. 뒤집기나 장난감을 찾아내는 새로운 과제를 성취할 때마다 진심으로 기뻐해 준다. 이렇게 아이들은 아기의 감정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감정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감성 능력을 키우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갓난아기의 눈부신 성장을 지켜보고 사회 편견이나 고정 관념에 노출되지 않은 아기를 만나면서 자신의 순수한 마음과 따뜻한 감정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또한 ‘공감 능력’을 배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을 ‘왕따’시키거나 폭력을 행사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이의 사소한 놀림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됐다. 아울러 부모가 된다는 것과 아기가 받아야 할 보살핌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십대 미혼모 문제도 줄어들었다. 이 프로그램이 실시된 지 10년이 지난 후 캐나다 전역에서 집단 괴롭힘이나 따돌림 현상이 90퍼센트나 줄어드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으며, 공감 능력의 발달과 함께 학습 능력도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런이라는 한 아이의 경우를 보자. 네 살 되던 해 눈앞에서 엄마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았고 양부모 집을 전전하며 살아왔던 아이는 자기를 업신여기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 험상궂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에게 6개월 된 아기 에반이 안긴다. 작고 영리한 아기는 대런의 포대기 안으로 쏙 들어왔다. 교실 한쪽에서 아기를 안아주던 대런은 강사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무한테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나요?”

 

열 살 제시는 어떤 남학생이 다른 아이가 쓰고 있던 모자를 잡아채는 장면을 목격했다. 공감 능력이 있으면 놀림당한 아이가 어떤 기분인지 안다. 아이들과 줄지어 서 있던 제시가 앞으로 나오더니 모자를 빼앗은 아이에게 다가가서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쟤한테 다시 모자를 돌려줘.”

 

대런과 제시는 공감의 뿌리 수업을 통해 공감 능력과 감성을 키웠다. 감성은 우리를 인간으로 묶어주는 요소로, 서로에게서 인간애를 발견하는 능력은 관계 맺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감성은 아이들이 학대받거나 방치되는 문제가 자식 세대로 대물림되는 현상의 악순환을 끊고 사회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이렇게 구경꾼이나 방관자가 없는 공감의 뿌리 교실의 수업은 명확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소외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씨앗이 된다.

 

‘공감의 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지역 공동체가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끌어나간다. 먼저 지역 사회의 일원들이 공감의 뿌리 교실에 참가할 가족을 선정한다. 학교와 가족 간의 공동체 의식이 커지고 가족이 그 학교의 문화적 측면을 반영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학교 인근에 거주하고 다양성을 대표할 수 있는 가족으로서 아이들이 발달 단계를 잘 볼 수 있도록 생후 1년 미만의 어린 아기를 초대한다. 육아에서 남자의 역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아빠를 초대하기도 하고 한부모 가족이나 장애가 있는 아기도 환영한다.

 

이렇게 초대된 아기가 타고난 공감 능력을 갖춘 교사일 수 있는 이유는 사랑스럽고 위협적이지 않아서 공격적이거나 소외된 아이들일지라도 소통의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기가 퍼뜨리는 마법과 주문에 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사랑받을 때 얼마나 세심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도 배우게 된다. 인간으로 성장하는 능력, 먼저 다가가서 관계를 맺는 능력은 절대적으로 믿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최초의 관계에서 발달한다.:::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은 다양한 자녀 교육 프로그램에서 좌절감만 맛보았던 교사와 부모에게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글로 엮은 ≪공감의 뿌리≫는 아기의 역할에서 나아가 교육 주체인 교사와 부모에게도 자신들의 역할을 새롭게 보도록 한다.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 인격 형성이 좌우되고 또 교사를 통해 삶이 크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늘날 과도한 경쟁 교육 속에서 다치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 외우기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교육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이고도 아름다운 희망의 씨앗을 건넨다. [출처=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