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지배≫는 미 국방부가 지난 1960년대 냉전 시절부터 현재 오바마 행정부까지 암암리에 실행해온 ‘전방위 지배(Full Spectrum Dominance)’ 프로젝트를 파헤친 책이다.

 

전방위 지배ㅣ윌리엄 엥달 지음ㅣ유지훈 옮김ㅣ 에버리치홀딩스 펴냄전방위 지배는 육·해·공을 비롯해 우주와 사이버공간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전 영역을 삼킬 미 국방부의 가장 비밀스럽고도 위험한 계략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실 전체주의를 지향한다. 그렇지만 ‘자유시장과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레이더망을 교묘히 피해 세계 곳곳에 침투해 ‘자원을 뺏는 전략’을 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정치적 선전으로 우익·주류 매체를 장악하는가 하면, 전 바르샤바 조약 가입국들을 꾀어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시킨다.

 

또한 러시아 주위에 군사 기지를 설치해 천연가스 유통을 막으며, 색깔 혁명과 로비로 친미 정권이 들어서게끔 한다. IMF로 아시아 경제를 장악하며,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는 원자재 전쟁을 벌일 요량으로 고릴라 보호 단체 같은 NGO를 이용해 게릴라 부대에게 무기를 밀반입하기도 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가 기폭제가 돼 부시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적까지 소탕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테러아와의 전쟁’을 선포, 얼마 후에는 국민의 자유를 볼모로 삼은 애국법마저 통과시켜 이라크 석유 쟁탈전을 감행했다.

 

이 밖에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직전에 티베트와 테헤란의 용역 업자를 이용해 폭동을 일으켜 국제사회의 ‘왕’이 누구인지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 책은 미 국방부의 전략에 가려진 어두운 과거와 앞으로 다가올 재앙을 파헤치기 위해 역사·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냉전이 끝난 1991년부터 현재 오바마 행정부까지 지난 20년의 사적을 조명한다.

 

미국, 냉전을 끝내지 않는 나라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돼 30년간 지속된 냉전이 끝났다. 미국은 냉전 시대의 핵 위협을 줄이고 민간 인프라 재건을 장려하며 러시아가 바르샤바 조약 기구를 탈퇴했듯이 NATO를 해체하고 유라시아를 세계적인 경제 지역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러시아를 완전히 짓밟아 세계 최고가 되고자 전 세계를 미국 미사일 사정망 안에 가두기로 했다. 러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가스·석유)이 다량 매장돼 있고, 냉전 시대에 미국보다 앞선 군사력을 구축해 놓았으며, 영토가 크고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유라시아 어느 지역과도 가깝고 미국의 전력이 닿지 않아 미국에겐 다루기 가장 어려운 곳이다. 즉 재력·자원·인력·군사력·지리의 최고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미국은 바르샤바 조약 기구가 해체된 후 통일된 독일, 체코, 폴란드와 헝가리를 NATO에 끌어들였다. 이는 바르샤바 조약 탈퇴 국을 NATO에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다. 미국은 NATO 회원국에 미사일·군사 기지를 설치하여 러시아를 포위하고 견제했다. 또 러시아의 가스 파이프라인을 막을 목적으로 주변국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IMF, NGO와 싱크탱크 등을 개입시켜 러시아의 자금줄을 압박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7년 2월 독일 베르쿤데 안보 회의에서 “NATO는 러시아 국경에도 병력을 주둔시켰다. 그들의 확대는 동맹국의 현대화라든가 유럽의 안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는 신뢰를 좀먹는 도발 행위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토가 누구를 위해 세력을 키우고 있으며 바르샤바 조약이 해체된 후 서구 우방들이 한 약속은 무시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도발적인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이에 서방 언론은 충격에 휩싸였고, 서구와 러시아 간 ‘신 냉전’이 처음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더불어 미국이 견제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07년 아프리카 43개국을 초청해 석유 협상을 벌인 바 있다. 아프리카에 무이자로 융자해주며 일부 최빈 채무국에 학교와 고속도로, 병원, 인프라 구축 등을 도와주는 대신 석유를 공급받았다. 미국의 IMF와 세계은행의 혹독한 구제 금융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이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데 군사력을 이용했지만 중국은 ‘비폭력 전술’인 인권을 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진 미 국방부는 중국과 함께 떠오르는 신 경제대국인 인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올림픽 직전에 티베트 승려들을 비밀리에 후원해 대대적인 폭동을 일으키고 세계 정상들을 동원해 중국을 비판하고 공개적으로 티베트를 응원하고 나섰다. 이는 독일에 이어 폴란드와 체코가 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혀 중국에 심각한 이미지 손상을 입혔다.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한 티베트는 우라늄과 붕사가 가장 많이 매장된 지역이고 전 세계 50퍼센트의 리튬이 생산된다. 또 석유와 철, 금, 삼림이 넉넉해 티베트를 미국의 품으로 안을 경우, 미국은 중국의 자금줄을 막는 동시에 인도와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어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미 국방부가 지구를 지배할 군사 전략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는 언론을 철저히 통제했기 때문. 이 책의 지은이인 윌리엄 엥달를 비롯해 노엄 촘스키 등 좌파 학자들은 ‘미국이 전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책임진다’는 인상을 남긴 것은 전방위 지배라는 사기극이 먹혀들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출처=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