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에서도 나눔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나눔의 의미와 방법을 좀 더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눔의 기술ㅣ찰스 브론프먼·제프리 솔로몬 지음ㅣ김세미 옮김ㅣ이마고 펴냄세계적 나눔가와 비영리조직 전문가가 함께 쓴 ≪나눔의 기술≫은 기부자들에게 기부의 목적과 방법, 의미를 알려주고 그들과 파트너십을 맺게 될 비영리조직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는 기존의 나눔과 대비해 영혼과 계획, 따뜻한 감성과 냉철한 이성(비즈니스 마인드)을 겸비한 ‘새로운 나눔’을 제안한다.

 

책에 따르면, 새로운 나눔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나눔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나눔이라는 대의에 감정적으로, 일시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수혜자들에게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같은 액수로도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계획적 나눔을 고민하자는 것.

 

이를테면, 이전의 나눔은 백만장자의 자선행위 같은 것이 대표적이었다. 백만장자들은 도움을 호소하는 기부단체들을 접하고 지갑을 열어 거액을 희사함으로써 세상의 칭송과 자기만족을 누렸다. 그들은 기부를 하면서 그 돈이 어디로 갈지, 어떻게 쓰일지, 어떠한 결과를 낼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은이는 이러한 과거의 나눔과 새로운 나눔, 자선(charity)과 나눔(philanthropy)을 구분하며 “파급 효과는 별로 없이 자원만을 낭비하는 자선행위, 목적의식 없는 나눔은 이제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부자들은 점점 영리해지고 있다. 오늘날 새로운 나눔가들은 명확한 목적의식과 계획을 가지고 기부한다. 수혜자를 기관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결과를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며, 자신의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면 즉시 다른 기관을 찾아 나선다.

 

나눔가가 비영리기관에 돈을 기부함으로써 그들의 사업을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나눔사업(목적)을 위한 실행도구로 비영리기관을 고르고 감시하는 것, 바로 이것이 최근 나눔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렇담면 왜 이러한 변화가 생겼을까? 현대사회의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사라진 것이 아마도 큰 이유이고, 한때 존경받던 비영리단체들이 스캔들로 권위가 실추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하지만 책은 더 직접적인 요인이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에 있다고 말한다. 권위와 기관을 신뢰하던 기성세대(제2차 세계대전 이전 세대)에 비해 저항과 민권운동의 세례를 받은 베이비붐 세대는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변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나눔에 대한 세 가지 질문

 

이 책은 ‘왜 나누는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무엇을 나눌 것인가?’ 등 세가지 개념이 서로 긴밀히 연관됐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나눔의 방법에 대해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가장 쉽게는 기존의 단체에 돈을 투자할 수도 있고, 병실을 방문해 환자들에게 음악으로 용기와 희망을 주는 ‘뮤지션 온 콜(Musicians on Call)’이나 가난한 여성들에게 면접 때 입을 정장을 빌려주는 ‘드레스 포 석세스(Dress for Success)’처럼 새로운 필요를 발견하고 개인이 직접 시작할 수도 있다.

 

또한 여력이 된다면 가족재단이나 벤처 펀드의 형태로 다른 비영리조직을 후원할 수도 있고, ‘선물 바꾸기(www.changingthepresent.org)’나 ‘기부자의 선택(DonorsChoose.org)’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웹상의 가상단체를 만들어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나눔사업을 벌일 수도 있다. 아울러 아쇼카(Ashoka)나 에코잉그린(Echoing Green)처럼 수혜자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자금과 교육을 제공하는 형태일 수도 있다.

 

지은이는 “나눔은 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받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투자에는 당연히 보상이 따르고, 투자자는 이 정당한 보상을 즐길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람은 실은 자신도 선물을 받는다. 어떤 선물일까? 물론 당연히 돈은 아니다. 이는 어떠한 영리사업으로도 얻기 힘든 영혼의 기쁨과 만족이라는 선물이다”고 결론짓는다. [출처=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