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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이 최선은 아니다. '다른 길'도 있다
    경제 2013. 9. 29. 21:09

    [성장 없는 번영]


    <지데일리=한주연기자> 세계 인구의 20%가 전 세계 소득의 2%를 얻고, 상위 20%의 부자들이 전 세계 소득의 74%를 거둬들인다고 한다. 그 막대한 소득은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온갖 종류의 소비상품을 만들어 팔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소비상품 대부분은 지구 환경과 자원을 약탈해 만들어 낸 것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금융시스템을 통해 생산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전 세계 부자들과 은행들의 ‘약탈행위’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성장 없는 번영> 휴 잭슨 지음, 전광철 옮김, 착한책가게 펴냄

    현재의 경제체제는 번영을 위한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은 끊임없이 경제주체들의 부채와 소비수요를 증대시키며 달성해 온 것이다. 그 끝은 최근의 위기 상황이 대변해 주고 있다. 바로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들이 경기침체를 불러온 것이다. 성장 그 자체가 시장을 붕괴시킨 것이다. 


    앞으로 세계 인구가 90억 명이 되는 시점에 모두가 기대하는 만큼의 풍요로움에 도달할 수 있을까. 2050년까지 지금보다 15배 이상, 금세기말에 가서는 40배 이상의 경제 규모가 가능할까.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이러한 무한한 성장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이다. 


    <성장 없는 번영>은 행복에 대한 사회적·심리학적 연구와 케인스에서 마이클 샌델까지 세계적인 석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성장의 마법에 걸린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아가 새로운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궁극적인 패러다임으로 ‘생태경제학’을 제시한다. 


    경제학자에게 성장 없는 경제란 저주로 받아들여질지 모른다. 하지만 생태주의자에게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는 개념이야말로 저주다. 


    제한된 시스템 안에서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하위 시스템은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경제학자들과 성장 숭배자들, 정치인과 그들과 공생하는 언론은 유한한 생태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체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궤변만을 쏟아낼 뿐이다. 과거처럼 성장가도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세계는 이미 상상할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성장 신화는 우리를 실패로 내몰았다. 저유가 시대의 종말, 상품가격의 지속적 상승, 환경오염, 자연자원을 둘러싼 분쟁, 기후변화를 진정시켜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와 경제를 회생시켜야 하는 절박함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우리에게 안겼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기회의 요소일 수도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사회를 병들게 한 근시안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지속 가능한 번영이라는 획기적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 '생태경제학'이 품어야할 것은?


    효율성을 지향하는 자본주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기후를 안정화시키거나 자원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가정은 망상이나 다를 바 없다. 성장의 딜레마에서 탈출하는 길로서 디커플링을 장려하는 사람들은 역사적인 근거와 성장의 기본 셈법을 더욱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자원효율성 제고, 재생가능 에너지의 활용과 자원처리량의 감소는 모두 경제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장에서 분석한 결과는 탄소 배출의 ‘대폭적인’ 감축과 자원절감이 시장경제 구조에 맞서지 않고도 달성될 수 있다는 가정은 공상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따르면, 생태거시경제학의 출발점은 영구적인 소비증가가 경제안정화의 유일한 토대가 된다는 가설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울러 기본 조건 역시 경제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다. 이 요구란 ‘회복력’이라 표현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는 침체기 동안 혼란을 초래하는 내적인 모순을 극복하고 외부 충격에도 저항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회복력은 사람들의 생활에 안정성을 보장하고, 공평한 분배를 확실히 실행하며, 자원처리량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을 보존하는 것을 전제로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통상적 거시경제학의 기본 변수들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지출할 것이고 또 저축할 것이다. 기업은 여전히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세수를 높일 것이고 그것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출할 것이다. 사적 부문과 공적 부문 모두가 물적, 인적, 사회적 자산에 투자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거시경제학의 변수들이 확실한 역할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그 변수 중에는 경제의 에너지・자원 의존도를 비롯해 탄소 한계를 반영하는 변수가 포함돼야 하며, 생태계 서비스나 자연자본의 가치를 반영하는 변수도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전통적인 변수일지라도 생태거시경제학에서는 그 작용방식에서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소비와 투자 사이의 균형, 공적 부문과 사적 부문 사이의 균형, 다양한 부문들의 역할, 생산성 향상의 성격, 수익성의 조건 등 이런 모든 사항들이 다시 검토돼야 한다.

     

    이와 함께 생태투자가 반드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채 규모를 통제하고자 한다면 저축률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고, 총수요함수에서 소비와 투자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이런 투자의 수준과 성격은 공적부문 투자와 사적부문 투자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토대로 우리는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번영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이 필요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도전에 직면하여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경제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또한 실패하고 있는 시스템에 우리를 옭아매려는 제도적이고 사회적인 속박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특히 유해한 소비 지상주의의 논리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할 변화(가치, 생활양식, 사회구조의 변화)의 기회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또한 생태거시경제학은 새로운 투자 생태학을 정립해야 한다. 이는 수익률과 생산성 개념을 다시 정립해 장기적으로 사회 목표를 추구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노동생산성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에서 벗어나는 길과 저탄소 산업에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방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거시경제학은 경제를 사회와 환경에서 분리시키지 않고, 생태적이고 사회적인 학문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함께 가는 세상을 봅니다! [책]으로 [만]나는 [세]상 ⓒ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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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없는 번영

    저자
    팀 잭슨 지음
    출판사
    착한책가게 | 2013-10-0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유한한 행성을 위한 경제학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제언공룡을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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