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유람]


<사물유람> 현시원 지음ㅣ현실문화 펴냄


<지데일리 손정우기자일상에서 흔히 접해왔던 사물들을 주인공으로 세워 ‘그들’이 가진 발자취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면. 과거, 아니 지금도 책상 위나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 사물들이 의외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역사를 담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큐레이터 현시원은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다. 기존의 사물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을 아는 사람이다. 


그는 거리를 거닐며 만나는 풍경, 책상 위에 놓인 사물 등이 불러일으키는 강력하고 구체적인 감정에 방점을 둔다.  그에게 일상과 사물은 ‘노다지’와 다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독특한 안목으로 동시대 시각문화를 탐구한 에세이를 발표했다. <사물유람>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물품과 사연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사물 그리고 광고, 간판 등 인간사를 둘러싼 시각이미지를 살펴보고 들춰본다. 


지은이 현시원은 이 책에서 망가진 자동차의 부품으로 인큐베이터를 만든 사연이나 사망자의 온라인 생활을 추도하는 의미를 담은 ‘전자무덤’의 발명처럼 그 자체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또 한강의 오리배처럼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사물들의 미학적·문화적 의외성을 지적하기도 하고, 이 시대 청년들의 생필품이 돼버린 취업용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양식을 디자인적 측면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홈쇼핑 채널을 보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들이 소개하는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들을 어루만지는 호스트들의 잘 관리된 ‘손’이었다.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거나 재킷의 옷매무새를 다듬을 때, 가방을 열어 보일 때 이들의 손놀림은 프로페셔널하다. 상품을 귀하게 여기는 서비스업자의 손이면서 동시에 귀한 물건을 구매하는 꼼꼼한 소비자의 손이다.’


시대마다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자신이 만드는 사물과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져왔다. 인간은 필요에 따라 혹은 욕망에 따라 사물을 고안하고 제작, 디자인하지만 어느새 사물은 만든 이의 손을 벗어나 많은 사람의 삶의 방식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른다. 


지은이의 시선을 사로잡은 대상은 실로 다양하다. 빗자루나 커피 전문점의 진동 알림벨처럼 우리의 생활에 별다른 존재감 없이 섞여 있는 도구들부터 러버콘이나 신호등, 간판, 교통경찰 마네킹처럼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장치들까지 다양하다. 


아울러 동시대 미술작가들의 작업들, 애플리케이션이나 큐알코드, 전자무덤 등 모바일 컨텐츠와 IT기술까지 지은이가 다루는 ‘사물’은 고정된 형태를 지닌 물건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이 ‘다종다기’한 대상들을 다루는 방식도 그에 걸맞게 거침없다. 이론적 문헌뿐 아니라 예술작품이나 영화, 수십 년 전의 신문 기사, 소설과 관련지어 각 사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탄생 배경을, 이 세상에서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공공 디자인, 디자인 올림픽, 예술경영 등의 말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지금, 예술과 아름다움에 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가 높아진 이때, 사물들은 인간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며 때로는 소유욕에 불을 지피고 인간의 마음을 거울처럼 비춰 보여주기도 한다. 


지은이는 곳곳에서 태어나 각자의 운명을 살아내고 있는 사물들의 작동 원리와 함께 그것들을 둘러싼 문화적 맥락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 모든 작업은 현실을 면밀히 관찰한 후에야 가능한 상상력의 결실이다. 


‘집 밖으로 나온 재봉틀은 비상식적인 공장의 어린 소녀들이 타이밍(각성제)을 먹으며 밤낮 일을 하게 만드는 비인간적인 노동의 도구였다. 손과 거의 하나가 된 재봉틀을 반복적으로 움직여 고되게 쌓은 노동의 흔적은 매끈한 새 옷의 외관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재봉틀이라는 작은 사물은 지금도 밤낮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돌아간다. 지금 봉제공장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밀집해 있는 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택가 지하에 자리 잡은 곳이 많다. 여전히 누군가 드르륵 재봉틀을 돌리는 소리가 들린다.’


책은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연재된 칼럼을 바탕으로, 원고를 전면 수정하고 사진작가 김경태의 사진과 디자이너 홍은주의 일러스트 등 풍부한 볼거리와 함께 새롭게 구성했다. 


현대 미술 연구자이기도 한 지은이가 자유롭게 풀어놓는 생각들이 사물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사물들의 ‘삶’ 또는 ‘운명’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전해주고 있다. 


또 큐레이터로서 기존 미술비평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그 안팎을 넘나들며 역사, 문학, 정치, 철학의 영역과 독창적인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선한 발상에 오래 곱씹게 되는 사물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함께 가는 세상을 봅니다>

[책]으로 [만]나는 [세]상 ⓒ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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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극과 극(현시원의 유쾌발랄 디자인 하이킥)

저자
현시원 지음
출판사
학고재(도) | 2010-07-25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세상 모든 것의 디자인을 파헤치다!중국집 철가방, 체 게바라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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