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난으로 인해 시장에서 소비자가 될 수 없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시민이다. 이에 대비하여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것은 시정부의 의무다.”


독일의 환경수도라 불리는 프라이부르크. ‘차 없는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이곳은 대중교통 이용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전용도로·전용주차장 등을 통해 자전거 통행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언제부턴가 프라이부르크에서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한다는 것은 ‘더 비싸고, 더 불편하고, 더 느린’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을 뜻하는 게 돼버렸다.


<도시의 로빈후드> 박용남 지음ㅣ서해문집 펴냄


도시를 바꾸고 삶의 양식을 바꾼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도로를 줄이고 보행로를 확장하려고 해도 자동차 회사와 석유회사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지역경제를 위해 지역화폐를 유통시키려 해도 기존 은행과 정부가 방해를 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구조화된 기득권층의 반발과 압력을 뚫고 지역 주민과 도시민들을 위한 실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리더들의 도전정신과 창조성, 결단력이 빛을 발하곤 한다. 


‘자전거 슈퍼스타’ ‘뉴욕의 로빈 후드’ ‘거리를 길들이는 조련사’ ‘도로의 지배자’ ‘거리의 싸움꾼’ 등의 별명을 가진 전 뉴욕시 교통국장 자넷 사딕-칸은 브로드웨이 일대 도로를 들어낸 후 공공 공간으로 전환시켜 시민들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는가 하면, 시티바이크라는 공용자전거 시스템을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 ‘섬머 스트리트’라는 '차 없는 기간'을 설정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사딕-칸의 다양한 시도들은 실제로 교통사고의 감소와 차량 속도, 통행시간의 개선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보고타의 전 시장 엔리케 페냐로사는 막대한 토건 예산과 주민 부담이 예상되는 정부와 국내외 연구기관의 제안을 물리치고, 주민들과 시의회, 시민단체와 지역계획위원회를 구성한 뒤,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간선급행버스인 ‘트랜스밀레니오’를 개통했다. 


이는 “도시는 하수도, 교육 등 다른 도시 문제들과는 달리 경제성장이 될수록 더욱 악화된다”는 세계 도시들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기초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도시의 로빈후드>는 새로운 도시와 마을 만들기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진취적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앞서 언금한 이들 외에도 조르주 퐁피두 고속도로 폐쇄라는 원대한 계획을 제시한 전 파리 시장 베르트랑 들라노에, 브라질 빈민촌에 파우마스 은행을 만들어 공동체 은행(Community Bank)을 주요한 연대경제 패러다임의 하나로 정착시킨 조아킴 데 멜로, 소규모 노동자촌에서 세계 협동조합의 모범을 일군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창립자 호세 마리아 아리즈멘데 등 세상을 바꾸고 있는 실천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 행복의 공간을 다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 때


‘우리는 새롭게 도로 건설을 하거나 도로 면적을 넓히는 것이 교통정체라는 질병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하는 그릇된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허리띠를 늦춘다고 비만이 해결되고 코를 넓힌다고 코막힘이 치료되지 않듯이, 복잡한 도로에 수용능력을 늘려준다고 실제로 차량 흐름이 빨라지거나 개선되지 않는다는 실례를 현실 속에서 무수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올해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무상버스’ ‘버스 준공영제’ ‘버스 공공성’ 등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졌다. ‘버스 공공성 강화’의 문제는 주민 복지의 차원을 넘어 인간적 삶과 공동체를 복원하는 길인 동시에 지구에 닥칠 위기에 대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버스 민영화와 공영화에 대한 설명과 함께 현재 우리나라 일부 지역들에서 시행중인 준공영제의 한계와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도입 당시부터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았던 서울시의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중앙차로에서도 교통체증이 벌어지고 일부 정류장에서 혼잡이 심각해지는 등 하루 빨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간섭급행버스 시스템의 도입과 현행 수익금 공동관리제의 노선관리형으로의 전환, 신호체계 개선과 안내정보 체계 구축 등의 대책과 함께 장기적으로 공기업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동차는 도시의 주인이 돼 절대군주처럼 권력을 휘둘러왔다. 자동차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해야 했고, 도시의 예산은 도로 확장과 신설에 집중 투입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의 여러 도시들에서 사람과 자동차 사이에 공간 확보를 위한 갈등과 투쟁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미 도널드 애플야드의 연구를 통해 교통량이 많을수록 시민들의 접촉빈도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자동차 공간을 다시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은 인간 소외와 공동체 파괴를 막고 사람다운 삶을 찾아가는 것이다. 도시에서 자동차 통행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는 것은 한편으로 지구의 위기에 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또한 금융, 식량, 피크오일, 기후변화 위기 등 다중위기 시대를 준비하는 이들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한다. 


세계 최초로 시민들의 식량권을 체계적으로 지키고 있는 브라질의 벨루오리존치, 포르탈레자에서 파우마스 은행이라 불리는 공동체 은행이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특히 이 은행은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공동으로 출간한 <2010년 유엔 창조경제 리포트>에 소개돼 있을 만큼 국제사회에서도 아주 성공한 사례로 인정하는 지역사회은행이기도 하다. 


책은 이밖에도 국내외 사회적기업과 내생적 발전의 모범사례인 일본의 가나자와, 이탈리아의 볼로냐,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활동을 소개한다. 나아가 다중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온 탈성장국가의 모델 쿠바로부터의 배울 점도 이야기한다.


한주연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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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리찌바 에필로그

저자
박용남 지음
출판사
서해문집 | 2011-03-3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금융 위기, 기후변화 위기, 에너지 위기. 우리는 3중 위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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