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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중국을 넘어선 이유문화 2016. 7. 21. 10:10
[테크놀로지]
지난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일로 회자된다. 1997년 체스 분야를 정복한 인공지능이 19년 만에 바둑 분야마저 정복한 것이다.
<테크놀로지> 다니엘 R. 헤드릭 지음ㅣ김영태 옮김ㅣ다른세상 펴냄
사람들은 부쩍 다가온 인공지능의 시대를 체감하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시선으로 이 새로운 기술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반응은 약 2000년 전 로마제국의 학자 플리니우스가 철기를 처음 접했을 때의 반응과 유사하다.
플리니우스는 돌을 쪼개고 나무를 쓰러뜨리는 철의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이것이 전쟁·살인·강도에 악용될 것을 우려하며, 철을 ‘인간에게 가장 귀한 동시에 혐오스러운 발명품’이라고 표현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켰고, 실제로 많은 기술이 유익함과 해로움을 함께 지니고 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는 산업사회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구입하는 제품이나 사용하는 에너지, 우리가 여행이나 통신을 즐기는 방식, 심지어 우리가 먹는 음식 모두 20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기계와 과정을 통해 거대 기업에서 생산한 것들이다. 종종 산업혁명과 비교되는 신석기 혁명조차 인류의 생활 조건과 지구 환경을 산업혁명 때처럼 완전히 바꿔놓지는 못했다. … 많은 사람들이 왜 산업혁명이 18세기 훨씬 이전에 중국에서 일어나지 않았는지 궁금해 한다. 중국은 수 세기 동안 세계의 다른 나라에 비해 중요한 기술에서 매우 많은 부분 앞서 있었다. 중국은 대규모 공장에서 정교한 기계와 복잡한 분업을 통해 철기·직물·도자기를 대량 생산하였다. 중국에 없었던 것은 값싼 에너지원이었다. 이런 이유로 명나라 때 혁신의 속도가 느려졌다.’(158쪽)
20세기에 발명된 핵에너지는 석탄이나 석유가 없는 나라에서도 활용할 수 있고, 대기를 오염시키지 않아서 발명 당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사건이 증명하듯 때때로 비용을 따질 수 없는 재앙을 몰고 와서 역사상 가장 값비싼 기술적 실패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기술과 도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각 나라의 운명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일예로 15세기 전까지 중국, 인도, 중동에 뒤처져 있던 유럽이 권력의 판도를 뒤엎은 것도 새로운 기술과 도구들 덕분이었다.
당시 대제국을 이룬 동양의 나라들은 경쟁보다 안정을 추구했고, 기술을 개발하거나 받아들이는 데도 소극적이었다. 반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특정 기술에서 뒤처지면 곧바로 다른 나라에 침략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16세기에 네덜란드가 스페인과 포르투갈보다 더 좋은 배를 만들게 되었을 때, 17세기에 영국이 철 주물 대포를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되었을 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또한 유럽의 국가들은 아시아의 제국들처럼 권위적이지 않았다. 도시와 상인들이 상당한 부와 독립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서로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주와 고문들은 다른 나라와 경쟁할 때 기술 혁신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를 존경하고 격려하는 법을 배웠다.
이러한 차이는 1300~1800년 동안 동양과 서양의 운명을 바꿨다. 처음에는 놀랄 만큼 많은 발명이 중국에서 시작됐고, 이슬람 세계로 전파됐다가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15세기에 중국와 이슬람의 혁신 속도는 느려졌다. 반면 유럽의 국가들은 동양에서 받아들인 기술을 변화시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과 도구의 발전을 이끄는 주체다. 15세기 전까지는 정부가 주도해 기술 혁신을 이룬 중국과 중동이 모든 면에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이런 혁신은 정부 정책의 변화나 지도자의 변심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이와 달리 유럽의 분권화된 혁신은 정부의 정책이 변해도 쉽게 멈추지 않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경쟁을 벌이며 신기술을 발전시킨 나라는 다음 세기에 주도권을 잡고 역사를 이끌어갈 수 있다.
인공지능과 유전공학이라는 신기술이 또 한 번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올 오늘날, 이러한 역사 속 교훈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오늘날 테크놀로지의 혁신은 놀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 파급력 또한 막강하다. 캐나다의 문화비평가 마샬 맥루한의 “우리가 도구를 만들면, 다음엔 도구가 우리를 만든다”는 말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1940년대 말과 1950년대 초에 미국의 군사용 연구는 원자폭탄과 폭격기에 집중한 반면 소비에트 연방의 과학자들은 비밀리에 로켓을 연구하고 있었다. 1957년 10월에 소비에트 과학자들이 스푸트니크(Sputnik)라는 인공위성을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쏘아올림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이로써 소비에트 과학자들이 수소폭탄을 실은 로켓을 지구의 어느 곳에라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225쪽)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다니엘 R. 헤드릭은 ‘테크놀로지’라는 색다른 코드로 인류의 문명사를 조망한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먼 옛날에도 유용한 기술과 도구는 신속하게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로마제국은 말(馬)을 길들이고 철기를 제련하며 거대한 제국을 세웠지만, 이 기술은 주변의 유목민과 전사들에게도 퍼져나가 로마를 괴롭힐 무기를 제공했다.
이러한 일은 20세기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1945년 핵폭탄 프로젝트를 진행한 미국의 과학자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다른 나라가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1949년에 소비에트 연방이 자체 개발한 원자폭탄을 터트렸고, 곧 여러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해냈다.
바로 이러한 기술과 도구의 특성 때문에 세계의 패권은 끊임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문명을 좌우한 기술과 도구가 어디서 발명되고 어떤 루트로 퍼져나갔는지, 각 나라와 문화권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했는지 살펴보고, 그 결과를 분석한다.
인공지능과 유전공학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또 한 번 우리의 미래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 책은 앞으로 다가올 테크놀로지의 시대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지데일리 손정우 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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