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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많은 죗값을 소망하시나요
    사회 2018. 3. 22. 09:25

    "여의도순복음교회 방문 경험을 곱씹어보니 나는 고무되거나 감동을 받았다기보다 일시적이나마 나 자신이 어떤 거대한 존재, 그 거대함 때문에 의미심장한 존재의 일부라는 사실에 경외감이 들었다. (…) 초대형 교회는 새로운 종교 조직 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이 형태는 분명히 기업 모델을 바탕으로 한다. 담임 목사는 최고경영자 역할을 하면서 전문적인 책임을 맡은 직원을 관장한다. 초대형 교회는 자기들끼리 경쟁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고객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피드백 방식을 통해 노력한다. 이듬해와 그다음 연도까지 전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십일조를 받기 위해 기꺼이 주요 신용카드를 취급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규모에 봉사한다. 성공의 필수 요소는 계속적인 성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회가 얼마나 컸든 올해는 더 커져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쇠퇴의 길을 걷는다."


    ⓒ로운


    최근 한국 대형 교회의 세습이 종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되는 가운데, 종교의 세속화에 대한 관심과 비판이 늘어나고 있다. 종교는 점차 세속화되는 데 반해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새로운 종교는 갈수록 그 힘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시장신(The Market as God)’을 새로운 신으로 숭배하는 ‘시장경제’라는 종교다. ‘시장신’의 새로운 사제들은 ‘시장’을 ‘전지’하고 ‘전능’하며 ‘편재’하는 신이라 주장한다. ‘시장신’은 독자적인 교의와 예언자, 복음의 열정을 완비한 채 전 세계를 자신의 생활방식으로 개종시키는 특징을 지닌다.


    종교적 가치를 설파하는 교회가 세속화되고, 세속의 상징이었던 시장이 신격화되고 있는 지금. 점점 거대화되고 기업화돼가는 종교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신학과 경제학이라는 두 가지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다면 어떨까. 교회가 어떻게 부를 획득해왔는지, 예수의 가르침과 성서에서 어떻게 부의 과도한 축적을 비판하고 부의 정기적인 재분배를 시도했는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의 불평등에 대해 어떤 비판을 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시장’이 얼마나 신적인 존재에 도달했는지, ‘시장’의 전지전능함을 숭배하는 시선이 우리 곁에 얼마나 펴져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 가능하다. 


    “하느님이 우리의 모든 소원을 아시는 것”는 말처럼 시장은 우리 마음속 가장 깊숙한 비밀과 은밀한 욕망을 안다. 이제 인간에게 죄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전통적인 종교의 신이 아니라 무정한 얼굴을 한 ‘시장’이다.


    근대의 인간은 종교의 굴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장신’을 섬기는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시장이 종교에서 차용한 다양한 아우라를 걷어냄으로써 ‘시장’이 사회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라는 적절한 역할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개신교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발전은 ‘초대형 교회’라는 새로운 회중 생활이 등장한 점이다.


    초대형 교회와 오늘날 시장경제의 ‘거대 은행’을 비교해보자. 오늘날 거대 은행은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죽는다’는 월 스트리트의 신성한 주문을 받아들였으며, ‘시장’이 정의하는 기풍과 성장을 훌륭한 목표로 삼으며, 자기 존재를 추동하는 생의 약동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성장염’을 앓고 있는 두 거대 조직이 우리의 유한한 지구에 커다란 위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시장’과 그 메시지가 확대된 역사를 잠깐 보기만 해도 기독교 운동의 확산과 유사성이 드러난다. 복음의 전도사들이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처럼, 시장도 끊임없이 확대해나갔다.


    시장은 초기 단계부터 영적인 영역에서 단어와 상징을 빌려왔다. 모든 종교는 처음 등장한 어스레한 과거부터 언제나 앞선 종교의 여러 양상을 빌리고 훔치고 개조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기업도 앞선 종교들과 같은 일을 해왔다. 


    <신이 된 시장> 하비 콕스 지음ㅣ유강은 옮김ㅣ문예출판사

    대표적인 사례로 코티(Coty)가 소유한 뷰티 브랜드 필로소피(Philosophy)는 독창적인 제품의 이름을 지을 때 수분 크림은 ‘호프 인 어 자(Hope in a Jar: 병 속의 희망)’, 핸드크림은 ‘핸즈 오브 호프(Hands of Hope: 희망의 손)’ 등으로 신약성서의 핵심적인 용어(희망)를 사용했다.


    또한 기업의 주요한 마케팅 전략이 된 기념일도 종교의 축일에서 가져온 것이다. 시장은 크리스마스와 같은 기존 종교의 축일을 이용해 마케팅 도구로 삼았으며, 심지어는 자신들의 마케팅을 위해 새로운 축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게다가 가톨릭교회가 고해성사를 제도화해 사람들이 자기 양심을 탐색하고 용서받는 데 따르는 위안을 경험하게 하는 목적 외에도 더 많은 죄를 고백함으로써 사람들을 자신의 영적 권력 아래 더 확실하게 묶어두려고 하는 것처럼, 시장도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은 은밀한 욕망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욕망을 창조하고 불어넣으려고 한다.


    종교는 최선의 경우 영의 결실(사랑, 기쁨, 인내, 친절, 선량)을 배양한다. 이에 반해 간혹 외국인과 소수자 혐오나 편협한 신앙을 조장하기도 한다. 시장은 최선의 경우 창의성과 위험 감수, 기업가 정신 등의 습관을 장려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낭비벽과 어리석음, 탐욕을 고취했다. 시장의 끝없는 성장과 팽창 추구 때문에 지구는 유례없는 기후 재앙을 목전에 뒀다. 


    시장은 ‘유사종교’이며, 그릇된 우상일 뿐이다. 지금은 ‘시장’을 탈신격화해 제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무엇보다 ‘인간의 회복’이 필요하며, 종교와 시장의 현재성과 진정한 위치를 돌아봐야 할 때다.


    지데일리 한주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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