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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도시', 안녕하십니까?사회 2018. 1. 30. 13:39
[SOCIETY in]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서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이루겠다.”
2002년 당시 수도권 유권자의 반발과 민주당 안에서의 반대도 무릅쓰고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내건 공약이다. 정치 활동 내내 지역주의와 싸운 그가 일관되게 추진했던 것이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이었다.
이는 수도권에 몰려 있는 국가의 중요 기능과 자원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이루려는 '대담한 도전'으로 회자된다.
2004년 1월 29일 '지방화와 국가 균형발전시대' 선포식. 참여정부에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중요한 국정과제로 추진됐다. ⓒ노무현재단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백지화 계획,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치로 위기를 겪은 혁신도시 건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노무현의 도시>는 행정도시가 정해지는 과정과 우여곡절을 함께하며 고민한 기록이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 이후 영남에 쏠린 투자는 영남의 보수화와 장기집권을 담보했다. 이는 전국의 불균형발전을 불러왔고 지역 갈등으로 이어졌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더해져 지역주의를 없애기 위해 균형발전이 필요하고, 지방분권도 이룰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저자 김규원은 그 수단으로 ‘수도권 인구의 분산’에 방점을 찍는다. 수도권의 인구가 분산되면 제일 먼저 집값이 안정된다고 강조한다.
현재 서울의 땅값은 광역시도 가운데 공시지가가 가장 낮은 전남보다 239배나 높다. 수도권의 집값이 안정되고 지방의 공동화가 치유되면 부동산으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빈곤감을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기업체의 본사와 명문대가 수도권, 특히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것이 비대한 서울을 만든 원인 중 하나라 본다. 100대 기업 본사의 86%와 20대 명문대의 85%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세계 10대 선진국들은 인구와 경제, 교육이 수도에 집중되지 않고 건실한 중소 도시에 골고루 퍼져 있다.
독일은 인구가 한국의 1.6배이지만, 100만 명 이상의 도시는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쾰른에 불과하다. 11개 도시에 이르는 한국과 비교해보면 인구가 전국에 분산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독일을 대표하는 벤츠와 베엠베, 폴크스바겐, 아우디의 본사는 수도인 베를린이 아니라 슈투트가르트와 뮌헨, 볼프스부르크, 잉골슈타트에 위치해 있다.
과밀한 서울에서 과소한 지방으로 인구와 인재가 적절히 이동하는 것이 균형발전의 필수다. 더욱이 지역간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정착돼 있었다면 4대강 사업 같은 중앙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은 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며 지방정부가 서울에서 하는 일에 들러리 서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2012년부터 행정기관과 공공기관들을 세종시로 옮겼지만 부분적으로 이전하다보니 비상시에는 손발이 맞을 리 없고, 세종시 공무원의 출장비로 매년 200억원이 길바닥에 버려지고 있다.
저자는 3분의 2 가량이 이전을 마친 현재 균형발전 효과와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혁신도시는 정치게임에 휩쓸리며 불필요한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위치 선정에 신중하지 못했고 신도시 방식으로 건설돼 원래 지니고 있던 공동체, 역사, 문화, 지형 등 지역적 특성이 사라졌다. 기관 건축물이나 주택, 도로, 생활편의시설 등을 건설하면서 드러난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저자가 세종시 건설 과정에서 결정적인 실패로 본 것 중 하나는 신도시로 지은 일이다. 인프라가 조성돼 있고 거리상으로도 유리한 대전을 두고 신도시로 지으면서 비용과 시간은 얼마나 더 들었는지, 원주민과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도시계획에서 당선된 5가지 설계안 중 가장 진보적이고 매력적인 ‘송복섭 안’이 실제 사업에서는 거의 반영되지 못한 것 또한 실패로 본다. 실제로 압도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오르테가 안과 그 정반대인 송복섭 안을 비교, 분석한다.
<노무현의 도시> 김규원 지음ㅣ미세움
신도시인 세종시에서는 거듭되고 있는 도시 계획의 문제점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통일 뒤 독일의 베를린처럼 현대 건축물의 실험장과 전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눈여겨볼 만하다.
2004년 헌재의 위헌 결정을 두고는 권력의 공간적 이동인 혁신도시가 정치적 사안임에도 정치인들이 정치를 법조인들에게 헐값으로 넘겨버릴 일이 아니었다고 꼬집는다.
국민 대표성이 전혀 없는 헌법재판관들이 ‘관습헌법’을 탄생시켜 ‘서울이 수도여야 한다’는 헌법적 당위를 억지로 끌어낸 결정문을 조목조목 따져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치권에서 합의 과정을 거쳐 국민투표와 같은 방식으로 주권자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론을 모아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골고루 잘 사는 나라는 이제 필수이며 이를 위한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우리 모두가 지켜보고 합의를 이끌어가야 할 대목임을 상기시킨다. 이 외에도 세종시를 둘러싼 풍수, 통일 수도, 사라진 지명 등 세종시를 다양한 시각에서 다룬다.
지데일리 손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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