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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에게 잘근잘근 뜯어먹혔다
    사회 2019. 3. 17. 20:57

    ⓒ픽사베이


    지난 2017년 말 글로벌 전기전자기업이자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엔지니어링회사인 지멘스가 독일에서 약 3500명의 일자리를 없애고 공장 3개를 매각 또는 폐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지멘스 이사회는 사회적‧정치적 파장이 어마어마한 이 결정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알았다 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특히 지멘스 CEO 조 케저는 심화되는 빈부 격차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해 논란을 부주켰다. “노동자들이 주식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 케저의 시급은 약 3500유로, 한화로 450만원 정도였다. 독일의 경우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일반 직원과 CEO의 임금 격차는 14배 수준이었다. 오늘날 임원은 일반 직원의 54배, CEO는 80배의 급여를 받는다. 케저의 삶이 대중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래는 대목이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이 이른바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득 양극화는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엘리트들과 대중들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특히 이미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엘리트들은 분야를 넘나들며 세금 면제 등의 부유층, 상류층, 대기업만을 위한 정치를 하며 이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 


    어떤 사람은 최저시급 1만원을 위해 투쟁하고 어떤 사람은 연봉을 2000만원 인상한다. 어떤 사람은 마트에서 비닐봉지 2장을 훔친 죄로 고발당하고, 어떤 사람은 수백억 원을 탈세하고도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우리 시대 엘리트들은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자신들만의 규칙에 따라 살아가고 있으며, 이제 불평등은 경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엘리트 제국의 몰락> 미하엘 하르트만ㅣ북라이프

    대중과 괴리된 삶을 사는 정치 엘리트 집단은 점점 대중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들이 내리는 결정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 결과 엘리트주의는 대중의 정치 혐오와 우익 대중영합주의의 부상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 사회 역시 개인의 성공이 철저히 인맥이나 출신 배경에 따라 결정되고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엘리트 제국의 몰락>은 정치‧경제‧사법‧언론 등 각 분야의 엘리트들이 어떻게 사회 불평등을 조장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지 그리고 이런 행태가 어떻게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지 다룬다. 


    30여 년간 전 세계의 엘리트주의를 연구해온 저자 미하엘 하르트만는 독일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여러 국가 간 비교를 통해 가진 자들의 권력과 경제 유산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30여 년간 흐름을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통해 분석하면서, 신자유주의가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심화된 소득과 빈부 양극화와 그를 뒷받침하는 정치적‧경제적 결정 과정을 설명한다.


    아울러 엘리트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바꾸고, 소수의 세력이 지배하는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포괄적이면서 열린 엘리트 사회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정책과의 결별 그리고 엘리트 계급의 개방성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지데일리 한주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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