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빈곤을 해결할 대안은 없는 것일까? …’. 당신은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적이 얼마나 있는지?

 

희망을 찾아 떠나다ㅣ김이경 주세운 지음ㅣ소나무 펴냄 방학이면 공항은 10대, 20대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배낭여행, 해외 봉사활동, 답사, 해외 수학여행, 어학연수 등 여행의 목적과 형태도 다양하다. 2008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 해 해외로 출국하는 20대는 2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10대 청소년까지 합하면 무려 3백만 명에 이른다. 이제 10대, 20대에게 해외여행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젊은이들의 눈은 세계로 쏠리게 됐고, 국제기구와 국제 NGO, 해외 봉사활동 등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런 관심이 ‘스펙업’을 위한 경험 쌓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여행을 통해 세상을 직접 만나고, 새로운 비전과 꿈을 가슴에 새기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요즘 세태에서 2007년 가을 세 명의 대학생들이 질문을 품고 100일간의 아시아 여행을 떠났다. 그들의 여행 키워드는 공정여행, 공정무역, 소액대출(마이크로 크레딧), NGO, 사회적 기업, 국제 개발, 아동노동, 불가촉천민, 대안 에너지, 자원활동여행(볼런투어리즘) 등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대학 3·4학년생이던 우리는 답답한 일상에 갇혀 있었다. 학교는 우리에게 진정한 배움보다는 좋은 학점을 받아 유능한 노동자가 되는 길만을 보여줬다. 학교 밖에서도 우리는 친구를 만들기보다 서로를 경쟁자로 보는 데 익숙했다. 88만원 세대의 경제적 압박도 압박이지만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꿈과 우정의 부재였다. 그 둘이 없는 우리는 청년이라 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가난한 이들에게 새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소액대출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의 현장인 네팔의 러그마크 카펫 공장과 마하구티, 네팔 여성들을 산악 전문 가이드로 훈련시키는 사회적 기업 쓰리 시스터즈, 불가촉천민들에게 삶의 지식을 가르치는 인도의 맨발대학, JTS 수자카 아카데미로 찾아갔다.

 

그 곳에서 그들이 만난 것은 그 일을 대표하는 이름 난 사람들이 아니라 등불을 밝히고 그 일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사람들, 새 삶을 꿈꾸는 가난한 이들이었다. 또 그들이 찾은 것은 가난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나눠준 열정과 따뜻함이었다. 다름 아닌 ‘희망에 대한 믿음’이었던 것이다.

 

<희망을 찾아 떠나다>의 지은이(김이경 주세운)는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단체는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시골 오지나 낙후된 공장, 변방의 황무지 마을에 있었다. 때문에 이동도 식사도 잠자리도 언제나 예측 불허였다고 털어놓는다. ‘현지인의 숙소와 식당을 이용하고, 자연을 지키고, 문화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고, 친구를 사귀자’는 공정여행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의 여행이야기는 그야말로 좌충우돌 그 자체다.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 친구의 부탁으로 방글라데시로 이불 배달하기, 기차에서 아이의 자리를 뺏은 파렴치한 외국인으로 몰리기, 인적 없는 시골길을 방황하다 릭샤꾼을 인신매매범으로 의심하기, 안나푸르나에서 가이드를 잃고 길도 잃기, 다리 둥둥 걷고 붓다가 건넌 강 건너기, 이질에 걸려 쓰러지기 등 사건 사고는 끝없이 이어진다.

 

질문 품은 여행

가슴 뛰는 순간

 

그라민은행 여성 대출자들의 당당한 미소, 공정무역 제품을 만드는 여성들의 힘찬 재봉틀 밟는 소리, 자원봉사로 공정무역 제품 디자인을 하고 있던 스페인 대학생들의 멋진 패션쇼, 인도 맨발대학에서 자신이 만든 태양광 전등을 밝혀주던 부탄 소녀 펨뎀의 수줍은 얼굴, 활동이 곧 마음 닦는 일인 인도 JTS 활동가들의 고요하게 빛나던 눈빛,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 본 안나푸르나의 그 많은 별들 ….

 

하루 16시간이 넘도록 카펫을 만들었다는 13살 소년의 조그만 손, 구걸하는 아이들을, 아기에게 홀쭉한 젖을 물린 채 사탕이라도 없냐고 묻던 젊은 여자의 눈, 소의 배설물이 널린 외양간 한 구석에서 사는 조비따 할머니의 한숨, 자신의 몸무게보다 더 무거운 여행자들의 짐을 힘겹게 나르던 히말라야의 포터들 ….

 

:::우리가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의 희망을 만들고 있는 이들이었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성공만큼 중요한 실패와 질문들이 있고, 때론 이룰 수 있는 꿈보다 이룰 수 없는 꿈들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지도 모를(?)’ 사람들과 장소를 찾아 떠난 20대 여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의 눈과 귀를 통해 보이고 들리는 남다른 여행기가 또 다른 20대들에게 잔잔하면서도 힘찬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