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가 지배하는 시장]


많은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아니 인간이 부분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구체적 진실을 외면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과 같은 분야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털어놓는다.


우리는 싼 가격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대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우리가 싼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의 값싼 임금 덕분이다. 이런 식으로는 시장원리주의자들이 원하는 성장도 이룰 수 없다. 엘렌 러펠 셸은 <완벽한 가격>에서 이 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그는 싼 것을 계속 고집해서는 국가도 성장할 수 없고, 밝은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충류가 지배하는 시장, 이용범, 유리창


지난 2000년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쉬나 아이옌거와 스탠포드대학의 마크 레퍼는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캘리포니아 주 멘로 파크(Menlo Park)의 고급 식료품 가게에서 2주 연속 토요일마다 시식 코너를 마련했다. 이들은 맛과 가격이 비슷한 24종의 잼을 한 시간 동안 진열하고, 다음 한 시간 동안은 6종의 잼을 진열했다. 


그런 다음 고객들에게 1달러가 할인되는 쿠폰을 나눠주고 잼을 시식하도록 유도했다. 테이블 앞을 지나간 247명의 고객 중 40%(104명)는 6종의 잼이 놓인 진열대를 방문했고, 60%(145명)는 24종의 잼이 놓인 진열대를 찾았다. 고객들은 잼 종류가 많은 진열대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6종의 잼이 진열된 곳에서 실제로 잼을 구입한 사람은 30%에 달한 반면, 24종의 잼이 진열된 곳에서는 단 3%만이 구입했다.


이 실험은 선택할 대안이 많을수록 구매결정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시장의 정책담당들은 이를 감안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할인판매 역시 소비자를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소위 ‘공짜점심’은 당신이 구매한 다른 물품에 점심값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은 인간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져 인간은 ‘불합리’하게 조종되고 만다. <파충류가 지배하는 시장>은 이 같은 개인의 사소한 경제행위부터 기업과 국가의 경제정책과 세계경제의 흐름까지, 다양한 경제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정말 합리적인 존재일까? 지은이 이용범은 ‘인간은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도, 완전히 비합리적인 존재도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놓는다.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행동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집단이 결정한 의사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도, 선뜻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행동을 일치시키려 하는 것이다. 모든 사회적 동물이 그렇듯이, 인간도 집단에 동조하도록 진화했다. 집단에 의존하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잘못된 신호가 집단 전체를 멸종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에 직면했을 때, 혹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파충류 시절의 뇌에 의존한다. 우리의 원초적인 뇌는 무리에 속해 있는 것이 좀 더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기 위해 태어났다. 가난한 사람이 비합리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불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시스템의 문제다. 시장을 만능으로 여기는 것은 결국 시장과 소비자를 붕괴시킬 뿐이다.


이 책은 경제학의 여러 저작들은 물론 진화심리학, 소비자심리학, 뇌 과학 등의 여러 견해들을 편견 없이 끌어들여,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과 의사결정에 대해 풍부한 증거들을 제시한다. 그 비합리성은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인간 본성의 일부이므로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비합리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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