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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의 세상은 신자유주의의 끔찍한 산물
    사회 2012. 10. 11. 22:28

    [인간이 먼저다]

     

    대통령을 찾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대선 후보가 시대적 과제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낡은 체제를 혁파할 만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인 것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바다.  

     

    안철수 후보는 최근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선의의 ‘정책 경쟁’을 선언했다. 누가 당선이 되든, 정책 경쟁의 결론이 ‘국민이 원하는’ 통합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그의 정치적 신념을 정식으로 표명한 자리였다.

     

    한편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역시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구체적인 플랜을 하나씩 발표하고 있다. 정책과 공약을 통해 각자의 선거 철학과 정치적 의지를 과감히 밝히고, 여러 가지 시급한 과제들의 핵심에 ‘국민, 사람, 인간’을 앞세운다는 점이 닮았다.

     

    *인간이 먼저다, 장 뤽 멜랑숑, 김주헌, 위즈덤하우스

      

    이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동안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과 도덕성 시비에 가려져 도외시된 정책ㆍ공약 대결을 국민의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서 환기하고 있어서다.


    이와 비슷하게 201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인간이 먼저다(L’humain d’abord)’라는 공약 구호로 4500만 프랑스 유권자의 마음을 뒤흔들며 올랑드와 사르코지를 위협한 인물이 있었다. 좌파전선의 연대후보로 출마한 장 뤽 멜랑숑(Jean Luc Melenchon)이 그 주인공이다.

     

    멜랑숑은 사분오열된 좌파를 한데 모으는 데 성공했으며, 4년이 넘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주류 정치권에 파격적 공약으로 맞서며 유권자들을 끌어 모았다. 선거 운동 당시 올랑드의 파리 유세에는 8만 명이 모인 것에 반해, 비 오는 일요일 오후임에도 12만 명의 인파가 멜랑숑의 연설을 듣기 위해 바스티유 광장으로 모여들기도 했다.

     

    특히 국민의 염원과 좌파의 진정한 비전을 묶어 이례적으로 책으로 출판했던 멜랑숑의 공약집인은 프랑스에서 30만 부가 팔리며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 <인간이 먼저다>는 바로 2011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멜랑숑의 공약집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책은 인간의 행동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시대에 대한 진단과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이 소외된 곳이 아닌, 인간이 먼저인 곳으로

     

    사회적 불안정에 따른 1차적 피해자인 청년들과 (법망을 피해 착취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패배자로 낙인찍히고 소외된) 실업자들, 여성들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청년층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탈피하고 가정에 의존하지 않도록, 또 재학 중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을 겪지 않도록, 모든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는 지원금 제도를 수립하여 사회적 연대로써 청년들의 직업교육을 뒷받침하고, 직업과 관련한 사회보장제도로써 첫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을 후원해줘야 합니다.

     

    장애인을 위한 법을 마련하여, 그들의 요구에 즉각 부응해야 합니다. 도로턱이나 건물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여 이동권을 확보하고, 국공립 학교에는 장애우 동반 서비스를 도입하며, 직업 세계로의 편입 역시 원활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을 할 수 없다고 판정받은 사람들을 위해 최저임금 급여총액과 동등한 대체 소득을 마련해야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단호히 막아내야 합니다. 불법체류자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의 사회적 권리 침해는 노동자 세계 전체를 취약하게 만들고, 그들의 사회적 권리를 약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왜 대중의 기권표가 속출하고, 금권정치가 난무하는 것일까? 언론은 모두가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정치 토론은 ‘하나의 생각’에만 집착하며,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사람들이 제도적 기관을 장악한 이유는 무엇일까?

     

    멜랑숑은 “생태적 재앙, 불평등ㆍ불안정ㆍ빈곤의 폭발, 반복되는 민주주의의 침해, 연대와 협력에 근거한 인간관계의 추락 등 인간의 행동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지금의 세상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20년 동안 시행한 끔찍한 결과”라며 인간이 소외된 현실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이 책이 담고 있는 공약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이다.

     

    책은 주 35시간 노동 기준으로 월 최저임금 240만 원 보장, 공공분야 80만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건강 지출 비용의 100% 상환, 5년간 연 20만 임대주택 건설, 기업의 금융 소득 세금 부과 등 부를 분배하고 사회적 불안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들이 소개한다. 평등을 외치면서 사실은 양극화를 부추긴 정책들과 어떻게 다른지, 복지의 규모와 방향을 제대로 가늠한 정책은 어떠한 모습을 띠는지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깨어 있는 시민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물론, 유능한 진보란 무엇인지 그 방향을 제시한다.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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