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든 사람은 (나만 빼고) 위선자인가]


내가 나 스스로와 모순될까?

좋아, 이제 나는 나 스스로와 모순되지.

(나는 크고, 내 안에는 다수가 들어 있어.)

- 월트 휘트먼, <나 자신의 노래> 중에서


개인의 자유를 지지하면서도 사생활 문제인 낙태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모든 사람은 (나만 빼고) 위선자인가>는 때로는 멍청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잘난 척하고, 모순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왜 우리가 모순되고 일관성이 없으며 심지어 위선적인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낙태를 찬성하는 입장을 위할 때 그 이유가 사생활이나 여성이 정부의 간섭 없이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과 관련이 있으며, 그들이 이 기본 원칙을 낙태에 적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다른 이유로 낙태에 찬성하면서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또한 나는 (대부분의) 낙태 반대자들이 수정란은 생명이며, 살인은 옳지 않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낙태에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다른 이유로 낙태에 반대하면서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한다.


진화심리학의 권위자인 지은이 로버트 커즈번은 이 책에서 인간의 마음은 각각의 기능을 갖고 있는 수많은 자아로 이뤄졌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과 심리 현상에 관한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그는 특히 이러한 마음의 ‘모듈성’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 행동에서 드러나는 복합성과 비논리성, 비일관성 등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현상들을 설명하고 있다.



* 왜 모든 사람은 (나만 빼고) 위선자인가, 로버트 커즈번, 한은경, 을유문화사



지은이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설계됐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행동의 근원이 되는 부분을 ‘모듈(module)’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일종의 소프트웨어로 각각의 기능을 가진 단위를 말한다. 가령 아이폰에 게임 앱, 검색 앱, 금융 앱, 메신저 앱, 날씨 앱 등이 각각의 특화된 기능을 수행하듯 인간에게도 배우자 선택 모듈, 포식자 회피 모듈, 먹이 선호 모듈 등이 특화된 기능을 담당한다는 원리다.


이렇게 특정 목적을 위해 설계된 모듈이 수백 개, 수천 개가 모여 마음을 구성하기 때문에 모듈 복합체인 마음은 아이폰의 개별 앱이나 포토샵처럼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보다 훨씬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각 모듈이 서로 소통하기도 하면서 정보를 처리하기도 하지만 각기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그에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즉 서로 구별되는 모듈들이 동시에 상호 모순적인 견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인간 행동의 모순이 나타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은이는 모듈성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고 나면, 자아(self)나 나(I)에 대한 개념도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 알게 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착각은 뇌 속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어서 우리의 감정을 통제하고, 생각하고, 판단해 행동하도록 지시를 내린다고 생각하는 것. 지은이는 이 오래되고 뿌리 깊은 인식이 얼마나 잘못됐는지에 대해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결국 마음이란 각자의 일을 수행하는 ‘모듈들의 다발’


우리가 무지하고, 한심할 정도로 멍청하며, 위선적이 되는 이유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전략적인 여러 유형의 게임을 하도록 진화되었으며, 유식하거나 옳거나 도덕적으로 일관성 있는 것이 우리에게 항상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잘 이용하도록 우리의 뇌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올바름이 실제 중요하긴 해도 절대로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나 자신’이라고 오해하고 있을까. 지은이는 그 실체를 ‘언론 담당관 모듈’이라 밝힌다. 마음 전체를 하나의 국가에 비유한다면, ‘나 자신’은 모든 문제를 통괄하고 지배하는 대통령이라기보다 정부 대변인이나 언론 담당관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언론 담당관 모듈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현실의 정부 대변인이 국민에게 신설되는 세금을 ‘세입 증가’로, 전쟁에서의 후퇴를 ‘전략적 재배치’로, 고문을 ‘강화된 심문 기법’으로 표현하듯 언론 담당관 모듈(우리)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거짓말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머릿속의 어떤 모듈이 진실을 알고 있어도 좋은 배우자, 좋은 친구, 좋은 직장 등을 얻는데 이득이 된다면 일부러 잘못된 믿음을 유지하도록 언론 담당관 모듈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겉모습만으로 다른 사람들의 성격, 지성 등을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을 과대 포장하거나 실제 모습보다 더 멋지고,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함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조작한다.


이런 상황은 도덕성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도덕성에 관해 여러 모듈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모순이 생기고 이는 곧 위선으로 드러난다. 때문에 섹스, 약물, 낙태, 신장 매매와 같은 불법 거래 등에 대해 우리 자신은 부도덕해 보이는 행동을 저지르고 싶고, 심지어 저지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이다.


치킨 게임을 생각해 보자. 당신과 내가 서로를 향해 고속으로 질주한다. 이 게임의 목적은 상대방이 먼저 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사용할 전략으로는 당신이 모는 자동차의 핸들을 떼어 차창 밖으로 던짐으로써 당신의 행동을 내가 확실히 보게 하면 된다. 이 전략에선 마지막 부분이 중요하다. 당신이 핸들을 떼어 버리는 장면을 내가 보지 못한다면 나는 당신이 스스로 피할 능력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이 전략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나에게도 대항할 전략이 있다. 눈가리개를 쓰는 것이다. 당신이 나를 향해 곧장 돌진하는 것을 보지 못하도록 스스로 내 눈을 가리면 당신의 전략은 효과가 없고, 결국 처음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 게임은 대단히 특이한 사례지만, 사실 일상생활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 무엇보다 자연 선택의 과정도 동일한 전략을 사용해 모듈성의 마음에서 특정 정보가 언론 담당관 모듈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설계한 것 같다. 바로 (정확하게 인식된) 무지가 부여하는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마음의 모듈성 이론을 통해 무지하고 멍청하고 위선적인 인간 행동의 근원을 파헤치고, 복잡하고 어려운 심리적 현상과 이론을 아이폰에서부터 TV 드라마, 영화, 토스터와 잎사귀 벌레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비유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져 자신의 긍정적인 착각과 오만, 다른 사람들의 위선과 모순 등이 전혀 특별하거나 수수께끼 같은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논 스미스는 이 책에 대해 “인간의 행동이 특정 맥락에서는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른 맥락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인간의 자유에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는 도움이 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평을 내놓았다.


글 손정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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