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기원]


문화가 세상에서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이 시대에, 대중의 관심의 핵심이 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현대적 스토리텔링은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모든 형태의 이야기를 의미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쟁취하기 위한 여러 분야의 싸움이 뜨거운데 특히 네트워크와 디지털, 모바일, 인터넷 등 사회 기반의 변화와 기술, 환경의 변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확산되는 중이다.


특히 스토리텔링은 소설, 연극,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종래 이야기 장르뿐만 아니라 관광, 테마파크,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교육 등에서까지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미디어의 확대와 통신 환경의 변화, 다양한 기술 발전이 눈부시게 진보할수록 스토리텔링은 더욱 그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의사소통을 위한 원시적 이야기로부터 최첨단 디지털 시대의 이야기까지 스토리텔링은 발전돼왔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영문학자 브라이언 보이드는 ‘이야기’야말로 진화에 매우 중요한 ‘적응’이었다고 말한다.


문화와 예술의 진화론을 다루고 있는 그의 책 <이야기의 기원>은 예술이 개인과 사회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필수 요소이며, 이는 인류 문명의 여명기에서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사실이었음을 강조한다.


<이야기의 기원> 브라이언 보이드 지음, 남경태 옮김, 휴머니스트


이 책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의 학문적 방법론을 차용해 인간 진화의 관점에서 문학과 예술을 재평가한다. 저자는 예술 무용론 혹은 잉여 생산에 의한 정신적 부산물이라고 보았던 기존의 예술 기원론을 비판하면서, 예술은 인간의 생존기능에 부합하도록 진화에 의해 끊임없이 설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사회학과 생물학, 예술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동원해 인간 종은 생물학적으로 지금 여기를 넘어 지속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현실과 무관한 허구의 이야기를 말하고 들으려는 본능, 즉 스토리텔링 본능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낸다.


책에 따르면, 인간의 스토리텔링 충동과 능력은 인간으로 하여금 조건과 현실의 제약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들며, 동시에 유사한 환경과 조건을 지속·발전시키도록 만든다. 특히 사건이나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해하도록 만들며 동시에 사회적 정보를 포함하는 ‘픽션’은 인간과 예술의 진화에 대한 가장 단적인 증거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초기 문명의 단순한 형태에서부터 인간의 능력과 성향이 어떻게 서서히 발전했는지, 인간의 초사회성이라는 대규모 진화적 이행을 통해 예술과 문학의 형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을 면밀히 추적한다. 이는 문화 연구에서 간과했던 문화와 예술의 의미를 재평가하고 한 층 더 심원한 인간 존재 자체에 주목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깔려 있다.


책은 우선 이야기와 나아가 문학과 예술 전반이 인류 문명과 사회의 진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진화라는 프레임을 통해 인간의 본성, 인간 속성으로서의 예술, 예술 양식으로서의 픽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새끼사자가 동료와 깨물고 쫓는 놀이를 통해 사냥을 배워나가듯이 놀이는 진화 과정에서 ‘적응’의 이점을 지닌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예술을 인지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가장 적합한 놀이로서 향유한다. 경쟁과 협력, 특히 타인의 관심을 공유하고 가르치려는 인간 특유의 성향은 인지적 ‘예술 놀이’를 지속하게 한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스스로 선택하고 변화시키면서 거기서 나온 기술을 다듬고 재조합해 창의성을 축적해나가면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언어를 사용한 스토리텔링 즉 픽션은 인간의 정신, 욕구와 의도뿐만 아니라 믿음의 측면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종의 ‘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유롭게 과거의 경험을 재조합하면서 미래를 상상하거나 모의실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소설의 생물학적 적응적 기능임과 동시에, 나아가 예술 전반과 종교가 인간의 존속에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이론을 기반으로 호메로스의 고전과 닥터 수스의 현대 동화를 분석한다. 서로 대조되는 두 가지 사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닥터 수스의 <호튼이 듣고 있어!>를 통해 문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감상을 심화한다.

3000년에 가까운 시차를 둔 두 작품은 대중을 위한 스토리텔링이 진화한 역사적 과정의 처음과 끝에 해당한다. 


먼저 <오디세이아>에 대해선 관심과 지능, 협력에 초점을 맞춰 우리가 당연시하고 넘어가는 스토리텔링 장치들이 3000년 전 인간의 사고와 예술을 토대로 어떠한 발달을 이룩해왔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역사, 문헌, 문화와 관련된 학문들을 입체적으로 고찰하는 동시에 역사 지식의 문제와 인간 본성의 보편적 측면이 지니는 필연적 연관성을 보여준다.


<호튼이 듣고 있어!>는 이야기의 개별적 기원에 해당하는 분석인데, 저자는 이 작품을 전통과 종교보다 혁신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의 산물로서 파악하고 있다. 매체에 따른 작품의 차이, 작업 과정과 목적의식, 저자가 마주한 상황들의 풍부한 상호관계를 보여주면서 창조성이 다윈의 기계처럼 변이와 선택의 반복된 주기를 통해 작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문명을 진화로 이끌었는지 살펴보면서 우리 시대 예술과 문화의 위상을 확인하고 있다.


글 한주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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