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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망의 터널에서 본 밝은 손짓
    사회 2013. 1. 18. 00:22

    [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


    “찰스 핸디의 말처럼 사람의 정체성이 완성되는 것은 직접 부딪쳐 많은 가능성을 탐험한 후의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감춰진 영역이 없는 온전한 정체성을 구현하는 것은 생을 마감할 즈음에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새로운 나'는 끝없이 등장할 것이기에.”


    몇 년 동안 하루에 열 시간 이상 열심히 일했지만 삶이 제자리걸음일 때, 자신이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생각될 때, 세상에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없을 때….


    세상살이에서 슬픔과 분노, 우울과 절망 속에 휩싸일 때가 있다. 작가 김애리의 청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녔으나 정작 그는 지독한 억압과 콤플렉스라는 내면의 병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병을 치유하기 위해 ‘책’을 택했다.


    책을 통해 만난 셰익스피어와 하루키, 신경숙, 기형도와 스캇 펙, 장 그르니에 등 수많은 스승들이 모두 ‘그의 편’이 돼줬기 때문이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도, 연애에 실패했을 때도, 인간관계 때문에 괴로울 때도, 책 속의 스승들은 언제나 그의 편이 돼 조곤조곤 해답을 내어놓았다.


    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 김애리, 퍼플카우


    고등학교 시절부터 20대 중반까지 천여 권의 책을 읽은 후, 지난 2010년 써낸 독서 에세이 <책에 미친 청춘>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김애리. 그가 내놓은 신작 <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은 언제나 ‘내 편’인 책 속 친구들을 소개한다. 단순한 서평집이 아닌 이제 30대가 된 그의 ‘청춘 일기’이자 ‘영혼의 치유기’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아그네스 드 밀은 우리에게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일깨워준다.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트럼펫이 울려 퍼지지는 않는다. 운명은 조용히 나 홀로 있을 때 결정된다. (…) 소설가 앨리슨 루리의 고백이 어느 정도 이 사실을 입증한다. 그는 연필과 종이,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만 있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비록 세상은 못 바꿔도 적어도 나 자신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세속적 성공과 출세를 위한 독서를 권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아픔과 절망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책을 읽으라고 말한다. 아울러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책이 자신을 슬프게도, 기쁘게도, 절망하게도, 분노하게도 했으나 한 번도 ‘내 편’이 아니었던 순간이 없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우선 하루키와 마르케스, 서머싯 몸과 마루야마 겐지 등을 통해 ‘길 잃은 청춘’을 응원하는 이야기를, 산도르 마라이, 에리히 프롬과 알랭 드 보통, 무라카미 류 등을 통해 사랑에 대해 조언한다. 이어 에릭 와이너와 스캇 펙, 공지영과 김별아 등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위화와 카잔차키스, 피에르 신부 등을 통해 위로의 독서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원히 변치 않는 '내 편'


    링컨, 도스토예프스키, 헤밍웨이, 베토벤, 처칠, 괴테,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 그리고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 고바야시 쓰카사라는 일본 작가의 말처럼 그들은 단 하나의 괴로움도, 한 방울의 눈물이나 한 방울의 피도 헛되이 쓰지 않았다. 그냥 버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생이라는 괴물과의 지난한 전투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뒀다. 그들은 거짓된 가면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승리자다. 슬픔을 슬픔으로 내버려둔 채 그 속에서 생의 이면을 성찰하고, 묵시한 자신의 고통으로 다른 이의 고통에 당도했다. 그들을 만든 힘의 근원은 어쩌면 결핍이었는지 모른다. 자신의 아픔, 슬픔, 우울, 불안을 너무 잘 알기에 그 빈 부분을 채우고자 그토록 간절한 마음으로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성공에 대한 집착, 사랑의 괴로움, 결혼에 대한 혼돈, 죽을 것 같은 외로움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겪고 있는 괴로운 심리에 대한 처방전을 책 속 인맥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성공하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에게 <달과 6펜스> 속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를 만나보라고 권한다. 마흔 살에 모든 화려한 것을 버리고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그의 삶을 통해 저자는 “진짜 성공이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랑의 열병에 빠진 사람에게는 무라카미 류의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을 통해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고 말한다. “떨어질 때의 추위와 붙으면 가시에 찔리는 아픔 사이를 반복하다가 결국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쇼펜하우어의 충고도 덧붙인다.


    또한 진정한 남녀관계란 “한마디 말이 없어도 항상 의지하고, 마주서서 바라보기만 해도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와 같은 것”이라는 소설가 이용범의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결혼에 휘청거리는 사람에게는 펄 벅의 시를 통해 “각각의 잔을 채워라. 그러나 한 개의 잔으로 마시지는 말라. 서로 당신의 빵을 주어라. 그러나 같은 덩어리의 빵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즐거워하라. 그러나 각각 홀로 있으라”는 처방을 던진다.


    사무치는 외로움에 휩싸인 청춘에게는 마리에르 자르토리우스의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를 통해 고독을 즐기라고 말한다. 괴테도, 뒤라스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영감은 오로지 고독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했다고 일갈하며 저자는 외로움이 아닌 고독 속에 빠져 자기 내면으로 들어갈 것을 주문한다.


    책은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들의 명언이 무수히 등장한다는 점에서 읽는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오스카 와일드, 조지 버나드 쇼, 빅토르 위고, 존 F. 케네디, 톨스토이, 파스칼, 발자크, 찰스 핸디, 룽잉타이 등 수많은 위인들의 대사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주는 빼놓을 수 없는 묘미라 할 수 있다.


    글 한주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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