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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 약자의 눈물을 훔치다
    사회 2013. 1. 31. 15:59

    [마키아벨리]


    이탈리아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였던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1527)는 피렌체의 가난한 가정에서 출생, 피렌체 공화국의 서기장으로 활약했고, 외교 사절로 신성 로마 황제에게 파견되기도 했다.


    그는 메디치가(家)가 피렌체를 다시 지배하게 되자 한때 체포된 후 은퇴하고 <군주론(1532)> <로마사논고(1531)> 등을 집필했다. 생의 후반기에는 <피렌체사>의 집필과 하급공무원으로서의 업무를 맡았다.


    또 그의 희극 <만드라골라(1518)>는 이탈리아 연극사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조국 이탈리아의 통일을 위해 주장한 정치 이론들은 그 중요성과 위험성으로 인해 ‘마키아벨리즘’이라 불리며 권모술수나 처세술로 평가 절하돼 왔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사회과학서로 쓴 것이 아니다. 권력을 잡은정치가들에게 권모술수를 가르치기 위해 쓴 책도 아니다. 자기계발서는 더더욱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한숨을 몰아쉬며, 애절한 마음으로 『군주론』을 썼다. 『군주론』은 실직을 당한 전직 관료가 재취업을 바라면서 권력자에게 일자리를 호소하며 쓴 글이다. 그래서 위대한 책이 됐다. 살아남기 위해 쓴 책보다 더 위대한 책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글이나,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쥐어 주는 인세에 눈이 멀어 알량한 글로 혹세무민하는 잡스러운 글이나, 권력을 잡기 위해 국민의 마음을 떠보는 파렴치한 정치가들의 글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기만의 방책이나 권모술수의 비법이 아니라, 눈물을 쏟으며 『군주론』을 써 내려갔던 마키아벨리의 애절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키아벨리를 권모술수의 대가로, 그의 역작인 <군주론>을 독재자를 위한 지침서로 평가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사실 본인 스스로가 철저한 약자였다. 


    그는 강자들이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니라 지배자들에 의해 억울하게 당하는 약자들에게 “더 이상 당하고 살지 말라”고 조언했다. 당시 강자들은 마키아벨리의 놀라운 통찰력을 독점하기 위해 그를 사악함의 대명사로 몰고 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수백 년간 강자들에 의해 철저히 왜곡되어온 마키아벨리의 진면목과 인생철학을 복원한 결과다. 


    이 책은 기존 <군주론>에 국한돼 있던 마키아벨리에 대한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마키아벨리의 역사적ㆍ인문학적인 면모를 새롭게 재해석한다. 


    또 이탈리아를 포함해 마키아벨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럽에서의 그의 행적과 사상을 펼쳐놓는다.


    <마키아벨리> 김상근 지음, 21세기북스


    고전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성찰


    마키아벨리에게 강자의 횡포에 맞서는 첫 번째 길은 고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약자의 설움을 눈물로 대신 삼켜야 했던 마키아벨리는 자신이 당하고 있는 약자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삶을 살았다. 그 방식은 고전으로부터 지혜를 얻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를 이끌었던 수많은 지도자들과 로마 제국의 옛 현자들이 어떻게 시련과 위기를 극복해 나갔는지 묻고, 그들의 답을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약자의 삶에 대입시켜 그 해결책을 모색한 것이다.


    마키아벨리 사상에는 고전과 인문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시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통찰력이 가득하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출세 가도를 달리기도 하고 축출돼 고문까지 당했다. 그럴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판세를 읽으며 중심을 잡을 수 있던 비법은 ‘고전’에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삶의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위대한 고대 사상가들을 스승으로 삼고 고전 속에서 해답을 구했다.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 등은 그의 살아 있는 ‘멘토’였던 것이다. 


    이렇다 할 배경도, 재력도 없던 그는 오직 공부하고 성찰하는 것만이 유일한 무기였다. 무자비한 경쟁 속에서 흔들리는 현대인들이 다시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약자가 강자의 횡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진정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 여기서 마키아벨리는 비르투스의 덕목으로 다시 돌아간다. 비르투스, 즉 용기를 내라는 말이다. 이 세상의 약자들이여, 스스로 운명에 맞서고, 용기와 기개를 잃지 마라. 자신의 속내를 강자에게 알리지 말고, 일단 내 손에 무기가 쥐어지기 전까지 침묵과 위장으로 일관하라. 일단 내 손에 무기가 들어오면, 그때는 아무 거리낌 없이 행동하라. 이것만이 살 길이다. 승리의 여신은 울보를 기억하지 않는다.


    책에 따르면, 마키아벨리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강자의 힘과 권력의 속성을 파헤쳤으며, ‘약자들의 수호성자’로서 약자들의 삶에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 책에서 역시 약자로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99%의 대중들에게 ‘더 이상 당하지 않고 사는 법’을 전한다. 


    이는 ‘담대하게 인생을 마주하고, 탁월함으로 무장하라’는 메시지인 동시에 마키아벨리의 삶을 지탱해줬던 철학이기도 하다.


    책은 마키아벨리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그 역사적 의미와 인문학적 통찰력을 구체적으로 짚어나가고 있다. 


    지배자들에 의해 500년 동안 감춰졌던 마키아벨리의 생존전략을 비롯해 때를 기다리고 스스로 무장해 인생의 질곡을 현명하게 넘는 방법, 마키아벨리가 수많은 영웅들을 관찰하면서 깨달은 진정한 리더의 모습, 그의 사상을 만들어낸 고전 읽기 등을 소개한다.


    글 정용진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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