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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만난 '낯선 나'
    사회 2013. 3. 20. 11:42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려면 삶과 사랑에 빠져야 합니다.”


    누구나 어떤 특별한 길로 이끄는 듯한 느낌이나 충동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삶을 반전시키는 사건들을 알리는 신호 혹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생각들이 떠오른 적이 있을 것이다. 살다보면 세상이 간혹 “운명이군”이라는 문장 하나로 정의 내려질 때가 있다. 인생이 때로 절대적이며 피할 수 없는 끌림과 충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운명을 소명, 수호천사, 다이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철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우리가 가진 개성의 근본적인 본질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우리의 현대 문화는 생물적 특성과 같이 영혼도 태어날 때부터 본연의 형태 그대로 우리 안에 내재돼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제임스 힐먼 지음, 주민아 옮김, 나무의철학 펴냄


    인간의 삶에는 흔히 우리 나름대로 삶을 정의한 인생론을 넘어서는 더 많은 것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빠르거나 늦거나 시기는 다르지만, 우리를 특정한 길로 불러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 ‘무엇인가’를 어린 시절에 접했던 결정적인 신호의 순간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그 시절에 갈 길을 잃은 충동, 매료, 여러 가지 사건의 특이한 반전 등은 강력한 신호로 다가온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야. 이게 바로 내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거야. 이게 바로 내 모습이야.”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는 이런 ‘운명의 부름’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삶에는 세상의 이론이 정의내리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으며, 우리 각자에게는 ‘살아가는’ 이유가 아닌, ‘지금, 바로 이곳에 살아 있는’ 이유가 처음부터 존재한다고 말한다.


    원형심리학과 도토리 이론을 창시한 20세기 최고의 석학 제임스 힐먼 교수는 이 책에서 ‘나’라는 독특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음’을 증명한다. 더불어 세상은 어떻게든 ‘내’가 이곳에 살아 있기를 원하며, 우리의 삶은 각자가 타고난 ‘영혼의 코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현대인들이 방황하는 이유에 대해 “삶이 말하는 커다란 끌림, 혹은 운명을 이끄는 키워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현대 과학과 심리학의 그늘 아래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자기계발 시장이 커짐과 동시에 그들의 공허함과 목마름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 역시 여기서 찾는다. 그는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바로 존재하는 방식”이라면서 “상식을 파괴하는 상상력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그는 만약 진정한 운명의 부름을 찾고 싶다면 삶을 지배하는 ‘영혼의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자신의 삶을, 어떤 우연한 일이나 호기심, 가능성의 문제, 작은 사건 등에 맞춰 되돌아볼 것을 권하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운명의 신호’를 발견할 수 있는 단서라고 이야기한다.


    ❐ 기억하세요, 세상은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타고난 이미지를 발견하려면 대중적이지만 낡아빠진 심리학 틀을 일단 옆으로 치워야 한다. 그 틀은 삶을 충분히 드러내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 틀에 끼워 맞추기 위해 삶을 재단하게 된다. 유아기부터 문제 많은 청년기를 거쳐 중년의 위기와 사그라져 가는 노년, 결국 죽음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전개 발전되는 삶…. 이것은 이미 짜놓은 지도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는 일, 다시 말하면 어딘가에 도착하기도 전에 당신이 어디에 가 있는지 미리 말해주는 일정표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 또는 보험회사 직원이 계산해서 미리 알려주는 평균 통계수치와 다를 바가 없다.


    지은이는 책에서 가족 관계나 피해의식으로 정의되지 않는 ‘나’에 대한 신선한 프레임을 제시한다. 엘라 피츠제럴드와 마하트마 간디와 같은 본질적으로 다른 인물들의 일생을 묘사하면서 당신의 특성이 바로 운명이라 주장하고, 이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초년시절부터 스스로 발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철학과 신화, 문학과 종교, 심리학 등 방대한 학문들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 시대가 ‘질병’이라고 칭하는 우울, 암울함, 딜레마를 새로운 방식으로 분석한다. 즉 이런 딜레마와 우울함이란 영혼의 코드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참여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단지 현대 과학적 프레임에서 왜곡된 것이라 바라보는 것이다.


    삶의 전제를 꿰뚫는 지은이의 인생 로드맵은 쉽게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으며, 세상은 우리가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상에서 언제나 되뇌일 것을 주문한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영화 <블랙스완 Black Swan>(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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