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식을 갖춘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넣은 다음, 스스로 궁금하게 여기는 주제에 관한 질문을 서로 주고받게 할 수 있다면? 그 방이 바로 ‘엣지’, 그 대화가 바로 ‘엣지’다.


“지식의 끝에 도달하기 위하여”를 슬로건으로 내건 엣지 재단(Edge Foundation Inc.)은 인문학과 과학의 단절을 극복하고 ‘새로운 지식’과 ‘다르게 사고하기’, 즉 ‘제3의 문화’를 주창한다. 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밝히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존 브룩만 엮음, 최완규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엣지재단 구성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의 목표가 그저 선언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빈 서판>의 스티븐 핑커, <다중지능>의 하워드 가드너, <몰입의 즐거움>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문명의 붕괴>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우주의 구조>의 브라이언 그린, <생각의 지도>의 리처드 리스벳,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의 클레이 셔키, 위키피디아의 래리 생어, TED의 크리스 앤더슨 등 각 분야를 선도하는 내로라하는 지성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엣지의 대화는 그 폭이 예년보다 한층 넓어졌다. 시각 예술가 에이프릴 고닉과 에릭 피슬, 세르비아 출신의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미디어 디렉터들의 크리에이티브 공동체 락스미디어콜렉티브(Raqs Media Collective) 등 많은 예술가들이 “팩스에 밀려난 경험”, “내 시간 인식”, “세상을 뒤흔드는 폭풍우는 아무도 피할 수 없다” 등 다양한 견해를 선보이면서, 사고 대통합 프로젝트에 대거 동참했다.


장니코연구소(Institut Jean Nicod)의 철학자 글로리아 오리기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학자가 된다는 것은 대화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라고 했듯, 학문적 권위와 함께 논쟁을 몰고 다니는 엣지의 이번 대화 역시 학자들이 대립하고, 지식이 충돌하며, 다양한 학문이 경계를 넘어 사고를 통합한다.


엣지는 매년 ‘올해의 질문(Annual Question)’을 선정, 이에 대한 답을 함께 모색하는 ‘사고의 대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150명의 지성들이 이 얽힘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저마다 답을 내놓았다.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의 원서 부제(The Net’s Impact on Our Minds and Future)가 암시하듯, 책은 사이버 기계에 마음을 업로드하는 세상의 미래를 전망하는 한편, 여전히 영장류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인류의 혼란을 경고한다. 또한 ‘생각’의 ‘본질’과 ‘대상’, 그 ‘메커니즘’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입체적으로 분석, 종국에는 인간과 인간의 삶의 변화를 추적한다.


이 책의 서문을 쓰며, 문제를 제기한 W. 대니얼 힐리스는 “웹이 곧 인터넷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웹은 신매체에 통합된 구매체의 집합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아울러 인터넷을 “상호 연결된 컴퓨터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정의한다. 오늘날의 숨 가쁜 변화를 다루기에 부족함이 없는 개념이다.


그는 또 “우리는 지구촌에 사는 모든 이들과 운명 공동체를 형성했을 뿐 아니라, 기술과도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며 “계몽주의 시대의 화두가 ‘독립’이었다면, 우리 시대의 주제는 ‘상호 의존’이다. 인간이든 기계든 이제 모조리 연결되어 있다. 얽힘의 시대가 탄생했다”고 강조한다.


❐ 우리 시대 '주제'의 흐름은 어디로?


이 책은 무엇보다 거장들이 벌이는 맞장 토론, 즉 서로 상반되는 견해의 충돌을 생생하게 전한다. 니콜라스 카는 ‘책 없는 도서관’에서 “인터넷이 집중하고 사유하는 능력을 갉아먹고 있는 듯하다”면서 “내 정신은 이제 인터넷이 떠먹여주는 대로 정보를 받아들이려 한다.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는 정보의 급류를 당연하게 여긴다”고 고백한다.


이에 반해 케빈 켈리는 “불확실성은 일종의 유연성”이라며 “내 사고가 한층 더 유연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수없이 많은 반진실과 비진실, 다른 엉뚱한 진실들 속에서 참된 진실을 조합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TED의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생각은 인터넷 전도사답다. “인터넷 탓에 인쇄 매체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종말론적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 특기할 만한 반대 경향이 한 가지 눈에 띈다. 우리가 웹 덕분에 구어를 재발견했다”는 사실에 환호한다. 구어, 즉 이야기야말로 사람을 설득하고 움직이는 가장 효과적인, 살아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 강연은 정보를 전달하고 설명한다는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길면서도, 대중적 파급력 면에서는 충분히 효과적일 정도로 짧다. 웹 덕분에 우리는 불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위키피디아 혁명>의 지은이 앤드류 리는 “지금은 그럴 만한 도구가 부족하지만 언젠가 협업을 통한 비주얼 콘텐츠 매체의 창작과 편집, 걸러내기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오디오·비주얼 영역에서도 인터넷 협업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사회적 연결망 효과가 일어난다면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적 산물이 탄생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점친다.


“오늘날 클릭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뉴런 수준에서 인지할 수 있을 것이고, 가상현실은 지금 감각으로 인지하는 것보다 한층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열여덟 살의 MIT 박사과정 학생 데이비드 달림플의 생각은 보다 급진적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40년 후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대단한 마법’을 전망한다. “공동체적 체외 메모리(Exosomatic Memory)로부터 정보를 회수하는 속도가 극도로 빨라져 개인 두뇌의 기억에 의존하는 일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현재로서는 여전히 교차 참조와 연상을 위해 생체적 두뇌가 필요하지만 더 정교한 소프트웨어와 빠른 하드웨어가 개발되면 그런 기능조차 차츰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다.”


데이비드 M. 버스의 상상은 역시 짝짓기로 향한다. “수렵·채집 시장의 교환 수단이 섹스와 고기였다면 인터넷 시장에서는 원조 교제가 이를 대신한다. 진화를 거듭한 마음의 메커니즘은 이제 전 세계를 총망라하는 익명에 가까운 상호 연결성의 세계를 활동 무대로 한다. 사랑, 영성, 남녀 결합을 갈구하는 영원불멸할 것으로 여겨지던 몸부림은 사이버스페이스의 먹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책은 숨 가쁜 미래로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는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 이에 내재돼 있는 가공할 위험은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인들의 서슴없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정용진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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