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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운 우리말로 하는 철학하기
    사회 2013. 3. 22. 17:40

    [철학을 다시 쓴다]


    “우리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 있을 것이 무엇이고, 없을 것이 무엇이냐, 그것이 실제로 있느냐, 없느냐, 있으면 얼마나 있고, 없으면 얼마나 없느냐를 꼼꼼히 살피지 않고 보수주의가 좋으니 진보주의가 좋으니, 수구니, 개량이니, 혁신이니, 혁명이니 하고 말로만 내세우는 것은 다 부질없는 짓이지요.”


    <철학을 다신 쓴다>는 있을 것이 있고, 없을 것이 없는 ‘좋은 세상’을 향한 농부철학자 윤구병의 철학 강의다. 지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철학 전문지 <시대와 철학>에 ‘있음과 없음’을 주제로 연재한 글과 2008년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함과 됨’을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함께 엮은 것으로, 학생들과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있음과 없음’, ‘함과 됨’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철학 문제를 두고 끝까지 왜냐고 따지고 묻는 치밀한 논증을 펼친다.


    <철학을 다시 쓴다> 윤구병 지음, 보리 펴냄

    있다, 없다는 말이 우리 사고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낱말이라는 사실은 철학자들이 나타나기에 훨씬 더 앞서서 우리 인류가 가장 큰 하나인 있는 것에서부터 가장 작은 하나인 없는 것에 맞닿아 있는 것에 이르기까지 머릿속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철학하는 사람의 과제는 바로 이 가장 큰 하나인 있는 것과 가장 작은 하나인 그 무엇을 양 극단에 두고 이 두 끝, 한계 사이에 우주 전체의 삼라만상이 어떻게 배열되는지, 차례로 하나하나를 겹쳐서 우주의 전체 구조와 그 구조에 따르는 기능을 밝혀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하려는 일도 이 작업의 한 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있음과 없음’은 무엇이고 ‘함과 됨’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이 문제가 좋은 세상 만들기와 어떻게 잇닿을 수 있는지를, 우리 현실과 맞닿는 철학 이론으로 풀어낸다. 칠십 평생을 실천하는 철학자로 살아온 윤구병 선생의 삶과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함께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제시하고 있다.


    책은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존재론 전통의 맥을 짚어가면서 ‘존재’와 ‘운동’의 문제를 주요하게 담고 있다. 파르메니데스, 제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플로티노스를 비롯한 여러 서양 고대 철학자들이 펼친 그리스철학의 핵심 개념들도 상세히 소개한다.


    특히 플로티노스의 이론을 징검다리 삼아, 서양 고대 철학계에서 신줏단지처럼 여기는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에 문제가 있음을 증명한다. 더불어 데미우르고스, 이데아, 아페이론(무규정적인 것), 질료, 형상 같은 철학의 기본 개념에 대한 치밀한 논증은 기존에 만나기 어려웠던 새로운 존재론의 세계로 안내한다.


    또 고대 원자론자들의 이론을 포함해 헤겔, 베르그송, 마르크스 같은 근대 철학자들의 학설이나 현대 실증과학의 이론도 ‘있음과 없음’, ‘함과 됨’의 관점으로 설명하고 한다. 이렇게 서양 존재론의 근본 문제를 분석하고 논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서양 철학사에서 그동안 외면했던 ‘없는 것이 있다’는 이론을 밝혀낸다. 서양 존재론의 전통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그 속에 감춰진 맹점을 파헤쳐 이른바 ‘윤구병식 존재론’을 새롭게 정립하기에 이른다.


    ❐ 우리 사고의 중심 ‘있다’ 그리고 ‘없다’


    우리가 나날의 삶에서, 또 그 삶을 반영하는 감각이나 사유 속에서 없는 것을 몰아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없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삶과 생각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이 없습니다. 추운데 난로에 온기가 없습니다. 있는 것 하나밖에 없으면 생각도 없습니다. 구체적인 생활에서나 감각에서나 생각에서나 어디에서나 드러나는 이 없음의 근원은 무엇입니까? 비어 있음이라고요? 결핍이라고요? 이미 있었던 것의 사라짐이라고요? (…)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무리 천하장사라 해도 이 세상에는 감각의 세계와 사유의 세계로부터 이 없음을 몰아낼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얼버무리지 말고 솔직히 인정합시다.


    책은 우선 인류 역사에서 문자와 지식이 생겨나기 전에 벌어졌던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펼쳐놓느나. 지구의 역사에서 ‘생명의 시간’이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으로 나뉘게 된 과정을, 신화와 공동체 역사를 통해 설명한다.


    특히 기독교 창세기와 단군신화를 지은이만의 독특한 이론으로 재해석하는데, 이 내용을 바탕으로 최초의 공동체, 농경공동체, 유목공동체, 도시사회의 형성 과정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시간적인 경험의 축적’이 지혜의 함수가 된 농경사회와 ‘공간적인 경험의 확장’이 지혜의 함수가 된 유목사회의 변천사, 고대 해안 도시사회에서 현대 도시사회에 이르기까지 의사소통 수단의 발달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책은 무엇보다 ‘있음’과 ‘없음’을 둘러싼 존재론을 중심되게 다루고 있다. 있는 것은 무엇이고 없는 것은 무엇인지, 없는 것도 정말 없는 것인지, 우리가 무엇을 인식할 수 있으며 또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또 ‘있다, 없다’ ‘이다, 아니다’ ‘같다, 다르다’ ‘하나, 여럿’의 개념들도 상세히 분석해 현상계의 법칙과 의식의 법칙을 함께 풀어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있는 것’이 ‘없는 것’과 더불어 있기 때문에 현상세계는 모순이 가득하고, 이 모순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와 운동이 생겨난다는 ‘운동의 생성원리’를 이끌어낸다.


    책에 따르면, ‘있음과 없음’이라는 존재론 문제는 ‘현대와 도시’라는 시공간 개념과 연계되면서 ‘함과 됨’이라는 실천론으로 이어진다. 생명의 시간이 인공의 시간으로 바뀐 도시사회에서 인간 정신의 산물인 여러 법칙들과 연관된 문제들을 모두 ‘함과 됨’이라는 철학 개념으로 풀이한다.


    지은이는, 운동의 서로 다른 두 가지 형태인 ‘함’과 ‘됨’은 온갖 모순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묻고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있을 것이 없고 없을 것이 있는 ‘나쁜’ 세상을,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있을 것이 있고 없을 것이 없는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주체성을 갖고 반드시 ‘함과 됨’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함과 됨’을 다룬 내용 속에서 ‘철학’이 세상을 해석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는 몫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근본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책은 강의실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글을 통해 철학의 핵심 개념을 쉽게 설명하면서, 철학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돼준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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