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적 인생의 권유]


공감하는 지적생활인 최재천. 그는 앎과 삶이 일치하는 우리 시대 지식인으로 불린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통섭학자로 유명한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시인의 마음을 가진 과학자’로 통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시의 한 구절처럼 그는 동물들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며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한다.


그렇게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동물과 공감해왔다. 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사람들과 공감해왔다. 매일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한다. 이것이야말로 앎과 삶이 일치하는 지적생활인의 모습이며 이 세상을 멋지게 살아가는 최재천 교수만의 공감 비결이자 스타일이다.


<통섭적 인생의 권유> 최재천 지음, 명진출판 펴냄


이성을 생각하는 능력, 감성을 자극에 대한 반응이라고 간단히 정의해 보자. 박쥐는 초음파를 보내서 나방의 위치를 찾는다. 그러면 나방은 가만히 있을까? 박쥐의 초음파를 느낀 나방은 박쥐가 예상하기 힘든 불규칙한 방향으로 도망친다. 그럼 박쥐는 또 그 불규칙한 패턴을 예상해서 움직인다. 이건 감성인가 이성인가? 이성과 감성을 구분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 것인가? 인간만이 이성을 가진 동물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철학자들의 어색한 구분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물에게도 이성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물론 내가 말하는 이성은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이성과 그 범위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통섭적 인생의 권유>는 최 교수가 미국에서의 교수 생활을 마감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지난 15년 동안 그가 발언해 온 어젠다(Agenda) 가운데 공감의 기록으로 남길 만한 것들을 골라 정리한 것이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오랜 관찰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뤄진 그의 발언을 12개의 어젠다로 분류해 제시한다.


생물 다양성, 그린 비즈니스, 의생학(자연을 표절하는 학문), 미래형 인재, 기획 독서, 여성 시대, 경계를 허무는 삶 등 그만의 독특한 시각이 담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통섭적 인생’이란 과연 어떻게 사는 삶인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최 교수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통섭’의 개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통섭이 무엇인지 알게 됐지만, 대체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학문적인 노력쯤으로 이해하며 우리 삶과는 별 상관없는 개념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최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삶의 방식과 태도의 개념을 담은 ‘통섭적 인생’을 우리에게 권유한다. 통섭적 인생이란 자연의 일부가 돼 더불어 사는 삶, 사물을 달리 볼 줄 아는 능력, 깨어 있는 마음으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방식임을 주장한다.


<아바타>라는 영화 다들 봤을 것이다. 이 영화 제작에 참여한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들 중에는 한국 사람이 여럿 있다. 이는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제임스 캐머런 감독 밑에서 하청을 받아 일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우리가 제법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직접 구상해 내지는 못하는 것이다. ‘컴퓨터만 조금 다룰 줄 알면 이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컴퓨터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스토리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결국엔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이 필요하다. 신화를 꿰뚫어야 한다. 나도 이 영화를 봤는데, 내 전문 분야인 생태와 관련된 영화였다. 생태학도 뭘 좀 알아야 <아바타>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책은 무엇보다 ‘통섭적으로 산다는 것’에 의미를 던지며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우선 자연의 법칙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사람도 결국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삶이라고 최 교수는 말한다.


다음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피카소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피카소는 엄청난 다작을 통해 천재성을 발휘했다. 최 교수 역시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시도했던 피카소의 삶을 실천해 왔다고 한다. 그는 공이 날아올 때마다 너무 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다 보면 단타도 치고 때로는 만루 홈런도 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한 우물만 파지 말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다양한 분야에 몸을 담그다 보면 어느새 통섭적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21세기는 융합형 인재, 즉 통섭형 인재를 원한다. 그러한 인재가 되길 원한다면 먼저 통섭적 인생을 살기 위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내용이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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