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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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공감한줄 2014. 1. 27. 11:32
세상의 모든 인연은 상처이지만 그 인연을 쉽게 끊지 못하듯이 세상의 모든 길은 상처투성이지만 집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어떤 더위도 땡볕도 이 발걸음을 이기지 못한다. 똥을 정면으로 볼 줄 알아야 밥이 정면으로 보인다. 나무를 정면으로 볼 줄 알아야 땅이 정면으로 보이고 땅을 정확하게 들여다보아야 벌레를 정확하게 볼 수 있다. 풀을 정면으로 볼 줄 알아야 하늘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고, 길을 두려워 않고 걸어봐야 사람을 정면으로 볼 수 있다. 너무 가까운 건 극명해서 제대로 못보고 중간은 어슴푸레해서 자세히 못보고 멀리 떨어진 것은 짙어서 눈이 흐려진다. / 유용주 (작은것이아름답다) - 함께 가는 세상을 봅니다! - [책]으로 [만]나는 [세]상 ⓒ지데일리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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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한장의사색 2014. 1. 23. 12:59
모진 삶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늘 당당하게 살아오신 어머니,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당신을 선뜻 모셔가기를 주저했던 못난 자식들에게 끝까지 사랑을 버리지 않으셨던 어머니, 힘겹게 할딱거리며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죽어서도 자식 잘되게 해주겠다던 내 어머니…. “내가 죽으면 까치가 되어 네가 사는 집 창문 앞에 와서 울 것이다. 그 까치가 어미인줄 알고 창문을 열어놓아라.” 늘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의 그토록 큰 사랑을 쉽게 잊어버렸던 지난날들이 서럽고 죄스럽기만 하다. 어머니는 지금 차디찬 땅 속에서 무얼 하고 계실까? 어머니와 꿈속에서라도 다시 한 번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사진 찍어 언제 돈 벌어올 거냐는 야단을 들을 수만 있다면…. / 최병관 (한울) - 함께 가는 세상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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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리 <꽃보다 붉은 울음>詩냇가 2014. 1. 6. 09:54
눈 나리는 날 아침에 정월 초하룻날 설날이 되었다잠에서 눈을 떠창문을 열고 보니 폭설이 내려서온 바다를 흰눈이 덮었고은빛 찬란함이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더라. 눈 나리는 날에 가장 좋아하던우리 집 바둑이는 천지를 돌아다니며뒹구르며 좋아하며 짖는 그 소리가노래같이 들리더라너무나도 신기하고 놀랍더라. 장독 위에는 소복소복 쌓인 눈이연꽃같이 희고 아름다웠더라대밭의 댓잎에서는 흰눈이소복소복 쌓여서 칼끝과 같이쪼삑쪼삑 하였더라. 소나무에도 많은 눈이 쌓여서목화같이 보이기도 하고눈꽃같이도 아름다웠고좋게 보이더라. 우리 집 지붕 끝에는 고드림이 주렁주렁 매달려서보기에 경치가 좋았더라. 나는 설날의 음식과 떡국으로 차려서아랫마을의 할머니 집으로세배를 나섰더니 눈 속에서길을 몰라 헤맬 때바둑이가 내 앞에 뛰어와서길을 인도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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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마음이 열릴 때공감한줄 2013. 12. 18. 21:11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세계 안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의 내면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의해 세계와 단절되고 고립되어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를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인간은 언제나 전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쪽의 ‘나’와 저쪽의 ‘그’가 ‘있다’라는 것이다. ‘나’와 ‘그’ 사이에는 어떤 거리가 있겠지만, 좀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 손의 역할을 시가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닫힌 마음이 세상을 향해 열릴 때 시는 창이 될 것이다. / 김성리 (알렙) [책]으로 [만]나는 [세]상 ⓒ지데일리자료도움 gdaily4u@gmail.com트위터 @gdaily4u 꽃보다 붉은 울음저자김성리 지음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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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아버지 학교>詩냇가 2013. 6. 3. 14:58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수염이 검어졌습니다. 양날면도기가 차갑게 턱 선을 내리긋고 지나갔습니다. 살이 뜯겨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부터는 손쉬웠습니다. 한 면은 거칠었고 한 면은 잘 들었기 때문입니다. 날 선 쪽으로 삭삭, 두어 번 베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도루코 면도날을 반쪽만 잘라 엇갈아 끼우셨습니다. 아버지는 무딘 쪽만 쓰셨습니다. 면도기를 함께 쓰다니, 다 컸구나. 기념으로 소주도 몇 잔 받았습니다. 잘 드는 쪽이 네 거다. 아버지의 마음 한쪽을 상속받았습니다. / 중 ‘면도기’ 트위터 @gdaily4u 자료도움 gdaily4u@gmail.com 아버지 학교저자이정록 지음출판사열림원 | 2013-05-13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어머니 연세에 맞춤하여 72편으로 써낸 『어머니학교』, 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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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마음이란?공감한줄 2013. 5. 28. 18:01
인간에게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시를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우정과 신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인간에게 아픈 이별이 없다면, 인간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만남의 순간이 없다면 나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고 또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시를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간이 죽고 난 다음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 마종기 (달) 우리 얼마나 함께저자마종기 지음출판사달 | 2013-05-08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이 책은 시인의 시집이나 다른 산문집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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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어머니 학교>詩냇가 2013. 5. 20. 18:24
노각이나 늙은 호박을 쪼개다 보면 속이 텅 비어 있지 않데? 지 목 부풀려 씨앗한테 가르치느라고 그런 겨. 커다란 하늘과 맞닥뜨린 새싹이 기죽을까 봐, 큰 숨 들이마신 겨. 내가 이십 리 읍내 장에 어떻게든 어린 널 끌고 다닌 걸 야속게 생각 마라 다 넓은 세상 보여주려고 그랬던 거여. 장성한 새끼들한테 뭘 또 가르치겄다고 둥그렇게 허리가 굽는지 모르겄다. 뭐든 늙고 물러 속이 텅 빈 사그랑주머니를 보면 큰 하늘을 모셨구나! 하고는 무작정 섬겨야 쓴다. - 「사그랑주머니-어머니학교 1」 중에서 어머니 학교 저자 이정록 지음 출판사 열림원 | 2012-10-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어머니학교는 시인의 학교며 시인학교다!이정록 시인의 시집 『어머... @gdaily4u 님의 트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