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시 이야기]

 

모두의 눈은 레이시를 따라 움직였다.”

 

<레이시 이야기(An Object of Beauty)>신부의 아버지’ ‘핑크 팬더등에서 백발의 코미디 배우로 유명한 스티브 마틴이 미술수집가로서의 면모를 발휘, 경매회사 소더비와 첼시의 갤러리 거리 등 뉴욕 아트마켓을 배경으로 여성 아트 딜러 레이시 예거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다.

 

세기의 명작 미술이 천문학적인 가격 경쟁을 벌이는 미술 경매시장. 고흐, 피카소, 앤디 워홀이 최고가를 갱신할 때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예술과 돈이 공존하는 그 정점에 소더비와 크리스티라는 양대 경매회사가 있으며, 미술 경매시장은 화려하지만 사악한 세계로 일컬어진다.

 

책은 레이시 예거라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위트 있는 상황과 인물 간의 대화 등을 통해 베일에 가려져 있던 화려한 미술세계를 현실감 넘치게 그려낸다. 아울러 미술품을 통해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수집가들에 대해 날카로운 풍자를 가한다.

 

<레이시 이야기> 스티브 마틴 지음, 이재경 옮김, 홍시 펴냄

 

소더비는 사람들이 유럽식 말씨로 예술 사조를 논하고, 물려받은 돈부터 금융자금까지 각종 돈다발이 고급 양복과 실크 넥타이 차림으로 공존하는 기관이었다. 그곳은 산뜻하고 깔끔한 뉴욕을 대표했다. 거기 직원들은 매일 빼입고 출근해서, 담배 연기 없고 약물 없고 오직 흉상과 청동과 억만장자들로 가득한 천장 높고 유서 깊은 건물에서 일했다. 하지만 부모들이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퇴근 후와 주말에는 자식들이 세잔과 마티스의 품을 떠나 어둠의 세계에 합류한다는 점이었다. 날이 저물면 자기 자식들도 다운타운에 모여서 록밴드에 들어간 자식들과 하등 다를 바 없이 산다는 것을 부모들은 몰랐다.

 

레이시 예거는 아트 딜러다. 최고의 미술경매회사 소더비의 지하 창고에서 일하면서 아트 딜러의 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의문의 일로 소더비에서 해고되고, 새로운 직장에서 다시 승승장구한다.

 

그녀는 화가의 작품을 고객에게 더 멋지게 소개하기 위해 직접 액자를 새로 맞추기도 하고, 수집가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얼굴을 내밀며 점차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 간다.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FBI가 찾아오면서,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고. 그녀의 경력은 위태로워진다.

 

꿈 많고 열정 넘치는 레이시가 기회와 위기의 파도타기를 펼치는 아슬아슬한 모습은 흥미롭다. 레이시는 성공을 위해 자신의 외모와 지위를 이용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순수한 열망과 열정으로 인생을 개척해 가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자신의 이름을 단 갤러리를 여는 게 꿈이었던 레이시는 결국 갤러리를 오픈하지만, 이와 맞물려 9.11 테러와 세계 경제 불황으로 호락하지 않은 현실에 부딪힌다. 이 책에는 미술 경매 시장의 속살뿐 아니라 국내외 정치, 경제의 현실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왜 같은 화가의 작품이어도 어떤 작품은 수백억 원에 팔리고, 어떤 그림은 그렇지 못할까? 그리고 그토록 비싼 돈을 들여 미술품을 수집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 단지 투자의 대상일 뿐일까. 부자들의 허영일까. 이 책은 이런 의문에 대해서도 답한다. 아트 딜러와 수집가, 작가들의 대화 속에 그림 값의 비밀,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법, 진짜와 가짜 작품을 구별하는 법 등이 책에 담겨 있다.

 

스티브 마틴은 가수 엘튼 존과 함께 연예계의 소문난 미술수집가로 꼽힌다. ‘LA스토리’ ‘핑크 팬더등의 영화 시나리오를 쓴 바 있는 그는, TV프로그램 스머더스 브러더스로 에미상 대본상을 수상한 수준급 영화작가로도 통한다. 또 첫 번째 발표한 소설 <샵걸>은 클레어 데인즈 주연의 영화 쇼핑걸로 만들어졌으며, 이 책도 에이미 애덤스 주연으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다.

 

손정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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