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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어머니 학교>詩냇가 2013. 5. 20. 18:24
노각이나 늙은 호박을 쪼개다 보면
속이 텅 비어 있지 않데? 지 목 부풀려
씨앗한테 가르치느라고 그런 겨.
커다란 하늘과 맞닥뜨린 새싹이
기죽을까 봐, 큰 숨 들이마신 겨.
내가 이십 리 읍내 장에 어떻게든
어린 널 끌고 다닌 걸 야속게 생각 마라
다 넓은 세상 보여주려고 그랬던 거여.
장성한 새끼들한테 뭘 또 가르치겄다고
둥그렇게 허리가 굽는지 모르겄다.
뭐든 늙고 물러 속이 텅 빈 사그랑주머니를 보면
큰 하늘을 모셨구나! 하고는
무작정 섬겨야 쓴다.
- 「사그랑주머니-어머니학교 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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