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으로 가라, 골짜기로 가라!’ 


한밤중 깊은 전나무 숲 속에 

퇴색한 달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두려움에 떨며 미소 지을 때 

나는 홀로 쓸쓸히 서 있는 너를 보았네. 


아무 소리도 없다. 가벼운 바람이 골짜기에서 

살금살금 불어와 머무네. 

맑게 부딪히는 갈대 소리는 오싹할 정도로 부드러워 

마치 늪지에서 솟아난 망령의 속삭임처럼 울린다. 


굳게 쥔 두 주먹과 타오르는 눈동자 

거친 바위벽에 속박당한 채 

네 마음은 거센 파도처럼 고동치며 

해변을 향해 끊임없이 물결을 토해낸다. 


부서진 성벽의 흔적, 돌기둥의 화려함 

환한 달빛 아래 성벽은 

움푹 팬 눈동자로 그를 경멸하며 

일그러진 입술로 고개 숙여 절하며 말한다. 


‘높은 곳으로 가라, 골짜기로 가라! 

태양은 살육 당하고 달은 생명을 얻었다. 

너는 빛바랜 창백한 얼굴로 왜 위를 보는가? 

위를 향해 가라, 만물이 빛을 향해 가려고 하는 것처럼’! 


그는 기어 올라갔네. 그는 올라가 귀를 기울이네. 

갈대를 현혹하는 속삭임에 

바위벽을 둘러싼 바람의 웅성거림에 

고지를 날아오르는 올빼미의 윙윙거리는 소리에. 


그것은 더욱 가까이 다가오네, 마법의 소리. 

마치 하프 소리처럼 바람에 실려 와 살랑거리네. 

지금은 나즈막히 탄식하며 고통스러운 불안에 - 

조용히 잦아들다가 - 사라져 - 세상 속으로 가라앉네. 


그것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네, 그는 높이 올라 

두 팔을 벌리고 세상을 껴안네. 

가라앉고 - 물에 빠지고 - 기둥은 무너지고 

-울림은 사라지고 - 소리는 멎고 대지를 향해 산산조각으로 흩어지네. 


포르타 1862년 1월 30일



<함께 가는 세상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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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전시집

저자
프리드리히 니체, 아키야마 히데오 (엮음), 도미오카 치카오 (엮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해설) 지음
출판사
시그마북스 | 2013-10-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10대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의 니체의 모든 시들! 니체의 핵심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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