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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 김광석, 그렇게 그는 살아 있다
    라이프 2013. 12. 24. 14:21

    [미처 다 하지 못한]


     “꿈에서라 볼 수 없는 세상을 노래로 본다.”

     

    가수 김광석이 생전 남긴 메모다. 예고한 바 없었기에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기에 더 믿을 수 없었던 그의 죽음은 사실 지금까지도 의문으로 점철돼 있다. 무대에서의 그를 만날 수는 없지만 여전히 그는 음악으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그렇게 그는 살아 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김광석 지음, 예담 펴냄.

     

    방송이나 공연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김광석을 듣고, 노래하고, 추억한다. 누구나 저마다의 ‘김광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우리가 ‘신화’처럼 떠올리는 그의 참된 목소리일까.

     

    <미처 다 하지 못한>은 그동안 신화에 가려졌던 한 인간 김광석의 진실한 기록을 담고 있다. 김광석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여러 시간에 걸쳐 남긴 일기, 수첩의 메모, 편지, 노랫말 등을 모아 엮은 책이다. 김광석 본인의 글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9년 서른둘이란 나이에 1집을 시작으로 1995년까지 모두 여섯 장의 음반을 남겼고, 1000회가 넘는 소극장 공연을 벌일 만큼 김광석의 삶은 짧으면서도 뜨거웠다.

     

    그 시간 동안 남겨진 메모들은 그의 삶에 비해 짧지만, 그가 직접 남긴 마음의 기록인 만큼 그 어떤 노래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실제로 그가 직접 쓴 글들로 날짜가 기록된 것도 있고, 가위표가 그어진 것도 있지만 그의 숨결이 절절히 묻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라면과 소주, 쓸쓸한 뒷모습, 흙먼지 신촌 포장마차, 고춧가루 뿌린 우동가락”과 같은 일상의 풍경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음악에 대한 꿈, 곤궁한 일상에 대한 걱정 등이 스며있다.

     

    특히 “돈을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주차 관리인과 은행원들 사이에서 바라본 아버지. 속도 상하고 화도 나고 해서 애꿎은 은행원만” 타박하는 기록에선 생활인으로서 김광석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마음의 평안이나 그저 안일한 평화가 주는 심심함보다, 가슴이 파이고 흐느끼는 밤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쪽을 택하리라. 적어도 내 자신에게만은 부끄럽지 않은 솔직한 사랑을 위해” 살고 싶어 했던 그의 ‘아포리즘’에 가까운 기록들을 통해 우리는 김광석 음악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김광석의 뒷모습이 때로는 가슴 아리게 드러난다. 세상에 눈뜬 대학 시절, 큰형님의 죽음, 딸을 의사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받아내게 된 사연, <사랑했지만>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이등병의 편지> 등의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또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1000회가 넘는 공연으로 그 어느 누구보다 관객 가까이 있었던 가수. 그렇지만 마치 자신의 삶을 예감한 듯 타오르는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만큼 화려하진 않다.

     

    그는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행복했지만 그만큼 쉼을 갈구했다.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일로 1993년도의 15박 16일의 미국 여행을 꼽았을 만큼 그는 여행과 휴식에 목말라했다.

     

    “공연이 중반을 넘어섰고, 다들 축하해주고 열심이었다고, 특종이라고 악의 없는 칭찬들이다. 나의 마음속에 일고 있는 허전함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를 치열하게 해준 것은 무엇이었나. 후회도, 보람도 아닌 그저 살아 있음에 움직인 그 움직임이 불쌍한가. 무료하다. 즐겁지 않은 이유를 모른 채 나는 즐겁지 않다. 또 이러다 가라앉는 것인가”

     

    6월의 지방 공연들과 7월 공연을 끝으로 쉴 것이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천천히 흐를 것이다.”라고 다짐했던 김광석은 어서 마흔이 되길 바랐다. 그는 “마흔이 되면 하고 싶은 게 있다. 오토바이를 하나 사고 싶다. 멋진 할리 데이비슨으로! …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일주 하고 싶다.

     

    책의 후반에는 김광석이 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들이 소개된다. 기타를 몸의 일부처럼 여긴 싱어 송 라이터였던 만큼 그는 60곡이 넘는 미완성곡의 음표와 가사들을 악보와 노트, 메모지 등에 가득 남겨놓았다. 그는 천생 ‘가수’였던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우리는 이것들을 기록이 아닌 노래로 만날 것이다.

     

    책은 1996년 겨울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 가수의 흔적이 담긴 67개의 육필 원고와 64곡의 미완의 노래를 통해 한 ‘인간’으로서의 김광석 그리고 그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떠난 지 20여 년이 가까워오는데도 우리가 그의 노래를 부르고 기억하는 건, 그가 그곳에서 영원히 노래를 부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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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처 다 하지 못한

    저자
    김광석 지음
    출판사
    예담 | 2013-12-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김광석이 말하는 김광석 저마다의 신화에 가린 한 인간의 진실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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