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 아프리카 속담.


지금껏 주류 경제학과 그에 바탕을 둔 정책과 체계는 풍요롭고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행복한 경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심하게 불공정하며 비합리적으로 과대평가되고 실질적인 행복을 하락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왔던 것.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 우석훈 지음ㅣ새로운현재 펴냄


역사의 어느 시기에는 올바른 이야기였을 수 있고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던 그런 이야기였는지는 모르지만, 주류 경제학은 이제 그 유용성이 한계에 달했다. 이제 잘못된 경제학의 결과들을 냉정하게 따져볼 차례가 도래한 것이다. 


그야말로 이제 우리들이 결정해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경제가 복잡하고 동적이며 네트워크화된 체계임을 일깨우면서,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를 요구할 수 있다. 우리는 경제가 불공정하고 불안정하며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그것을 고칠 방법을 요구할 수 있다. 


‘어느 날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가만히 불빛을 보던 한 중산층 가장이 자여들이 가지게 될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의 두 자식들은 딸이든 아들이든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 결혼 상대가 마음에 드니 아니니 타박할 기회마저도 오지 않을 것이다. 상견례 예절은 남의 집 얘기일 뿐이다. 20대인 두 자녀가 자신이 살아온 것과 같은 삶을 살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자시의 나이가 되었을 때, 최소한 자신만큼의 삶을 살 가능성 또한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이 모습이 지금 딱 한국 경제의 모습이다. 물론 국민경제의 시간은사람의 시간과는 다르다. 그 역사가 300년 정도는 넘어야 ’늙었다 아니다“라는 얘기를 할 수 있다. 독립한 지 250년 정도 된 미국은 강하고 거대한 나라지만, 여전히 유럽 대륙 국가들에게서 문화적으로는 신생국 취급을 받는다. OECD에 가입한 지도 20년 밖에 안 된 한국 경제는 딱 은퇴를 앞두고 자녀들의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50대 가장의 모습과 같아졌다. 물론 아직 우리는 파산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 어렵다고 하지만, 수출은 적어도 규모에 있어서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그렇지만 은퇴를 하거나 직장에서 잘리기라도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164쪽) 


세계 경제는 성장했고 낡은 신화는 그 힘을 잃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가 청년 경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장 오랫동안 이 문제로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발발한 경제 문제를 자신의 패러다임을 통해 분석하는 힘이 한국이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한국은 위기를 불러오고 있던 경제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지 않은 채 '어영부영' 지나왔고, 그 안에서 청년의 삶은 무너졌다. 청년들의 삶이 무너진 것, 이것은 단순히 ‘88만원 세대’의 비극에 그치는 일이 아니다. 


세대 간 갈등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은 전후를 나눠 그리고 2007년 경제 클라이맥스를 경계로 세대 간 생활과 문화 방식의 차이가 어느 나라보다도 극명하고, 가장 크게는 각 세대가 처한 경제 상황과 여건이 서로 충돌하고 대립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 경제는 자식과 부모 세대를 치킨게임에 몰아넣고 선택을 강요할 뿐이다.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은 ‘88만원 세대’ 선언 후 10년 동안 벌어진 한국 경제의 폐단과 위기에 놓인 시민 경제에 대해 ‘왜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는가’를 묻고 답하는 경제학자 우석훈의 치밀하고 날카로운 분석과 진단을 담고 있다.. 


또한 앞으로의 10년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지 정책과 경제 영역에 걸쳐 ‘최우선 과제’이자 ‘최소한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이민자 규정 변화’가 청년을 포함한 한국 근로자들에게 초래할 일자리 경쟁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의 위험성이라든지, 청년을 위한 ‘이중배당’이 실현될 수 있는 에너지 산업과 농업 분야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세대 간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세대 간 갈등과 분열만 초래하는 구조로 흘러가는 과정 속에서 놓치고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 즉 ‘공동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세대 간 연대의 필요성을 책 전반에 걸쳐 거듭 강조한다. 


‘청년과 관련된 직접 명령 방식을 가장 끝까지 밀고 간 나라는 벨기에다. 그리고 영화 한 편이 거기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 1999년 상영된 영화 <로제타>는 알콜 중독자인 어머니와 함께 사는 18세 소녀가 공장에서 해고된 이후 방황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98년 벨기에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지 6개월 된 청년의 54.5%rk 실업 상태였다. 당시 영화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벨기에는 즉각적으로 관련된 법을 정비하였다. 2000년 왕령에 의해서 세부 사항이 만들어진 후, 근로자 수 50인 이상인 민간 기업에게 정원의 3퍼센트 가량 청년을 추가적으로 고용하도록 하였다. 이를 가리켜 흔히 ’로제타법‘이라고 부른다.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최근에 벨기에의 청년 실업률이 20퍼센트를 상회하면서, 과연 로제타법이 장기적으로도 유효한 것인가에 대해 논쟁 중이다. 어쨌든 우리가 경험한 것에 의하면 가장 강력한 청년 고용에 대한 정부(실제로는 벨기에 국왕)의 직접 명령의 형태가 바로 이 로제타법이다.’(252쪽) 


세계적으로 저성장시대에 접어듦에 따라 ‘1억총활약’이라는 대책을 내세운 일본을 포함해 유럽, 미국 등은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금 당장의 청년 경제에 대한 문제에 대한 이해와 분석마저도 온전하지 못할뿐더러, 경제 전반에 걸쳐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려는 움직임들이 매우 미흡하다. 


빠르게 성장해온 한국 경제는 2007년에 맞았던 경제 클라이맥스 이후 그 발전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늙어가고 있고, 그 속에서 가장 직접적이고도 넓은 영역에 걸쳐 장기화된 문제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청년 경제’를 더 늦기 전에 직시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이것이 우석훈이 지금 다시 청년 경제를 말하는 이유다.


이 책에서는 우선 지난 10년 간 한국 경제에서 벌어졌던 경제 클라이맥스 시기 이후 위기 상황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와 함께 한국 경제에 ‘노화형 패턴’이 자리잡았다고 분석한 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이어 숲의 생태학을 통해 한국 경제에 필요한 변화와 반등의 가능성을 어디서 포착해야 할지 그 이론과 원리를 비유해 이야기한다. 역기에 최근 10년간 벌어진 경제 상황을 되짚어 보면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경제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그렇다면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준비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상세히 풀어나간다. 


‘이자, 월세, 배상 그리고 상속까지 죽은 것들 혹은 죽어야 생기는 것들이 대접받는 세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의 입에서 “살아있으니까 모두 행복한 거야!”, 이런 얘기가 나오는 순간이 우리에게도 올까? 우리의 미래는 그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태어난 것이 불행의 시작이고, 이 땅에 살지 않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정서적 목표가 된 사회에 이별을 고하고,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입에서는 웃음소리가 나오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순간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위기인지도 모를 한국 경제의 두 번째 클라이맥스가 될 것이다. 숲의 천이가 새롭게 시작될 것인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제 각각의 모습으로 모두 찬란하게 빛나는 숲의 모습을 향해 우리의 미래가 갈 것인가?’(339쪽)


책은 또한 청년들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현재 정치, 경제, 각 산업군 영역에서 어떠한 조치와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해외 유사사례를 통해 달라져야 할 앞으로의 10년을 말한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최저임금과 기본 소득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의 경제는 어떻게 늙어 가게 될 것이며, 그 과정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깊은 고민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지데일리 손정우 기자

gdaily4u@gmail.com


Posted by have a Good story, gdaily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