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아르바이트, 계약직, 정규직 등 취업에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 수준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다. 이를 연 단위로 합산한 것을 우리는 연봉이라고 부른다. 주는 사람은 늘 많이 준다고 생각하고, 받는 사람은 항상 적다고 생각하는 게 연봉이다.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우석훈 지음ㅣ새로운현재 펴냄


그렇다면 우리가 받는 이 연봉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경제학자 우석훈의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는 바로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면서도 그 결정 과정에서 완벽하게 소외되고 마는 연봉의 비밀스런 메커니즘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유럽의 수많은 국가와 비해 비합리적이고 모순투성이인 대한민국의 연봉 결정 방식을 진단한다. 여기에 기업에 국한된 제한된 방식의 노조로 인한 연대 활동의 한계, 급격하게 변화한 산업 구조를 따라가지 못한 연공서열 방식의 한계 등을 외국의 선진 사례와 비교해가며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낸다. 


또한 개인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수많은 연대를 통해서는 실현 가능하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기업과 노동자 간의 보다 합리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극복한 외국의 모범적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 삶의 가치를 연봉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연봉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논한다면 그 크기가 절대 작다고 할 수는 없다. 때문에 개인이 받는 연봉의 크기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정하는 결정적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삶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연봉의 수준은 누가, 어떻게 결정할까. 지금 시점에서 이 질문에 정확히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나라와 달리 대한민국은 연봉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기업 또는 개인사업자는 정보의 왜곡이나 여론의 조작이 자유롭다. 이를 통해 전체를 통제하고, 일부에게 특권을 행사하면서 불만을 잠재운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저임금 노동자 비율과 임금불평등 수준에서 압도적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연봉 크기에 의한 상대적인 서열만 존재하는 것이지 절대적 개념, 즉 전체적인 삶의 질 측면에서는 논하기도 창피한 수준이다. 


평균연봉은 올라가지만, 저임금 노동자와 직원 간 임금 격차가 늘어나 점점 노동시장이 악화되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의 문제일 뿐 사회 전체의 문제로까지 사고 확장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을 악화시키는 결정적 이유다. 


우리와 달리 유럽의 수많은 국가는 개별 노조의 협상 결과를 해당 산업 전체가 공유한다. 때문에 노조가 없는 회사의 경우도 이 협상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개인이 받는 연봉의 수준을 국가 전체의 문제로 인지하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같은 사회적 원칙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각 기업의 노조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삼는다고 한다면, 독일의 경우 같은 업계는 물론 그 기업이 위치한 지역 시민들의 사회적 조건도 함께 고려하는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국가에서는 환영받는 일들이 유독 대한민국에서 적용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완전경제’의 개념에는 ‘완전정보’라는 절대적 요소가 전제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업계에서 개인 연봉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는다. 때문에 개별 노동자의 가치나 회사 내 위치를 알 수 없어 연봉을 결정하는 데 적절한 기준을 갖지 못한다.


반면 외국의 경우, 특히 유럽에서는 개별 노동자의 연봉이 모두 공개돼 있기 때문에 얼마 전 스위스에서 논의된 최대 임금을 제한하는 ‘살찐 고양이법’과 같은 선진 임금 시스템의 도입을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매우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한국인 대부분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연봉과 같은 임금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개개인 연봉 수준에 대해 공개하거나, 남과 이야기하기 꺼린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연봉이 너무 높아서, 또 어떤 사람은 너무 낮아 상대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저자는 음식을 주제로 하는 ‘먹방’이 끊임없는 콘텐츠의 확산으로 한국인의 먹거리 문화를 풍부하게 만든 것처럼, 연봉과 같은 민감한 사안도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음식점을 다녀온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전해진 정보가 셰프의 실력을 결정하는 것처럼, 우리가 끊임없이 자신과 상대의 연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그것을 결정하는 과정을 의심하고 견제해야만 불합리한 일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게 된다는 저자의 설명이다.


지데일리 손정우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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