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좋은 학교란 과연 어떤 학교일까?

 

사진=우리 학교가 달라졌어요ㅣ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ㅣ전선영 옮김ㅣ부키 펴냄지난 2003년 4월, 교장에 ‘고용’되면서 ‘도쿄 도 최초의 민간인 출신 교장’이라는 화제성으로 NHK 뉴스를 비롯해 일본 주요 언론의 관심을 받은 후지하라 가즈히로는 ‘학생들이 풍요로운 세계관과 인생관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학교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후지하라는 바로 ‘전례주의(前例主義)’의 굴레 때문이라고 말한다.

 

후지하라 교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정보회사인 리크루트에 들어가 25년 동안 맹활약한 ‘비즈니스맨’ 출신이다. 27세에 이미 관리자로 승진했으며, 30대에는 포케몬으로 유명한 미디어 팩토리라는 출판사를 창업하기도 한, 이른바 기업인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기업인이 아닌 학부모의 눈으로 교장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섰다. 그는 빠른 의사결정, 상식의 전복,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계 등 경영자로서의 탁월한 모습도 보여준다.

 

그는 취임식에서 “학생, 선생님, 부모님, 지역 주민을 포함한 약 300명의 관계자가 힘을 합쳐 1년에 한 가지씩 개선해 나간다면, 3년 동안 약 1000가지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 3년이 연장된 총 5년 동안 후지하라 교장은 와다 중학교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의 와다 중학교 개선 노력은 불과 반년 만에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년보다 입학 희망자가 늘어나면서 희망자 개선도에서 67개 지역 초중등학교 가운데 2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 결과 2003년 169명이던 전교생은 이후 380명까지 늘어났다.

 

늘어난 것은 학생 수만이 아니었다. 취임 1년 뒤인 2004년, 3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력고사에서 와다 중학교는 스기나미 구 5위 안에 들었고, 2008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 폐쇄 위기의 학교가 학력 1위 학교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후지하라 교장에게 중요한 것은 ‘등수’가 아니었다. 후지하라 교장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좋은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 움직였다.

 

≪우리 학교가 달라졌어요≫는 후지하라 교장이 2003년 5월부터 2004년 9월까지 <아사히신문> 도쿄 판과 <주간 아사히>에 각각 <스기나미 교장일기> <세상 선언>이란 이름으로 실렸던 글을 정리한 책으로, 공교육 개혁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08년 3월 퇴임한 후지하라 교장은 현재 오사카 부 교육 특별고문에 초빙돼 교육개혁 실험을 이어 가고 있다. 그런데 교육 현장에 평론가는 필요 없으며 교사와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과 학부모가 함께 학교 개혁에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지하라 교장은 특히 지역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가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중점을 둔 일은 크게 지역의 학교 운영 참여, 입시학원과의 제휴로 논란이 된 ‘방과 후 수업’, 학교 수업과 세상과의 연계성을 직접 체험하는 ‘세상’ 과목, 수준별 맞춤 수업인 ‘토요 글방’ 등이다. 또 수학여행과 체육대회, 급식, 교복, 도서실 등 학교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을 기초부터 다시 살펴보고 새로운 창의성으로 도전했다.

 

:::‘세상’은 통상적인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어떻게 활용해야 세상에서 통하는 지혜와 기술로 바꿀 수 있는지 배우는 수업이다. 햄버거 가게의 주인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지도상에서 돈을 벌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생각한다든가, 건축가가 되어 장래에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설계해 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언뜻 보기에는 새로운 사회 과목이나 가정 과목 수업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롤플레잉 게임 방식을 채용한 완전히 새로운 종합학습법이다.:::


 

이 책은 전례주의에 발목 잡힌 학교의 시시콜콜한 일상에 작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후지하라 교장의 성공비밀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