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11 테러, 이라크 침공,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21기의 첫 십년은 커다란 사건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선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소수 권력자들과 독점 자본이 담합해 일으키는 재난에 맞서는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_나는 왜 저항하는가ㅣ세스 토보크번 지음ㅣ김한청 옮김ㅣ다른 펴냄 ≪나는 왜 저항하는가≫의 지은이 세스 토보크번은 전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을 한 편의 모자이크화처럼 펼쳐내고 있다.


미국 독립만화계의 전설 세스 토보크먼은 지난 21세기 첫 10년간 저항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이들의 목소리와 저항을 ≪나는 왜 저항하는가≫에 담고 있다. 이 책은 전 지구적으로 대재앙을 가져온 소수 권력자들과 그들이 만든 제도를 독자들에게 선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이 책은 9·11 테러 사건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이라크 전쟁, 나이지리아 석유 노동자들의 파업, 지구온난화, 군수산업,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쓸고 간 이후와 워싱턴 종합병원의 봉쇄와 뉴올리언스의 공영주택단지 주민들의 집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에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자행된 억압과 폭력에 전 세계의 시민들은 불복종, 비폭력 운동을 통해 저항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이 추위에 떨면 지구상의 나머지 나라들은 독감에 걸린다고 부모님은 말했다. 구역질나게도 아직도 우리 정부는 이라크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죽었는지에 대해 인권단체와 논쟁을 벌이고 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은 우리에게 사실을 알리는 데 태만하고 심지어 고의적으로 은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21세기의 첫 십 년은 동시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항 운동이 파고를 이루었다. 시애틀과 멕시코 칸쿤에서는 WTO를 반대하는 시위가, 워싱턴에서는 세계은행에 반대하는 시위가, 그리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역사상 가장 큰 반전 운동이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반인권적인 처사에 대해 수백 명의 비폭력 운동가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저항했고,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걸프만을 강타했을 때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복구를 위해 기꺼이 노동을 제공했던 것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여전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사안들을 만화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은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의 근원, 즉 소수 권력자들과 독점자본, 그들의 제도를 파헤치고 있다. 


지은이는 만화 예술이라는 매체를 저널리즘의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측면에서 <쥐>를 그린 퓰리처 수상 작가 아트 슈피겔만, <팔레스타인>으로 미국 도서출판 대상을 수상한 만화가 조 사코와 자주 비교가 된다. 사실 이들보다 한층 급진적이고 정치적이다.


또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반전, 반세계화, 시민불복종 운동의 현장에 직접 가서 확인한 사실들을 만화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직접 시위에 참여하고 전 세계 활동가들에게 플래카드, 스티커, 전단지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행동하기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