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에서 사진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관호. ≪씨앗 이야기≫는 그가 찍은 사진 속에 스민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_씨앗이야기ㅣ유관호 지음ㅣ마음의숲 펴냄 지은이는 최근 우리나라와 유럽 일대를 오가며 ‘씨앗 은행’이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사람들에게 씨앗을 가져오게 해 손바닥 위에 올린 뒤 사진을 찍는 것이다. 촬영이 끝나면 씨앗은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비닐봉지에 1센트와 함께 넣어 주인에게 돌려준다.

 

이렇게 씨앗을 돌려주어 땅에 심도록 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무척 흥미로운 작업이다. 그러나 정작 지은이에게 중요한 건 씨앗을 손에 들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씨를 읽는 것.

 

이 책에는 이러한 지은이의 사진 작업을 통해 사람과 자연, 모든 살아 있는 것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궁극적으로 너무 익숙해서 존재 자체를 몰랐던 소소한 것들을 재발견하는 이야기다.

 

지은이는 인생이라는 텃밭에 씨앗을 심어 나무와 꽃, 열매를 맞이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인다. 인생에서 필요한, 정확히 말해 하루하루의 삶에서 필요한 씨앗을 발견하는 것이다.

 

씨앗의 정체는 행복과 희망, 미래에 대한 기대일 수도 있다. 매일 그것들을 가꾸고 열매를 거두는 일의 연속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씨앗에 담긴 아주 큰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이 책의 화두다.

씨앗은 삶의 가능성이다. 어떤 일에 대한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모든 삶의 과정 자체가 나무가 자라는 것과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그 삶의 씨앗을 지은이는 소소한 일상에서 마주친다. 우리가 나눠야 할 씨앗이 미래의 가능성이 되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텃밭에 ‘씨앗’을 뿌린다

 

지은이는 사진을 찍을 때 피사체를 감지하는 것은 카메라 렌즈가 아닌 바로 자신의 가슴이라고 말한다. 그 가슴으로 사람과 사물의 마음을 찍는 것이다. 그리고 인화된 사진을 통해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잊고 지나쳤던 일상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은이는 왜 손과 씨앗을 매개로 한 사진을 찍는 것일까? 손은 한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며 살아갈 미래이기 때문이다. 씨앗도 마찬가지. 사람의 손을 통해 자연의 건강한 씨앗을 담아내는 사이 어느새 우리들 마음속에 따뜻한 마음씨가 심기게 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어지는 교감은 마치 퍼포먼스와도 같다. 그 과정 자체는 바로 지은이에게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인류는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과정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 나무, 곡식, 새, 동물,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지은이는 자연, 사람, 사물, 생명이 부여된 모든 것들과 소통한다. 그들이 지닌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씨앗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만나며 사랑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속의 짧은 글과 사진, 그리고 넉넉한 여백은 마치 우리 삶에 여유를 갖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