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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된 과학의 역사>과학 2011. 1. 18. 16:12
세상은 최첨단 과학 기술에 의해 빠르게 변하고, 눈부신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과학을 지배한 나라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거에도 과학을 지배한 나라가 세상을 지배했을까? 기술을 소유한 사람(과학자)이 영웅으로 평가받는 일은 오늘날에만 국한된 것일까?
퍼트리샤 파라가 지은 <편집된 과학의 역사>는 편견을 버리고 과학의 역사를 새롭게 쓴 책으로 앞선 질문에 답을 찾아가고 있다. 아울러 고대 바빌론에서 오늘날 유전학과 입자물리학에 이르는 4000년 과학사를 진솔하게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럽 중심의 과학사에서 벗어나 중국과 이슬람제국에서 이룩한 중요한 과학적인 발견들과 연구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사회적 이해관계와 종교가 절대지식을 추구하는 과학과 과학자에게 미친 영향도 밝혀보고 있다.
책은 현대 과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실용적인 지식의 보고인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시작한다. 지은이는 바빌론의 궁정 고문들이 수학과 천문학, 의학에 관해 방대한 지식을 발전시켰지만 과학자로 추앙받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고, 과학의 효시라고 알려진 그리스 철학자들이 이룩한 업적들을 통해 현대 과학의 기초가 종종 마법이나 가짜 과학이라고 폄하되는 기술과 개념들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갈릴레오는 약삭빠른 선동가였다. 그는 귀족 후원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목성의 위성들이 가문의 융성을 예언한다고 주장하며 메디치 가의 별들이라는 이름을 선사했다. 자기의 이론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갈릴레오는 만찬에서 이색적인 연설을 하기도 했고, 반론을 설득력 있게 기술한 책을 쓰기도 했다. 코페르니쿠스는 교황 앞에서 복잡한 수학 논문을 발표하면서 허둥댔던 반면, 갈릴레오는 형식을 집어던지고 마술사들에게나 어울릴듯한 기백을 담아 '본인은 이제껏 아무도 밝혀내지 못한 위대하고도 오묘한 장면들을 펼쳐 보이고자…' 라는 짤막한 홍보성 인사말로 엄청난 군중을 끌어모았다. 심지어 교황으로부터 침묵하라는 경고를 받은 후에도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 두 개의 주요 우주체계에 관한 대화』를 출판함으로써 더 많은 후원자를 끌어모으려 했다. 이 책은 그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획기적이었다.
지은이는 책에서 과학의 정의란 언제, 어디서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바로 정보, 기술, 대상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세대를 이어 전달되며, 특정한 요구와 취향에 맞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위해 르네상스 시대 학자들은 ‘그리스 문화’의 부흥을 부르짖었지만, 그들이 주장한 ‘그리스 문화’는 사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과 다양한 장소들을 넘나들며 소통과 상호작용을 거친 결과물이었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역학, 과학, 천문학 연구는 중국의 중요한 발명품들과 이슬람 지도자들의 과학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은이는 전통적인 전문 지식이 영감에서 비롯된 통찰력을 앞서면서 많은 혁신을 일으킨 점에 주목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유럽은 국제적인 탐사로 더욱 달아올랐고, 상업적 교역이 성행하면서 기술과 지식, 생물학적 표본들의 국제적 교류가 이뤄졌다. 또 현대 과학의 특징인 실험적 접근법은 서서히 발달했지만, 여전히 성서는 지식의 주요한 보고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고대의 개념들과 현대 과학의 개념들이 공존하게 됐다.
지은이는 이와 함께 과학이 어떻게 오늘날 세계의 중추가 됐는지 이해하기 위해 연구실과 서재 안팎에서 벌어진 제반 사항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과학은 법칙과 화학제품, 기계와 같은 완성품이 아니라 산업, 상업, 전쟁, 정부, 의학과 같은 사회의 여러 분야와 한데 얽히고설킨 하나의 통합체인 까닭에 발견이나 위대한 천재들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시대적 변화를 함께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8세기 빅토리아 시대는 산업화로 변모하던 시기로, 기업가의 투자로 협회 등이 만들어졌고, 이는 오늘날 국제적인 규모의 연구나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됐다.
인간도 자연 일부라는 말은 가장 큰 모순이다. 1964년 미국의 자연보존법에서 야생은 '인간이 찾아갈 수는 있지만 머물지 않는 곳'이라고 명시했지만, 사람을 배척한 자연이란 이미 본질적으로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 (…) 인간도 나무나 동물들과 함께 영국의 자연이 물려준 유산으로 시골 풍경에 잘 어우러져 있다. 둥그스름한 언덕을 홀로 걸으며 양 떼를 몰고 있는 양치기의 모습은 기독교적인 상징으로 가득하다. 성서에서 신은 인간에게 세상을 돌보기도 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세상을 이용하기도 하라는 이중의 책임을 부여했다. 이러한 이중의 메시지는 지금도 환경에 대한 관심과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다.
지은이는 궁극적으로 이 책에서 현대 과학의 나아갈 길을 염려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 정부와 상업적 기구들이 과학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해감에 따라 과학 연구 프로젝트는 규모가 커졌고, 기업 경영과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돈이 되는 과학에 자금과 관심이 집중되면서 원자력, 무기, 우주, 유전학 등으로 관심사는 이동했고, 더 많은 발견과 개발이 이뤄졌다. 그러나 뛰어난 과학적 업적들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일례로, 농약의 발달로 식량생산은 증가했지만 생태계는 파괴됐고, 핵분열에서 쏟아져 나온 미증유의 에너지는 발전소는 물론 폭탄에도 사용됐다.
지은이는 이처럼 과학적 발견이 인류에게 득이 되기 위해선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정치적 결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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