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것은 더 이상 걷어낼 게 없을 때까지 최대한 단순하게 설명되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생각 실험실 1-  빛을 쫓아 특수상대성이론에 이르다l 송은영 지음ㅣ 부키 펴냄 ≪아인슈타인의 생각 실험실 1·2≫은 상대성이론을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최대한 단순하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상대성이론은 현대인의 필수 교양에 포함된 지 오래다. 일례로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 막히지 않는 길을 찾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GPS 역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용해 그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2만km 상공에서 시속 1만4000km 속도로 움직이는 GPS 위성의 시간과 지구 시간의 차이(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에 가깝게 이동하는 물체 안에서는 시간이 느려지므로)를 보정하지 않으면 자동차 위치가 몇km나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피카소와 달리, 마그리트 등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아인슈타인의 생각 실험실 2 - 엘리베이터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나다 ㅣ송은영 지음ㅣ부키 펴냄

사고 실험은 오래전부터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 즐겨 사용해 온 방법이다. 사고 실험이란 현 상황에서 직접 실험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 머릿속에서 과정을 그려 결과를 도출해 내는 실험이다. 대표적인 예로 갈릴레이의 ‘낙하 실험’을 들 수 있다.

 

본래 과학적 사고의 첫째 요소는 기존 지식에 대해 ‘의식적으로 반성’하는 것이다. 무거운 것이 가벼운 것보다 먼저 떨어진다는 진술이 기존 지식인데, 갈릴레이가 사고 실험을 통해 이를 다시 성찰한 것이다. 이 밖에도 철학자 게오르그 짐멜이 사고 실험을 통해 니체의 영겁회귀설이 수학적으로 모순됨을 밝힌 바 있고, 작가 움베르토 에코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루이스 캐롤 등도 사고 실험을 즐겨 사용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아인슈타인 역시 상대성이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전적으로 사고 실험에 의존했다. 그가 어떤 사유 과정을 거쳐 상대성이론이라고 하는 걸출한 업적을 이뤄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상대성이론의 원리 하나하나를 따져 묻고 이해하여 지식으로 습득하는 것 이상의 의미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현대 물리학을 떠받치고 있는 두 기둥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중 양자역학이 하나의 가설로 시작해 점차 그 정당성을 검증받아 마침내 무너지지 않는 거목이 되기까지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땀과 노력에 힘입었다면,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체계를 갖추어 완성된 이론인 셈이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을 그대로 따라하면서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빛을 쫓아 특수상대성이론에 이르다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인류는 어느 곳에서나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시간이 있다고 강력히 믿어 왔다. 그런 뜻에서 절대 시간은 고전 과학의 상징이었고 뿌리였다. 그런 고전 과학 속의 절대 시간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하나, 만물은 시간의 흐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하지만 만물이 시간의 움직임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둘, 시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셋, 역사 속 어느 순간에도 시간은 항상 동일하게 이어져 왔다.

넷, 순간은 모든 존재에게 동일하고 동등한 양과 질을 부여한다. 즉, 권력자나 억만장자라고 해서 더 좋고 많은 시간을 갖지 않는다.

다섯, 시간의 움직임은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똑같다.

여섯, 시간은 현재를 중심으로 해서 한쪽은 과거로 그 반대쪽은 미래로 무한히 연결되어 있다.

일곱, 시간에 대한 거스름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이러한 절대 시간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볼 차례이다. 이 역시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을 따라가 보자.

나는 기차의 한가운데에 타고 있다.

기차는 투명해서 밖을 훤히 내다볼 수 있다.

나는 기차의 옆면을 바라보는 자세이다.

철로 ①과 ③의 위치에 안내등이 설치되어 있다.

②는 ①과 ③의 정확히 중간 지점으로, 그곳에도 사람이 한 명 서 있다.

기차가 출발한다. 기차는 등속으로 달린다.

내가 정확히 ②의 지점에 이르는 순간 ①과 ③의 안내등이 번쩍인다.

②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도 ①과 ③의 섬광을 본다.

그 사람은 불빛이 동시에 번쩍였다고 느낀다.

①과 ③의 정확히 중간 지점에 그가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섬광을 대하는 상황은 그와 같지 않다.

나 역시 섬광이 번쩍였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러나 섬광이 동시에 빛났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기차 밖 사람은 불빛이 동시에 번쩍였다고 인식하는 반면, 등속으로 움직이는 기차 속 승객은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한 사람에게는 동시라고 여겨지는 현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니. 대체 이게 무슨 궤변이란 말인가!

고전 물리학적 사고, 이를테면 우리의 일상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이것은 불가능한 현상이고 궤변이다. 저쪽이 동시라고 생각하면 이쪽도 동시라고 느껴야 하는 것이 뉴턴이 주장한 절대 시간의 개념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의 상식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사고 실험을 곰곰이 따져 보면 절대 시간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섬광이 번쩍인 순간, 기차 밖 사람이나 승객이 모두 안내등 ①과 ③의 중간 지점에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두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은 똑같지 않아서, 기차 밖 사람은 정지해 있는 반면 승객은 움직이고 있었다.

기차 밖 사람은 정지해 있었으므로 ①과 ③에서 방출된 빛이 그에게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같을 수밖에 없다. 그가 서 있는 곳에서 안내등 ①과 ③까지의 거리가 변함없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객은 어떠한가? 섬광이 번쩍하는 바로 그 순간에는 그가 안내등 ①과 ③으로부터 동일한 거리에 위치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기차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등속으로 계속해서 전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의 그림처럼 기차가 ③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면 안내등과 그의 거리는 ①과는 점점 멀어지고 ③과는 가까워지게 된다. 물론, 기차가 ①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면 상황은 반대가 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승객과 안내등 사이의 거리가 변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은 광속이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구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광속은 틀림없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이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렇지도 않다. 한 가지 예로 광속이 무한하다면 태양이 방출한 빛은 지구까지 순식간에 도달해야겠지만 실제로는 8분 20여 초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바로 이와 같이 광속이 무한한 속도가 아니라는 사실로 인해, 미세한 차이지만 안내등 ①과 ③에서 방출된 빛이 승객에게 동시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시간의 동시성(simultaneity)이 깨졌다고 말한다.

시간의 상대성 : 언제 어느 때 항상 똑같은 시각으로 측정되는 절대적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란 단지 관측자의 상대 운동에 따라서 다양하게 받아들여지는 상대적인 개념에 불과한 물리량일 뿐이다.

시간의 상대성을 발견하고 나서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농담 섞인 말을 했다.

“모든 관측자에게 한 시각을 동시에 알려 주는 절대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지요. 이건 달리 말하면 우주에는 제각각의 시각을 알려 주는 무진장한 시계가 널려 있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이렇게 시간은 상대적인 물리량이라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우주 공간을 수많은 시계로 가득 채웠답니다. 헌데 정작 제 방에는 쓸 만한 시계가 하나도 없더군요.”:::

 

‘상대성’이란 ‘절대성’의 반대 개념이다. 때문에 상대성이론이란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관측하는 입장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명확히 한 이론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다. 달 표면에 있는 사람이 보면, 우주선 안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 그렇다면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을 실감할까? 그렇지 않다.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은 사람의 동작에서부터 원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속도가 느려짐을 뜻하기 때문. 즉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고 빨라지는 것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만 의미를 가진다.

 

불가사의한 현상은 또 있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과 정지해 있는 우주선의 길이는 원래 같다. 그러나 날아가고 있는 우주선은 길이가 줄어든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물체는 길이가 줄어든다. 즉 시간이 느려지는 예와 마찬가지로 물체의 길이도 ‘상대적’이다. 또 하나 중요한 특수상대성이론의 효과가 있다. 그것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의 질량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1권 ‘빛을 쫓아 특수상대성이론에 이르다’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창조적 사고를 중심축으로 놓고, 이론화하는 과정에서 참고했던 과학 이론과 과학자를 주변축으로 삼아 아인슈타인의 생각의 실타래를 놓치지 않는 데 중점을 뒀다. 또 이해를 돕는 그림들이 수록돼 있으며, 부록에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사용되는 여러 계산법과 공식을 소개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나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은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 물체도 아니고 무게도 없는 빛이 중력에 의해 나아가는 코스가 바뀌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이 빛의 휘어짐은 진공에서도 일어나는데 물속에서 일어나는 빛의 굴절과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빛이 휘는 것은 공간이 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중력은 시간의 흐름에도 영향을 끼친다. 중력에 의해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빛을 휘게 할 뿐만 아니라 삼켜 버릴 정도로 중력이 강한 블랙홀 근처에서는 시간이 거의 정지해 버린다. 우주선이 블랙홀 근처까지 날아가 잠시 머물렀다가 돌아오는 것을 생각해 보자. 머무는 장소를 잘 선택하면 여행자는 1년밖에 보내지 않았는데, 지구에서는 100년이 지나가는 일이 있을 수 있다.

 

2권 ‘엘리베이터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나다’에서는 태양 주변에서 빛이 휜다는 사실은 곧 시공간이 휜다는 의미임을 설명하고, 이로부터 자연스레 유도되는 중력 렌즈 현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한다. 아울러 아인슈타인 편이 현상과 그것이 궁극적으로 맞닿게 되는 자연의 실체가 시간의 변화라는 사실을 상세히 설명하며 블랙홀이 필연일 수밖에 없는 이유, 화이트홀과 웜홀의 존재 가능성도 살펴본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배우 카메론 디아즈가 잡지 인터뷰에서 궁금한 걸 물으라는 기자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E=mc²이 무슨 뜻이에요?”라고 물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신이 이 미녀 배우의 질문을 받은 그 기자라면 뭐라 답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이 이 책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