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의 삶과 지구는 바람직하지 못한 문화에 중독돼 환경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생활과 의식에 스며들어 우리 삶이 지배당하기에 이른 것이다. 소비의 대전환ㅣ월드워치연구소 지음ㅣ생태사회연구소 옮김ㅣ환경재단 도요새 펴냄

 

:::연간 수억 달러가 광고비로 지출되는 것과 더불어 고지방, 고설탕 먹거리에 대한 접근이 쉬워짐에 따라 ‘정상적’ 식사로 간주되는 것이 식사당 칼로리 수치로부터 고기, 설탕, 정제된 밀가루의 양으로 크게 변화되었다. 이 모든 것이 비만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고, 심각한 생태적 영향을 미쳤다. (…) 새로운 식사규범을 장려함으로써 먹거리는 좋은 건강에 기여할 수 있고, 더욱이 지구를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장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들이 매일 1,800~1,900칼로리를 섭취했고, 가공음식은 먹지 않았으며, 육가공제품은 최소량최소먹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비해 미국인은 매일 평균 3,830칼로리를 소비한다.:::


 

기후변화와 석유 공급의 감소, 생물 다양성 손실, 질병의 만연, 오존층 파괴 등이 모든 인간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위기들을 초래한 원인을 되짚어가다 보면 인간의 활동 근저에 소비문화가 깊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직 인간만이 자연이 소화할 수 없는 쓰레기를 만든다

 

월드워치연구소에서 펴낸 2010 지구환경 보고서《소비의 대전환》은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원인을 문화의 뿌리에서 찾고 있다. 특히 ‘소비주의’ 문화를 지적하고, 변화를 촉구한다. 책은 지속가능한 새로운 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해 ▲오래된 전통 속의 본질적인 지혜 ▲유아 때부터의 교육 ▲경영의 우선순위 변화 ▲사회를 새롭게 설계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 ▲지속가능성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와 사회운동 등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 따르면, 매일 지구에서 112층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맞먹는 자원이 추출된다. 이는 우리가 이용 가능한 지구 용량보다 3분의 1 이상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미국인처럼 소비하고 살 경우, 실제로 지구는 68억의 인구 중 단 14억 명을 지탱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소비를 지구는 감당할 수 없다.

 

소비주의는 오늘날 세계 여러 곳과 많은 문화 체계를 가로지르는 지배적 문화 패러다임이다. 소비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소비를 억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숨 쉬는 것을 멈추라는 것과 같다. 잠깐은 숨을 참을 수 있겠지만, 숨이 막히면 다시금 공기를 들이마실 것이다. 차를 운전하고, 비행기를 타고, 큰 집을 갖고,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은 삶의 일부분이 됐다. 이런 경향은 수세기에 걸쳐 발전됐고 오늘날 활발하게 강화되고 있으며 수많은 개발도상국에 확산되고 있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 다시 말해 오랜 시간 동안 일하는 사람들이 자원 집약적인 생활방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더 많다. 이런 사람들의 이동 수단은 더욱 더 탄소 집약적이고, 게다가 외식을 자주 한다.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더 큰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따라서 에너지 소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간에 대한 압박감은 채소 텃밭 가꾸기나 DIY(Do It Yourself) 프로젝트처럼 부담 없는 활동에 투자하는 시간을 제한한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서유럽과 같은 시간 사용 패턴으로 전환하면 기술의 변화 없이도 에너지 사용을 20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가장 관습화되고 뿌리 깊은 문화를 말하는 전통 역시 소비주의에 잠식당하기에 이르렀다. 결혼식과 장례식, 크리스마스 등은 값비싼 물품을 구입하게 만든다. 규범 때문이든 가족의 압력 또는 광고의 영향이든 의례의 간소화는 어려운 일이 됐다. 또 사람들의 가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수십 년간 많은 나라에서 더 많은 부와 물질의 소유가 좋은 삶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신념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이런 소비주의 문화의 가장 강력한 추동력은 기업의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무한한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업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할 방법을 찾아왔다. 또 제품의 생존주기를 짧게 하고, 스타일은 빠르게 유행이 지나도록 설계한다. 그 중 소비에 불을 지피는 가장 큰 사업 도구는 마케팅이다. 상업 광고는 어린아이들에게 소비주의 가치를 주입시키는 강력한 통로가 돼 그들 인생 전반에 걸쳐 소비주의 가치를 부추기고 있다.

 

:::상품광고와는 무관하게 거의 모든 마케팅의 기본 메시지는 사람들이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에 관한 연구가 이것은 거짓임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물질적 상품이 자기욕구 충족에 필수적이라는 메시지에 아이들을 몰입시킴으로써 의기소침하게 하거나 낮은 자존감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주의적 가치를 조장한다. 연구에 따르면, 물질주의적 가치를 더 많이 가진 아이들이 재활용이나 물 보존과 같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행동에 그다지 나서지 않는다.:::


 

기업 다음으로 소비주의를 자극하고 배양하는 주요한 사회 기관은 미디어, 정부, 교육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여가 활동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미디어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물질주의적 열망이 촉진된다. 정부는 법, 조세, 보조금 등으로 조정, 통제를 가해 국민들의 소비 방향을 의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교육 역시 기업과 정부의 영향 아래 암묵적으로 소비주의 가치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키워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기업 리더들과 정부 관료들, 교사와 종교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화적 선구자들은 이미 문화의 전환이 시작됐음을 알려준다. 소비자 기반 사회로 진화한 1950년대를 돌아본다면 문화적 규범을 역전시킨 그 기적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라민은행의 설립자이자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는 방글라데시 여성들의 문화적 전환을 헤쳐 나왔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 책이 말하는 문화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책은 소비주의의 확산이 보여주는 것처럼 주요한 문화적 제도들과 교육, 기업, 정부, 미디어, 사회운동, 지속가능한 전통이 사회의 문화적 방향성을 바로잡는 데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소비주의에 도전하는 탈소비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새로운 틀이 서서히 만들어지고 조용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출처=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