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문이 다양화되면서 대기업 보다 '강소기업'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작지만 강한 기업이 회자되는 것은 대기업과 함께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총 생산액의 절반, 고용의 90퍼센트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은 경제성장의 활력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자금난과 인력 부족, 수요 감소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린다. 그러면 활력을 잃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무엇이 부족해 ‘강소기업’이 되지 못하는 걸까. 또 중소기업들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는 것 외에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작지만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회사, 사카모토 고지, 양영철, 21세기북스

일본의 강소기업들을 소개하는 <작지만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회사>는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이 되려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그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8개 회사는 모두 직원 수가 채 30명이 넘지 않는 그 규모가 작은 곳들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는 일본 최고의 면적당 매출을 자랑하는 회사가 있으며, 고객들이 열렬한 팬덤을 형성하는 회사, 외국의 거대 기업이 탐내는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가 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회사도 있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통을 벗어던져버린 곳도 있다. 한편으론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는 회사, 매출 확대를 거부하는 회사도 있다.


일본 전역 6300여 개 회사들을 직접 취재한 지은이 사카모토 고지는 이 8개 회사를 세계에 자랑할 만한 대표적인 일본의 강소기업으로 뽑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그 경영자들이 사람에게 친절한 경영, 정직한 경영, 약자들을 보살피는 따뜻한 경영을 몸소 실천하며, 이에 감동받은 고객들이 열렬한 응원과 사랑을 보낸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회사는 경영자나 주주가 아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과 사원, 협력업체를 위해 존재해야 하며 더 나아가 고객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까?’, ‘어떻게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경쟁사를 이길 수 있을까?’ 등이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비춰지는 지금, 이런 주장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더구나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부족한 자원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중소기업에게 상품의 본질을 추구하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며, 대기업에 의존하지 말라는 그으의 주문은 다소 허황된 소리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오자사가 취급하는 상품은 양갱과 모나카 두 가지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매출을 높이기 위해 상품의 종류를 늘려간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상품의 다양성만으로는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 그보다는 철저하게 명품을 지향하는 정신으로 상품의 질을 높임으로써 고객을 끌어들여야 한다. (…) 명품은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아도 고객의 입소문만으로도 전국에 알릴 수 있다. 최대의 홍보는 눈앞에 있는 고객을 기쁘게 하고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여기에 협력업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매출이 떨어지면, 그 원인을 경기나 대형 체인점의 영향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착각이다.

여관은 손님을 고를 수 없다. 그러나 손님은 자신에게 맞는 분위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관을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이와 반대로 여관은 그곳을 어떤 ‘장소’로 만드느냐에 따라 손님을 고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관들이 단체 손님이나 골프 손님을 불러들이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여행사와 가격 문제로 마찰을 빚고 서비스의 질은 떨어진다. 결국 ‘아무도 만족하지 못하는’,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여관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여관이나 호텔 경영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익과 경쟁, 시장 점유율에 집중했던 회사들은 모두 원하는 것을 이루고 성공했을까? 과거를 돌이켜볼 때,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실제로 무리하게 고객 수를 늘이다가 허무하게 쓰러진 회사, 이익을 극대화하려다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순식간에 추락한 회사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회사들은 이익을 우선시할 때 걸려드는 경영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익에 눈먼 회사들의 편법과 횡포는 도처에 존재한다. 여느 식료품점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음료수를 훨씬 비싼 가격에 파는 숙박업소, 입소문이 퍼지자마자 가게를 확장해 서비스와 품질이 떨어진 식당, 실제 가동 비율은 낮으면서 등록 사원 수만 늘이는 데 연연하는 인재파견회사들이 그 예다. 그러나 이런 꼼수들은 단기적인 이익에는 보탬이 될지 모르나 점차 고객을 잃게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회사를 망가뜨린다.


홋카이도에서는 옥수수가 다량으로 생산되는 동시에 막대한 양의 껍질이 버려지고 있었다. 이를 목격한  홋카이도에서는 옥수수가 다량으로 생산되는 동시에 막대한 양의 껍질이 버려지고 있었다. 이를 목격한 여사원이 ‘옥수수 껍질로도 종이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하고 제안한 것이다. 그는 즉시 옥수수 껍질로 종이 샘플을 만들어보았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옥수수 껍질이 25퍼센트 포함된 종이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고는 옥수수 껍질 종이를 사용한 명함 제작에 들어갔다. 옥수수 껍질 종이 개발은 경영자의 문제의식과 열정이 직원들에게까지 흘러들어 서로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옥수수 껍질 종이 명함은 그러한 결과로 만들어진 새로운 상품이었다.


이 책에 소개된 ‘작은 거인’들은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다 고객이 등 돌리게 만드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먼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만들고, 환경과 지역 사회를 생각하며, 장애인을 고용하는 데도 앞장선다. ‘해피 오가와’는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난치성 피부질환에 걸린 단 한 사람의 소녀를 위해서 신소재를 개발하고 양말을 제작했다.

 

‘마루요시닛신도 인쇄소’는 버려지는 페트병이나 바나나 줄기, 옥수수 껍질로 점자 명함을 만든다. 이때 점자 작업은 장애인들이 하고, 수익의 일부는 맹도견협회로 기증한다. ‘기시 엔지니어링’ 역시 이익과 상관없이 약자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을 만든다.

 

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우직하게 올바른 길을 걸어온 이들은 마침내 가장 소중한 고객의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나아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정받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이익과 경쟁보다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으며, 사회의 빈틈에 끊임없이 관심 가지는 이들이야말로 그 어떤 대기업과도 바꿀 수 없는 '진짜 기업'인 것이다.


글 한주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