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식생활일 것이다. 특히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파생되기 시작한 문제는 여러 분야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롯한 동양인들도 점차 육식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서구 사회의 전철을 밟고 있다. 육식으로 인해 생태계는 파괴되고 인간은 온갖 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지_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멜라니 조이,노순옥, 모멘토.jpg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멜라니 조이/노순옥, 모멘토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는 우리가 고기를 왜 먹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 행위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한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을 때 우리는 살아 있는 소와 돼지를 떠올리지 않는다. 육식을 하는 사람들의 인식 과정에는 사라진 연결고리가 있다. 지은이 멜라니 조이는 그 단절의 미스터리에서 다음과 같은 일련의 질문을 이끌어 낸다.

 

- 수만 종의 동물 가운데 혐오감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어째서 극소수일까.

- 그들을 먹는 일에 우리는 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걸까.

- 먹을 수 있는 동물과 먹을 수 없는 동물은 어떻게 구분될까.

- 육식이 태곳적부터 행해온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영아살해와 살인, 강간, 식인 풍습 역시 자연스러운 걸까.

- 인간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 식탁에 오르는 수백억 마리의 동물들은 왜 우리 눈에 거의 띄지 않을까.


 

이런 의문들을 풀어내는 키워드로 지은이는 ‘육식주의(carnism)’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들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고기를 먹는 것과 채식주의를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본다. 채식주의에 대해 동물과 세상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육식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 자연스러운 행위, 언제나 그래 왔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으로 본다. 그래서 아무런 자의식 없이, 왜 그러는지 생각지 않으면서 고기를 먹는다. 그 행위의 근저에 놓인 보이지 않는 신념체계를 지은이는 ‘육식주의’라고 정의를 내린다.

 

%EC%8A%A4%ED%85%8C%EC%9D%B4%ED%81%AC.jpg육식주의자(고기를 먹는 사람)은 육식동물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육식동물은 생존하기 위해 고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육식주의자는 또 잡식동물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육식동물’과 마찬가지로 ‘잡식동물’이라는 용어는 개체의 생물학적 특징만을 기술하지 철학적 선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육식주의자는 필요가 아니라 선택에 따라 고기를 먹는다. 그런데도 선택이 아닌 듯 보이는 것은 육식주의의 비가시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육식주의는 왜 눈에 드러나지 않을까. 왜 지금까지 그것에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거기엔 훌륭한 이유가 있다. 육식주의가 특정한 유형의 신념체계, 바로 ‘이데올로기’이며, 그것도 정밀한 검토를 쉽사리 허용치 않는 ‘지배적이고 폭력적인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개를 안고 쓰다듬으며

소를 먹을 수 있다

 

 지은이는 육식을 정당화하는 방대한 신화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정당화의 3N’으로, 육류를 먹는 일은 ‘정상이%EC%86%8C.jpg며(normal), 자연스럽고(natural), 필요하다(necessary)’는 것이다. 우리는 고기를 먹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으며 오히려 육식이 우리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데도 이 신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3N이 동물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행동에 내재하는 모순을 감추고 우리가 우연히 이를 알아채게 되면 해명하고 넘어가는 정신적, 정서적 눈가리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당장 고기로 바뀔 돼지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올 경우, 우리는 그 돼지를 쾌락과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생명체, 뚜렷한 개성과 선호를 지닌 존재로 보지 않는다.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그 ‘돼지다움(더러움, 게으름 등)’과 ‘먹을 수 있다는 점’뿐이다. 이런 방식으로 동물을 보는 데는 ‘인식의 트리오’라는 세 가지 방어기제 즉 대상화, 몰개성화, 이분화가 개입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지은이는 육식주의 시스템 아래서 동물과 인간이 어떤 처지에 놓이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분석, 설명하고 있다. 입맛의 후천성, 축산업계의 비밀주의, 권력과의 결탁, 언어 조작, 동물들의 고통 감각 능력, 한국의 개고기 시장 등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이 가진 공감 능력의 회복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