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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아버지도 만들었다라이프 2010. 6. 3. 23:35
[아버지들에 대한 찬사]
<지데일리>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아버지의 위치가 변하면 어떤 결과가 생겨날까? 부부관계는 어떻게 될까? 할아버지나 할머니와의 관계는? 또 교육은 어떻게 될까? 우리 시대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정신분석학자인 시몬느 코프-소스는 <아버지들에 대한 찬사>에서 ‘아버지는 버림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으며 일관성이 없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아버지들에 대한 찬사> 시몬느 코프-코스 지음, 김택 옮김, 해피스토리 펴냄
그는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항상 외부에서 겉돌고 있으며 사람들이 기다리는 장소에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부름을 받아도 나타나지 않으며 부탁을 받은 것을 보장해주지 않으며 질문을 받아도 대답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고 말한다.
또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아버지라는 기능은 오늘날 부정적인 용어로만 표명될 수밖에 없다. 나는 아버지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되었노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아버지란 무엇인가? … 아버지는 부재하며 부족한 부적격자이며 버림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으며 일관성이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기능저하의 상태에 빠졌으며 자신의 자리를 포기하고 도피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항상 외부에서 겉돌고 있으며 사람들이 기다리는 장소에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부름을 받아도 나타나지 않으며 부탁을 받은 것을 보장해주지 않으며 질문을 받아도 대답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아버지라는 기능은 오늘날 부정적인 용어로만 표명될 수밖에 없다. 나는 아버지가 부정적인 환영의 대상이 되었노라고 주장할 생각이다. 왜 사회는 아버지를 보지 못하도록 하면서 어머니만 보도록 고려하는 것인가? … 왜 사회는 실제의 아버지를 승인하지 않는 것일까? 왜 아버지들은 뭔가 이상한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인가?
사람들은 아버지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존재한다! 다만 동일한 아버지가 아닐 뿐이다. … ‘아버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널리퍼진 확신은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지만 미디어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다. 나는 이런 호들갑스러운 견해들에 반대한다.
그렇다면 왜 사회는 아버지를 보지 못하도록 하면서 어머니만 보도록 고려할까? 사회는 실제의 아버지를 승인하지 않는 것일까? 왜 아버지들은 뭔가 이상한 존재(혹은 기능부전)가 돼 버린 것일까?
이 책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아버지의 지위는 여러 가지 변화로 인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곧 성적인 자유, 출생의 조절, 여성해방, 이혼의 증가, 가족의 재구성 등 변화가 그것이다.
진정한 변화는 1950년대를 시작으로 특히 1970년에 두드러졌다. 양성평등, 감성적 결합에 입각한 부부, 자유로운 합의에 따른 공동보조를 취하는 탈제도화된 가족 등은 그 토대를 민주주의의 모델에 두고 있다.
또 철학, 심리학, 사회정치학, 인식론, 윤리학 등의 지평에서 아이들의 지위에 변화를 가져온 광대한 사회역사적 운동들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적 삶의 양식의 다양화는 종종 생물학적 관계의 외부에서 새로운 부성의 형태를 창출했다. 더욱이 최근에 생물학적 부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면서 전통적인 모델이 커다란 타격을 받으며 진부한 것으로 전락했다.
여성이 변화하고 아이들도 변화했기 때문에 가족은 더 이상 이전의 모습이 아니다. 그 결과 아버지는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현대사회 변화의 주요한 측면의 하나는 남성과 여성을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위치는 이전과는 달리 새롭게 조직된다.
이로 인해 아버지의 역할과 지위에 변화가 생긴다. 남성상의 표상은 집단무의식에서는 물론 노동과 가정의 영역에서도 변화됐다. 현대의 젊은 남성은 간호나 미용 등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 할당됐던 영역들을 침범한다. 그들의 관심이 육아나 출산에까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아버지들은 초음파 검사의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분만에도 참여한다. 아버지들은 돌보고 젖먹이고 기저귀를 채우는 신생아에 대한 책임을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는 그들이 다른 방식으로 가질 수 없었던 지위와 지배력을 회복하는 방법일까? 아버지는 어머니가 집안과 아이들에 전념하고 아버지까지 돌보던 시절에 가족에게 필수품만을 조달해주기만 하던 자신의 잃어버린 위신을 회복하려는 것일까?
아기는 탄생을 통해 부모에게서 일종의 빚을 진다. 부모가 세상에 아이들을 내어놓음으로써 삶과 존재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모를 만드는 것 역시 아이들이다. 아기의 탄생은 부모의 실존, 즉 그 자신이 어떤 부모로부터 태어났다는 사실을 확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생아가 태어나면 곧바로 부모로서 탄생했다는 내용의 탄생 통지서를 돌리는 부모들도 있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어머니에 대해서는 항상 안정감을 갖는 반면 아버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률적 격언에 따르면 어머니는 가장 확실한 사람인 반면, 아버지는 항상 불확실한 사람이다.
아버지는 항상 진짜인가라는 의심을 받는 존재이다. 모성은 물질적·육체적인 증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반면 부성은 가설을 통해서만 확인된다.
다른 방식으로 늘 함께 있는
사람들은 아버지가 부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부재하지 않는다. 그는 다른 방식으로 함께 한다. 다만 같이 있는 방식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최근의 연구를 통해 자궁 내의 태아에게 ‘탄생 이전의 아버지’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태아는 어머니와는 다른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외부에서 오지만 어머니의 세계에 외적인 지각을 즉각적으로 도입하게 한다.
아버지 되기에는 어떤 심리적 단계들이 존재할까? 아버지가 아기, 어머니, 혹은 사회에 대해 어떤 사람인가만을 늘어놓는다면 소년을 아버지로 만드는 심리적 성장, 혹은 부성의 심리적 관건들에 대해서는 훨씬 적게 말하게 될 것이다. …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부모는 자기 자신의 탄생을 다시 경험한다. 신생아와 만났을 때 아주 어린 시절의 자기 경험이 되살아난다. 곧 유아기가 다시 깨어나는 것이다. 오랫동안 의식이 접근하지 못하던 원초적인 경험들이 나타난다. 오래된 사물들의 회귀는 신생아가 탄생하는 시점이 흥분과 불안으로 가득한 기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러한 현상은 위니코트가 ‘최초의 모성적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묘사한다. 그는 아기가 태어나기 직전서부터 태어난 후 첫달이 되기까지 어머니가 겪게 되는 매우 특수한 심리적 단계를 설명한다. 기묘한 현상은 정신증에 가까운 병이 실제로 발생하지만 일시적이기 때문에 곧바로 어머니가 잊게 된다는 것이다. 아기에 대한 강력한 정체화는 자신이 낳은 신생아에 대한 극도로 예민한 감각의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이때 아기의 요구를 이해하려는 어머니에게 자기 자신의 유아성을 되살리는 퇴행이 발생한다. … 아버지들 역시 이 퇴행적 정체성의 운동으로부터 면제되지 않는다. 아버지들은 그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힘을 쏟지만 표현은 덜 하는 것 같다. 나는 ‘최초의 부성적 불안’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아기의 탄생은 한 성인이 부모가 되는 과정을 말해준다. 아기가 태어난 후 처음에는 부모는 연약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 과거의 방향으로 정체성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신생아가 태어나는 시점이 흥분과 불안으로 가득한 기적으로 느껴지는데, 이를 ‘최초의 부성적 불안’이라고 명명한다.
아버지들은 아이를 돌보는 여성들만 있는 그 세계에서 편한 기분을 느꼈을까? 거기에 남성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주는 사람이 있었을까?
아버지에 대한 거부는 성이 없는 영원한 아이의 이미지를 보존하려는 요구에 부합한다.
남성이 상처받기 쉽다는 것은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되는 일반적인 남성성의 뿌리깊은 이미지를 뒤집는 것이다. 남성의 고통은 전통적인 아버지의 이미지와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심리학이 남자, 그리고 아버지들에게 보내는 찬사다. 또 아버지가 되기 두려워하는 남자들을 위한 심리분석 에세이다.
한주연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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