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정글, 남극 등 오지만을 골라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어드벤처 레이스를 즐기는 이들이다. 어드벤처 레이스는 마라톤, 철인삼종경기, 수중스포츠 등을 함께하는 레포츠다. 그중에서도 오지나 극지 같은 극한의 자연 환경을 달리는 어드벤처 레이스 대회를 풋 레이스 혹은 오지 레이스라 한다.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사막 레이스의 경우에는 참가자들이 식량 등 생존에 필요한 필수 장비를 배낭에 넣고 정해진 제한 시간 동안 평균 250km의 혹독한 자연 환경을 달리게 된다.

 

하이 크레이지ㅣ유지성 지음ㅣ책세상 펴냄대한민국 1호 오지 레이서 유지성은 사막 레이스의 그랜드슬램 코스인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의 4대 사막을 모두 완주한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래머다. 이는 대한민국 1호, 세계에서 16번째 기록이다.

 

유지성은 과거 90kg에 이르는 뚱보로 운동신경도 둔하고 마라톤 풀코스를 단 한 번도 완주해본 적이 없던 30대 회사원이었다. 그가 오지를 뛰는 철인 마라토너로 변신하는 과정과 사막이라는 극한의 무대 속에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이 크레이지≫는 대한민국 1호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래머이인 유지성이 지난 2002년 사하라 사막 레이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5번의 오지 레이스에 도전해 약 4000km를 완주한 경험담을 담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소금 사막, 아타카마 사막 레이스(Atacama Crossing). 가장 추운 사막이자 ‘실크로드를 달리는 영광’ 고비 사막 레이스(Gobi March). 세계 최대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사막, 사하라 사막 레이스(Sahara Race). 이 사막들을 모두 완주해야만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지구의 끝, 남극 레이스(The Last Desert). 이 책은 지은이가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네 곳의 레이스에, 썰매를 끌고 북극권을 달리는 독특한 방식의 다이아몬드 울트라 레이스(Diamond Ultra Race)를 더한 총 다섯 곳의 오지 레이스 여행기로 구성돼 있다.

 

평범한 직장인, 사표를 던지다

 

지은이는 늘 똑같은 자신의 삶에 대한 절박감이 커지던 2002년, 불현듯 회사에 사표를 내고 늘 꿈꾸기만 했던 사하라 사막을 직접 달리기로 결심한다. 뚱뚱하고 마라톤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더욱이 그런 사람이 어떻게 사막을 달릴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우려 섞인 질타와 편견 속에서 그는 사하라 사막을 완주한다.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남미 등 사막에서 개최되는 사막 레이스는 대개 하루 10L 정도의 식수만 공급받고, 나머지는 자급자족으로 해결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식량과 장비를 넣은 8~10kg 정도의 배낭을 메고, 하루에 40㎞ 안팎의 구간을 제한 시간 내에 완주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50도를 오르내리는 한낮의 폭염과 영하로 떨어지는 밤의 추위와도 싸워야 한다.

 

첫 출전한 사하라 사막 레이스에서 지은이는 물집 때문에 발바닥 살점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가 마지막 날에는 발바닥 바깥 모서리만을 이용해 달린다. 고비 사막 레이스에서는 불볕더위와 추위의 협공에, 고통스러운 고산병까지 이겨내야 하는 지옥의 코스를 경험한다. 바다가 그대로 말라붙은 듯한 날카로운 아타카마 소금사막에서는 신발이 찢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남극의 낭만은 잠을 자면서도 이어지는 뱃멀미와 순식간에 모든 걸 얼려버리는 눈 폭풍에 나가떨어진다. 북극권의 다이아몬드 울트라 레이스에서는 개인 썰매와 스노슈즈를 사용하는 생경한 레이스 방식과 추위에 꼼짝 못해 ‘아시아 좀비 삼인방’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오지 레이스는 평균 6박 7일간의 대회가 끝나고 나면 몸무게가 7㎏ 정도는 빠질 만큼, 고난과 고행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지은이는 “상상의 틀을 뛰어 넘는 고비 사막의 신비로운 풍광은 ‘나와 사막과 우주’가 하나로 결합하는 삼위일체의 시간을 만끽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또 “아타카마 사막에서는 외계의 혹성에 불시착한 우주인의 심정이 돼 새하얀 달의 계곡을 건널 수 있으며, ‘남극의 신사’ 펭귄과 함께 달리고, 오로라와 함께 춤추는 경이로운 체험 역시 오지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웃는다.

 

한계를 넘어 세계로, 세상 속으로

 

지은이는 사막에서도 오아시스보다 반가운 존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함께 달리는 레이서들과의 소통 역시 언어를 뛰어 넘는 그 ‘무언가’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오지 레이스 여행의 ‘달리기’는 달리는 행위 이상의 여유와 자유로움을 품고, 세계로 나아가는 드넓은 기회와 경험들을 열어준다”면서 앞으로도 한계를 뛰어 넘어 삶에 대한 진정한 열정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크레이지맨’이 될 것으로 다짐한다. [출처=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