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만만하고 흔한 야채지만 잘 골라야 하고, 만질 때도 마음을 딴 데다 두지 않고 살살 다루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뭔가 망친 기분이 들고, 눈물이 날 수도 있다. 그뿐인가, 잠시 방치하면 어느새 줄기가 자라나 아예 못 먹게 된다.”

 

양파이이기ㅣ최현정 지음ㅣ바람의아이들 펴냄 ≪양파이야기≫는 지식인이며 이름 있는 번역가로, 아동문학 평론가로 바쁘게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지은이 최윤정은 이 책에서 밥 짓는 이야기를 통해 봄을 이야기하고, 나란히 자리 잡은 동네 슈퍼 두 곳 중 어디를 가야 주인할머니들에게 덜 미안할까 신경 쓰면서도 대학병원 대기실에 앉아서는 ‘불쌍한 환자들, 망할 놈의 의사들! 이놈의 병원, 당장 끊어버려야겠다’고 속엣말을 하기도 한다.

 

지은이는 스무 살이 넘은 딸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 마음을 쓰기도 하고, 문학에 대해 해결되지 않는 질문을 거듭하기도 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살림을 사는 주부로서, ‘문학’을 놓지 않는 작가로서, 누군가의 친구나 선배로서, 쉴 새 없이 자리를 바꿔가며 이어지는 조용한 수다를 들려준다.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문학적 인간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읽고, 쓰는 삶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엔 오래 전 지은이가 아를르의 번역연구소에 묵었을 때나 아이들을 동반하고 한동안 머물던 시절의 프랑스 체류기를 다룬 글들도 많이 있다. 작고 사소한 일로부터 인생의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동시에 짙은 비판적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는 프랑스 학교의 시상식을 보면 참 부럽기도 하고, 프랑스인들의 속 터지는 업무 태도를 보면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고 털어놓는다.

 

지은이는 인생이란 사소한 데서 기죽거나 샐쭉할 일이 아니라면서 양파가 그 속살을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출처=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