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실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정글과 산림, 해변, 사막, 대초원 등 지구상 여러 풍경 사진을 보여주고 가장 좋아하는 장면의 사진을 선택하게 하는 실험이었는데, 1위가 바로 광활하게 펼쳐진 대초원이었다.

 

아프리카 야생중독ㅣ이종렬 지음ㅣ글로연 펴냄 이 실험에 참여한 학자들은 실험 결과에 대해 가장 오래된 인류의 화석이 주로 발견되는 곳이 아프리카 대초원 지역이라는 것과 연결 지을 수 있으며, 우리 인류의 유전자 속에 장대한 시간 동안 사바나 초원에서 뛰고 달리며 수렵과 채취를 통해 삶을 이어온 인류의 유전적 기억이 아직까지 세포 속에 흔적으로 남은 것이라고 밝혔다. 문명과 가장 뒤떨어진 듯한 아프리카 땅이 바로 인류의 시작점이라는 설명이다.

 

:::쉽게 낳고, 많이 낳고, 그리고 질병과 가난으로 인해 많이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 그래서 마치 세렝게티의 초원과도 같은 대자연의 ‘경쟁법칙’에서 살아남은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더더욱 위대해 보인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가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태어났건 세상 무엇보다도 위대한 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생존한 아프리카 아이들의 소중함은 그보다 더 위대할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중독≫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 10여년을 보낸 이종렬이 자연과 함께 한 기록이다. 지은이는 이 곳에서 지내는 동안 행복했을 뿐인데 많은 것들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사자 가족 심바넘버스 프라이드의 안부를 걱정할 정도로 이미 세렝게티와 사랑에 빠져 있고, 아프리카에 미쳐 그곳에 가족을 데려가 살고 있다. 아프리카에 중독된 것.

 

지은이가 보여주는 아프리카 야생 사진에선 그곳의 시간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서는 수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며 세렝게티 초원 위의 동물들에게 쏟아놓는 작지만 간절한 애정, 아프리카에 대한 깊고 따스한 연민이 전해진다.

 

:::아프리카에서 보낸 지난 10여 년의 시간은, 나를 세렝게티의 사자들과 친구가 되게 해주었고 치타나 코뿔소는 그들과 마음을 나누게 해주었다.

그들의 눈과 마주치면 녀석들은 편안하게 웃어주기도 하고 가끔은 심술을 내기도 한다. 녀석들은 내가 나의 보호막이기도 한 차에서 내려도 절대로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준다. 내 차가 만드는 작은 그늘에서 잠을 자거나 길게 하품하며 늘어지는 게으름뱅이 친구들이지만, 더러는 내 고민을 들어주고 내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라는 격려도 해줌을 느낀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광활한 대초원의 야생 사진이나 위엄이 서린 사자 사진 너머로 인류의 마지막 남은 원시 자연의 보물창고를 함께 지키고 가꾸어야 할 책임을 널리 전하고 싶다. 그것이 우리가 보고 느껴야 할 오늘의 아프리카”라고 이야기한다. [출처=지데일리]